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정현태 기자] “여담으로 외부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데 우리 매니저가 선배님 놀라게 해 준다고 대본을 가지고 왔어요. 시놉까지 한 6~7개를 가져왔는데 정말 좋아 읽지도 않고 꽉 껴안고. 뭐 묻을까 봐 의자에도 못 내려놓고 가지고 있다가 집에 오자마자 봤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저한테는 너무 설레었던. 보통 이렇게 설레면 나중에 약간 실망도 하기 나름인데 근데 1도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지난 17일 JTBC 수목드라마 ‘기적의 형제'(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SLL)가 16부작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기적의 형제’는 윤동주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빚뿐인 작가 지망생 육동주(정우 분)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소년 강산(배현성 분)이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진실 찾기를 통해 기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다. 소희정은 극 중 육동주의 엄마 차영숙 역을 맡았다. 차영숙은 순진한데 무작정 순진하기만 해서 잘 속고 술·노래를 좋아하며 음주운전 등의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런가 하면 남편이 네 살배기 육동주만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후 힘들고 고단하며 외로운 삶을 산 인물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TV리포트 정현태 기자와 지난 25일 만난 소희정은 “역할을 딱 받자마자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유는 되게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못 가진 게 너무 많고 깨끗하고 순수하고 이런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그런 역할이 들어온 거다. 그래서 말도 못 하게 좋았다. 캐릭터를 받았던 것 중에는 정말 첫눈에 반했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희정은 “감독님이 딱 한마디 했는데 ‘영숙은 예쁜 사람이야’. 예쁜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셔서 고민을 집에 가서 했다. 감독님이 처음 주는 디렉팅이니까 캐릭터 빌드업하면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냐. 그래서 이게 외모가 예쁘다는 건 아닌 거 같고 마음이 예쁜 사람인 것 같다. 처음에 그렇게 사고를 치고 옷을 좀 화려하게 입고 이런 거는 사람이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마음이 깨끗하고 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때가 있잖냐. 저 역시도 그런 적이 있었고. 그랬을 때 뭔가 과시하고 막 이런 것들. 기본적인 성향은 착하고 생각하는 것도 예쁘고 그런 사람이지만 생활이 어렵다 보니 실수도 저지르고”라고 얘기했다.
소희정은 “돈도 없고 알바하는 입장이고 술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 얼마나 자기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싫었겠냐. 그런 거가 사람들한테 자꾸 무시당하는 게 싫고. 아들도 작가라고 해도 다 아르바이트하고 택배일하고 그러는 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거다. 그런 거의 한 표현으로 그렇게 과장되게 스타일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소희정은 “중점적으로 제일 고민했던 부분은 순수함이었던 것 같다. 깨끗함. 그게 제일 고민이 됐고. 내면을 잘 표현하는 게 쉽지 않잖냐. 그런 순수함이 표현이 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본상에 잘 쓰여 있기도 하고 재밌게 했던 것 같다”라며 “어쨌든 영숙이가 되게 맑고 깨끗하고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까지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수를 해도 사람이 그냥 속이 그대로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극 중 차영숙의 정말 해맑게 웃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소희정은 “그게 의도한 건 아니었다. 저도 그 장면, 맑게 웃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인스타에다가 올렸다. 내가 정말 이렇게 웃나? 이랬더니 어떤 친한 지인이 그렇게 웃을 때도 있다고 얘기해 주더라”라며 “맨날 그렇게 웃었으면 너무 좋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 너무 좋았다. 인물에 많이 입혀졌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쭉 인물로 가다 보니까 좋을 때 약간 좀 아들바보 같은 웃음도 나오고. 감독님이 또 잘 체크해주시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3년 방송된 드라마 ‘상어’ 이후 박찬홍 감독X김지우 작가와 재회한 소희정. ‘기적의 형제’는 무려 24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 오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대한민국 드라마계의 ‘거장 콤비’ 박찬홍 감독X김지우 작가의 11번째 작품이다. 소희정은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굉장히 서로 존중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봐도 작가님은 감독님한테 모든 걸 다 맡긴다고 이러고 감독님은 우리의 대빵은 작가라고 맨날 얘기하시고 이러시는데 제가 봤을 때는 두 분 다 천재시다. 글도 너무 완벽하게 쓰셔서 저희가 대사 거의 수정 없이 하는 편이다. 너무 근데 잘 붙고.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작품에 대해서 전혀 이렇게 뭐 하시면서 그런 건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서로 그게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같이 하시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두 분 작품 보면 어쨌든 색깔이 있잖냐. 인물에 대한 깊이라든가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철학적인 면? 이런 것들이 두 분이 맞지 않으면 계속 같이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마니아층도 있는 것 같고 잘 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정현태 기자 hyeontaej@tvreport.co.kr / 사진=이엘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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