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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신현수 “구체 나타나면? 부모님과 도망가야죠”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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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신현수에게 ‘방과 후 전쟁활동’은 터닝포인트다. ‘일상’을 보여주는 연기만이 진실할 수 있다는 연기관을 이 작품을 통해 깰 수 있었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배우 신현수의 시야를 넓혀주는 데는 작품에의 참여도도 주효했을 터. 감독은 신현수에게 그의 마지막 대사를 맡겼다. 오랫동안 이춘호로 살았던 그가 이춘호의 마지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신현수는 “어떤 상황 속에서 이 말이 하고 싶을 때 그냥 한번 툭 뱉어봤는데 ‘어, 좋은데?’라며 대사와 포인트를 살려 주셨다”라면서 “6부 무전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대사를 써보라고 제안해 주셨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현수는 정성 들여 편지를 썼고, 그 내용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됐다. 신현수는 “제 촬영이 없는데 아이들 촬영 날 감독님께서 ‘네가 와서 실제로 읽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셔서 의상 다 입고 분장 다 하고 아이들 뒤에서 (대사를) 읽어줬다. 저도 눈물이 나고 아이들도 실제로 울음이 터져서 다같이 대성통곡했다”라고 떠올렸다.

신현수가 마음을 다해 연기한 이춘호 캐릭터를 향한 시청자의 사랑도 이어지고 있다. 신현수는 “무척 기분 좋고 감사하다. 전에 사랑을 받은 것과는 다르더라”라면서 “이전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에 색다른 모습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나, 제 연기에 대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하루하루 좋은 에너지로 살아간다. 봄과 함께 개화한 것 같다”라고 행복감을 드러냈다.

지인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신현수는 배우인 친구에게 “자존심 상해. 신현수 연기 보면서 울었어”라는 반응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눈물 셀카를 찍어 보냈다. 춘호를 보고 슬펐다기보다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아이들이 춘호를 애정하는 마음으로 목 놓아 울어줘서 슬픔의 정서가 정확하게 느껴진 것 같다”라고 겸손한 면모도 보였다.

10년 만에 로맨스 외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신현수, 그는 10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춘호를 만나 꽃 피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현수는 “천천히 잘 다지면서 걸어 올라왔다”라고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춘호를 만나 장르물도 만나고 군인이란 인물도 만났고, 조금씩 단단해지고 쌓아가는 느낌이고 더 단단하게 쌓고 싶었다. 서툴게 올라가는 것보다 천천히 단단하게”라고 소신을 전했다.

이춘호 역할은 신현수에게 새로운 장을 가져다줬다. “청춘물, 로맨스는 내가 원하는 취향이었다”고 말한 신현수는 “경험하지 못한 것, 죽음, 살인 같은 것들을 내가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했고, 서툴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기에 경험을 녹일 수 있는 현실적인 작품을 주로 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크리처물인 ‘방과 후 전쟁활동’을 만나 신현수는 “장르물의 매력을 알게 됐고,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연기하며 내 진심을 투영할 수 있게 됐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고 시야가 넓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후 장르물, 악역 연기에도 욕심을 갖게 됐다고. 구체적으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배우는 연기를 위해 상상하고, 몰입해야 한다. 신현수는 ‘만약 실제 구체라는 존재가 지구를 덮친다면?’이라는 질문에 “도망가야죠”라고 웃으면서 “외동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도망갈 거다. 최대한 추운 쪽, 남극에는 구체가 없기 때문에”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존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길어야 하루? 이춘호가 대단한 거다. 우리 모두 이춘호처럼 살 수는 없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극중 두 명의 좋은 어른 이춘호와 박은영(임세미 분)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누리꾼의 의견들도 쏟아져 ‘방과 후 전쟁활동’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신현수는 이런 반응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예상도 못한 반응이었던 것. 그는 “점점 진화하더라. ‘환승연애’ 오프닝처럼 만들어서 마치 춘호와 은영이 3년 7개월 연애하고 헤어졌다가 마지막에 선택 안 하는 걸로”라면서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응원하는 거면, 빨리 작품을 하나 해야 하나 싶다. 이렇게 반응이 뜨겁다면 함께 작품할 의향이 있다”라고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신현수는 춘호의 ‘모자’에 대한 반응도 언급했다. 춘호가 가장 멋질 때를 묻는 질문에 자신도 “모자 썼을 때”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다들 모자 벗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눈을 안 보여주는 모습과 보이스톤이 가진 느낌들이 춘호에게 잘 어울려서 극대화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은 주로 다른 배우들과 있는 단톡방에서 본다고. 신현수는 “단톡방이 거의 폭파 직전이다. 한 시간이면 300개가 와 있다. 젊은 친구들이다보니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온다”라고 단톡방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어린 친구들과 작업하며 세대차이도 느꼈다고. 신현수는 “세대차이는 있었다. 언어로는 느끼는 게 없었는데 제 앞이라서 (말을) 가렸나 보다”라면서도, ‘주민등록증 사건’을 털어놨다. 그는 “나이는 다 다르지만 동료라고 생각하는데, 00년생인 신혜지에게 ‘너는 뒷자리가 3이겠구나, 나는 1인데’라고 했더니 ‘우리 아빠도 1인데’라고 하더라. 거리감이 확 느껴졌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그러다보니) 정말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품게 됐다”라고 말했다.

대본을 읽고 와닿고, 표현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다는 신현수는 지금 멜로를 찍고 있다. 그런데 차기작 현장에도 여전히 ‘이춘호 소대장’의 그림자가 남아있다고. 촬영 중 작품이 공개되자 동료들이 현장에서 ‘소대장’이라고 부른다는 신현수는 “(이춘호를) 에둘러 밀어내면서, 열심히,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사랑 이야기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작품 선택에 있어)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은 게 1순위다. 멜로는 일상을 다루는 것이고, 사랑을 표현하는 게 즐겁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현수는 이춘호에게 “소연이의 마음 속이든, 시청자의 마음 속이든,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고생했다”라고 인사를 전하며 ‘방과 후 전쟁활동’을 떠나보냈다. 또 이 작품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신현수 나오는 거 재미있더라, 신현수 연기 좋더라, 이번에도 잘하더라 같은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부단히 노력해 안주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의 파트2 7~10화는 21일 티빙에서 공개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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