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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역사? 그건 패배다”…’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인터뷰]

정윤정 에디터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김성수 감독이 신작 ‘서울의 봄’으로 극장가에 출격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오는 22일 개봉된다. 

신군부가 권력을 잡게 된 계기가 된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첫 영화 ‘서울의 봄’은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등 선 굵은 영화를 만들어 온 김성수 감독의 연출작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부터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을 비롯한 다양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극중 황정민은 12.12 군사반란의 주동자 ‘전두광’ 역으로 전례 없는 연기 변신에 나섰다. 정우성은 군사 쿠데타를 경계, 군사반란의 주역들에 맞서는 ‘이태식’ 역을 분해 황정민과 팽팽한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긴장감 넘치는 그날의 9시간이 전개된다. 

이하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개봉 전부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친척들이 써준 건가 싶을 정도로 시사 반응이 좋더라.(웃음) 하지만 아직 영화가 관객에게 공개된 게 아니라 긴장된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이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일까 싶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시사 이후 배우들의 반응은 어떤가?

황정민, 정우성 배우 모두 힘들어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영화 속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황정민 배우에게 농담 삼아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 다녔냐”고 물었는데, 황정민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이 이야기가 큰 충격이었다고 하더라. 정우성 배우는 서 있을 힘조차 없다고 했다. 간지러운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편인데 배우들과 “영화에 출연해 줘서 고맙다”, “좋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 진심이었다. 

-12.12 군사반란을 최초로 다룬 영화다.

무거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자칫 그날의 일이 멋지고 근사한 악당들의 이야기로 그려질까 우려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손을 놓을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용기를 냈다. 군사반란죄로 대법원 판결 당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맞서 끝까지 싸운 증인들이 있다. 끝까지 싸운 자들의 이야기를 부각시켜 영화를 만들면,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위해 어떤 짓까지 했는지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12.12 군사반란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그날 서울에 울렸던 총소리를 실제로 들었다. 당시 한남동에 살았는데 육군참모총장 건너편 친구 집에서 총소리를 듣고 장갑차를 따라간 기억이 있다. 육교를 넘어가야 하는데 군인들이 막아 세웠고, 총소리에 모두가 주저앉기도 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몸이 덜덜 떨렸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상영을 멈출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사실의 정황적 묘사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욕망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극중 캐릭터들의 이름을 조금씩 수정했다. 이름을 바꾸면서 비로소 창작의 자유를 얻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웃음)

-이름이 있는 캐릭터만 약 70명에 달한다고 들었다. 

인원을 대폭 줄였는데도 이름과 대사가 있는 배우만 68명이더라. 신군부 세력은 반듯한 인상을 가진 배우들로 배치했다. 남아있는 당대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똑똑하고 근사하고, 멋진 인상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는 군인들은 굶주린 늑대 무리 같은 느낌을 가져가고자 했다. 영화를 찍는 것보다 캐스팅이 더 힘들었다.(웃음) 

-‘전두광’, ‘노태건’ 등 캐릭터 이름이 탄생한 비하인드를 전하면?

전두광의 ‘광’은 빛날 광이다. 여러 이름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항상 전두광이 1등이었다. 사람들이 그 이름을 너무 좋아했다. 밝히자면 캐릭터 이름을 전부 다시 만들어서 외우느라 애를 먹었다. 배우들의 실제 이름은 아는데 캐릭터 이름은 많이 헷갈렸다. 

-극중 ‘전두광’ 역에 황정민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 ‘아수라’를 촬영할 때 황정민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이후 정민 씨의 초청으로 연극 ‘리처드 3세’를 보러 갔는데, 내면이 뒤틀린 왕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또 놀랐다. 두 번째 관람 때는 말을 할 수가 없더라. ‘전두광’ 역은 정민 씨가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머리 특수 분장을 두고 말이 많은데, 정민 씨가 1초 만에 동의한 부분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지우면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정민 씨에게 가발은 가면이자 의상이었다.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의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사실 우성 씨는 처음에 출연을 고사했다. 영화 ‘헌트’를 찍은 직후였는데, 캐릭터가 유사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우성 씨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실 인연이 있는 배우니까 제가 부탁하면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웃음) 예상치 못했던 거절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정해인, 이준혁 등 특별 출연 라인업도 화려하다.

우선 정해인 배우는 넷플릭스 ‘D.P.’에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한준희 감독에게 정해인 배우를 극찬했고, 우리 작품에 캐스팅하면 어떨지 이야기까지 나눴다. 사실 워낙 바쁜 배우라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운 좋게도 촬영 스케줄이 맞아서 합류하게 됐다. 이준혁 배우는 업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사람이다. 괜찮은 배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역이든 좋다고, 함께하자고 말해주더라. 너무 감사했다. 

-1970년대 후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디테일도 화제다.

어쨌든 감독은 거짓말을 치는 사람이다. “이건 이렇다 칩시다”라는 전제 안에서 영화를 만든다. 영화의 전제가 관객에게 가닿기 위해선 실재감이 중요하다. 실재감이 깊어질수록 핍진성이 생기게 된다. 배경이 생생하게 살아난 건 제 노력이라기보단 같이 일한 팀의 역량 덕분이다. 1979년 12월, 서울의 공기까지 구현한 미술감독의 덕을 봤다. 모든 게 진짜처럼 보였다.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 연기 경력이 길거나 연극에서 활동해온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움직이는 동작 하나 하나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셨다. 

-끝으로 ‘서울의 봄’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나?

엔딩 장면에 12.12 군사반란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사진을 넣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날을 떠올리면 이 사진부터 생각난다. 그들에게 단체 사진은 승리의 기록이다. 자랑스럽고 멋진 기억일 것이다. 여러 의미를 부여해 그들이 생각하는 자랑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당신들의 자랑과 기쁨이 이 영화에선 패배의 기록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고, 의도했던 바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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