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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웃음에 소름”…’서울의 봄’ 이모개 촬영감독이 밝힌 썰 [인터뷰]

김연주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배우들의 연기를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촬영 감독이다. 앵글에 잡힌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종종 소름이 돋는다. 그 맛에 이 일을 한다”

누적 관객 수 1200만 돌파, 꺾이지 않는 흥행 열기, 장기 흥행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등 선 굵은 영화를 만들어 온 김성수 감독의 연출작으로,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러닝타임 141분간 유지되는 몰입감은 이 영화의 힘이다. 특히 1979년 그날, 권력을 쟁탈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살아 숨 쉬는 움직임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마치 그 공간에 있는듯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서울의 봄’ 속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화면에 담은 주인공, 이모개 촬영감독은 TV리포트에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말이 큰 힘이 된다”고 흥행 소감을 밝혔다. 

2003년 ‘장화, 홍련’으로 장편 데뷔 이모개 감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대호’, ‘아수라’, ‘군함도’, ‘헌트’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가장 영화적인 순간에 도착한다. 화려함과 차분함, 대담함과 섬세함을 모두 담아내는 이모개 촬영감독에게 영화 비하인드를 전해 들었다. 

-1200만 돌파를 축하드린다.(웃음)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1000만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영화 좋더라”, “수고했다”, “고생했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영화가 정말 재미있으면 “수고했다”는 말은 안 하는구나 싶었다.(웃음) 무엇보다 영화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주셨다는 데 대한 감사함이 크다.

-어떻게 ‘서울의 봄’에 함께하게 됐나?

처음에 각색되지 않은 시나리오를 먼저 받았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고, 구조가 잘 짜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명확했다. 자칫 반란군의 쿠데타를 옹호하는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특히 김성수 감독님은 악당을 매력적으로 잘 그리는 분이다. 그게 또 걱정이었다. 감독님한테 위험하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이미 영화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계산해뒀더라. 

-참고할 이미지가 거의 없는 상태로 촬영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감기’와 ‘아수라’때는 감독님이 꽤 많은 이미지를 준비해둔 상태에서 저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지만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미지가 거의 없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1979년 그날 밤에 본인이 직접 보고 들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날,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을 거 같다.

이미지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감독님은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감독님의 말을 믿고 따랐다. 그리고 김성수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이 있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구석이 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가 어떻게 보여지길 바라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전두광과 그의 일당을 촬영할 때는 인물을 따라가는 화면이 많다. 전두광이 무언가를 주도하고 패거리를 이끄는 샷을 많이 찍었다. ‘아수라’를 촬영할 때 썼던 기법이다.(웃음) 이태신의 경우엔 외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에서 떨어져 있거나,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동떨어진 것 같은 그림을 만들었다. 

-리허설 단계에서 미리 동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수라’를 촬영할 때 김성수 감독님과 만든 시스템이다.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보통 컷을 쪼개어 잇는 방식으로 씬을 만든다. 한 번에 촬영하는 것에 비하면 흐름이 깨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카메라의 포지션을 바꾸고, 배우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촬영을 하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었나?

잔잔함 속에서 위급함을 표현해야 했다. 거의 모든 전투가 전화 통화로 벌어지지 않나.(웃음)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과 텐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대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들의 동선, 주위 인물들이 전화에 집중하게 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면서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으면?

찍을 때는 몰랐는데, 보면서 좋았던 장면이 있다. 이태신이 아내와 통화할 때다. 영화가 뭔가를 위해 긴박하게 달리고, 사람들의 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잠시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그 장면에서 잠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알고 찍지 않아도 좋은 장면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현장에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놀랐던 순간이 있나?

후반부에 전두광이 화장실에서 웃을 때 너무 놀랐다. 황정민 배우가 웃으면서 걸어 들어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태신이 “나라가 반란군한테 넘어가게 생겼는데, 나서지 않으면 그게 군인이냐”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배우들의 연기를 가장 먼저 보는 게 촬영감독이다. 그 맛에 이 일을 한다. 

-김성수 감독과 세 번째 작업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개봉을 앞두고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그때 김성수 감독과의 작업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다고 답했다. 다만 그 롤러코스터를 몇 개월간 쉬지 않고 타는 거다. 이미 타고 있어서 내릴 수도 없다.(웃음) 짜릿하지만 분명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이 영화를 정말 열심히 만든다는 걸 안다. 그래서 항상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 그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김성수 감독을 포함해 류승완, 김지운, 허진호, 강제규, 한재림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작업을 해왔다. 명장들이 본인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맷집이 좋게 생겨서 그런 거 같다.(웃음) 실제로 육체적으로 힘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긴 하다. 그동안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감독님들의 영화에 참여해 다양한 시대와 세계관을 만났다. 영화마다 갖고 있는 세상이 있는데, 가끔씩 영화 속에 있는 세상에 들어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엔 현실을 완전히 잊고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거 같다. 많은 감독님을 만나 그런 경이로움을 경험했다. 

-이모개 촬영감독만의 원칙이 있나?

악한 영화를 찍으면 다음엔 착한 영화를 찍고 싶다. 비슷한 세계에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감정을 움직이는 영화를 선호하기도 한다. 누아르, 액션 장르를 찍을 때도 캐릭터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고백하자면 멜로를 가장 좋아한다.(웃음) 

-언제 보람을 느끼나?

보람은 매번 느끼지만 작품마다 결이 다른 거 같다. ‘서울의 봄’은 큰 사랑을 받은 게 큰 성취다. 이런 류의 성취감은 처음이다. 보람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크다. 살면서 했던 모든 일을 통틀어 영화를 찍는 게 제일 재미있다. 비슷한 작품 같아도 다른 장면을 찍는다. 항상 처음인 거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감, 재미가 좋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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