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에 이어서…
[TV리포트=권길여 기자] K팝, K드라마, K영화가 K문화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팍팍한 마음을 달래줄 코미디가 번성한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독 K코미디만 주춤하고 있는 듯하다. K코미디가 위기를 딛고 완벽히 부활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큰 코미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준 대표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코미디 사망’이라고 하는데, 코미디는 사라지지 않아요. 코미디가 없어질 수 있나요? ‘음악이 없어질 수 있나’라고 생각해 보면 너무 명확하거든요? 코미디는 예술 장르 중에 하나인 거잖아요. 어떻게 예술 장르 중 하나가 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스포츠도 똑같아요. 스포츠가 없어질 수 있나요? 관객 몰이가 잘 안될 수는 있지만 음악과 스포츠, 코미디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물론 정영준 대표도 K팝, K드라마, K영화처럼 해외로 한국 코미디가 뻗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우리도 미국 코미디를 보고 있지 않아요. 미국의 데이브 샤펠은 완전 SSS급 코미디언이에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이라고 일컬어지는 정도의 사람이고 거의 톰 크루즈 같은 레벨의 사람인데 아무도 모르잖아요. 쉽지 않죠. K코미디는 가장 마지막에 수출되는 엔터테인먼트이지 아닐까 생각해요”
공중파에서 코미디언이 설 자리가 사라졌을 때 유튜브로 플랫폼을 빠르게 옮기게 유도했던 정영준 대표. 선구안이 있는 그가 다음 스탭으로 생각하고 있는 코미디 플랫폼은 어디일까. 정영준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틱톡’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플랫폼 이동에 제일 빠른 사람들은 어린이 세대라고 생각해요. 2010년 초반에 30대 이상은 아무도 유튜브 안 봤어요. 그래서 그때 ‘요즘 애들은 다 유튜브를 본대’ 이런 이야기를 되게 신기하다는 듯했었어요. 지금 10대들이 많이 하는 게 틱톡이니까, 그 플랫폼이 미래인 거죠”라고 강조했다. 틱톡은 영상이 ‘숏츠’ 위주이다 보니 개그에서 스토리라인을 가져가기에 매우 짧다.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자 정영준 대표는 “그때(과거)도 유튜브 짧다고 난리 났었어요. 기억나시죠?”라며 확신에 찬 눈빛을 드러냈다.
현재 코미디 레이블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영준 대표에게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다른 사업으로 문어발 확장을 하기에는 제가 돈을 많이 못 벌었고요. 하하. 코미디 이외에 다른 쪽으로 갈 계획은 아예 없어요. 코미디를 위시한 밸류체인을 하나하나씩 구성해 나갈 거예요. 그래서 공연장도 만들어서 직접적인 소통을 해보려고 하고 나아가서는 직접 신인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실제로 인터뷰 후 메타코미디 측은 서울 홍대에 12월 22일 코미디 클럽을 개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코미디 클럽은 국내 코미디씬의 인기 최전방에서 활약 중인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과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와 만담 등 현시점 가장 트렌디한 코미디를 관객이 가깝게 마주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업가적 마인드가 매우 뚜렷한 정영준 대표에게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던졌다. 회사를 얼마 만큼 성장시키고 싶은지에 대한 ‘돈’ 이야기를 할 줄 알았으나, 정영준 대표는 의외로 감성적인 말을 꺼냈다.
“대한민국은 되게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해요. 웃고 즐기는 걸 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일본 오사카 사람들에게 ‘빵’ 하면 ‘윽’하고 쓰러진다는 말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오사카란 도시가 이런 ‘밈’을 가지게 된 이유는 어쨌든 그 사람들이 코미디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반대로 그런 ‘밈’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코미디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런 반대되는 마음에서 오는 작용들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언젠가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소개할 때 ‘한국 사람은 김치를 많이 먹어’와 같은 느낌으로 ‘한국 사람은 코미디를 참 좋아하는 민족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되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대국민적으로 코미디를 잘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목표인 것 같습니다”
메타코미디 소속 아티스트를 따르는 구독자 수는 1580만 명에 가깝다. 1000만 명 이상이 매달 정영준 대표 사단 덕에 웃고 있다는 건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영준 대표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2년 넘게 오전 9시 출근, 새벽 1시 퇴근을 유지하며 코미디를 연구하고 있다. 수면 시간까지 줄여가며 머리가 빠져라(?) 고뇌한 그의 숨은 노력 덕에 어쩌면 ‘코미디 인기’가 꿈틀한 게 아닐까. 한파도 녹일 만큼 뜨거운 그의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K코미디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권길여 기자 gygwon@tvreport.co.kr / 사진= 정영준 소셜미디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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