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이동휘에게 배우 최민식은 함께만 있어도 영광인 존재였다. 두 달 간의 필리핀 생활에서도 그렇고, 연기 선배로서도 그렇고 최민식은 귀감 그 자체였다.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카지노’ 종영 인터뷰에서 이동휘는 “최민식 선배님은 후배에게 존재만으로 귀감이 되는 배우”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현장에 늘 한 시간씩 일찍 왔고, 그렇기에 이동휘도 이를 따랐다. 이동휘는 “일찍 오라고 절대 안 하셨는데 스태프에 대한 배려를 보고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먼저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먼저 말씀하지 않으신다. 계속 기다려 주시고, 주눅들지 않게 해주신다”라며 최민식의 자세와 배려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부드럽게 포용을 잘해주시고, 한편으로 방심하지 않게끔,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준비해오게 만들어 주시는 등대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카지노’ 스태프에게 필리핀 현장은 전지훈련 같았다고 이동휘는 말했다. 그는 “할 수 있는 게 대본 보는 것밖에 없었다. 씬 분석하고 캐릭터 간 유기적으로 만들려 고민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 집중도 면에서 최고였다”라고 떠올렸다. 최민식과 각별했던 이유는 역시 붙어있는 시간 때문이었다. 이동휘는 “무식과 정팔은 같이 나오는 씬도 많아서 가족보다 더 많이 같이 시간 보냈다. 조식 먹는 걸로 시작해서 촬영 끝나서 돌아올 때까지 같이 있었다”면서 “호텔은 방에서 방으로 전화를 하지 않나.(최민식 선배님) 방에 ‘동휘’ 하고 방 번호가 적혀있는 걸 봤다. 방으로 전화해서 ‘뭐 먹을래?’ ‘뭐 할래?’ 물으시길래 ‘할 게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웃으시더라”라고 일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더운 날씨, 에이전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정장을 고수했던 이동휘는 땀이 나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슈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에이전트는 호텔 안에서 많이 일을 하지 않나. 밤에도 많은 일을 하다보니 정장을 입고 (폼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타일링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상구 역의 홍기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동휘는 “상구형과 다른 결로 하고 싶었다. 머리 짧게 한다고 하시길래 저는 길게 대비를 줬다. 상구형은 어둡고 나는 밝게. 만화 중에 ‘아치와 씨팍’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토대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더라”라며 만족했다. 흑화되는 정팔이를 그릴 때 의상 변화는 필수였다. 이동휘는 “화려했던 톤이 어두워지도록 했다. 초반에는 다양한 패턴의 셔츠를 입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디테일을 줘 보자고”라며 스타일링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음을 전했다.
강윤성 감독의 연출 특성 상 배우들의 참여가 자유롭다. 이동휘는 대사도 만들어 추가했다고. 그는 “다 욕이었다. 욕으로 된 건 다 제가 만든 거다. 비속어를 많이 가지고 왔다.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라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강윤성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연구하고 오느냐에 따라 격차가 있다. 진짜 열심히 파서 만들어 온 게 받아들여졌을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부분일테니 장점이 될 거다. 그런데 그런 노력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배우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동휘가 감독을 졸라 넣은 씬도 있었다. 소정에게 찾아갔다가 전화를 받지 않자 꽃다발을 던지는 장면이 이동휘의 아이디어였다고. 그는 “5분 만에 급하게 찍었다. 대본 상에서는 ‘왜 내 전화 안 받지?’ 정도였다. 그런데 회의 끝에 정팔의 얼굴에서 ‘그래 사람 사는 게 그렇지’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빌다시피 해서 찍은 장면”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최민식뿐 아니라 손석구와의 연기에도 이동휘는 만족했고,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손석구 형의 노력이 정말 많은 부분에 들어가 있다. 본인의 역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역할에 대한 개연성, 인물 간의 입체적 설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주셨다. 자극도 많이 됐고, 생각 못한 부분을 많이 배웠다”라면서 “맡은 바 역할, 오로지 연기만 생각하고 해주기 때문에 너무 같이하고 싶은 배우다. 다른 사람을 걱정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런 걱정이 전혀 안 들게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한다”라고 손석구의 열정적인 자세를 추켜세웠다.
필리핀 촬영 당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성공한 뒤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이동휘는 “처음 (‘카지노’ 찍으러) 도착했을 때는 석구 형을 잘 몰랐다. 필리핀 분들도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시더라. 나중에는 호텔 로비에 (필리핀 팬이) 기다리고 있고, 석구 형 어디 있냐고, ‘석구 히얼?’이라고. 그 정도로 대박이 났다. 나한테도 (손석구 어딨냐고) 물어보시고”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휘는 ‘카지노’ 결말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어머니는 안 보시는 것 같다. 너무 비호감으로 나오니까”라고 속상해 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아껴 보신다고 하시다가 마지막 회에 (시사회에) 초대해서 보셨는데 좋은 말씀 해주셨다. 좀 멋있게 나와야 볼 만하실 텐데 진상으로 나오니까”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늘 갖고 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 연기에의 성장에 대한 의지를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강하게 드러낸 이동휘는 “‘타르’의 케이트 블란챗 연기를 보고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최민식 선배님을 보면서도 그렇고”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독립영화이 존재의 이유도 강조했다. 할리우드 제작사 A24의 선전을 보며 느낀 바가 많다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제작사가 투자를 하고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선택 받는 직업이기에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이동휘는 “독립영화를 짬을 내서 하는 이유는, 저예산이지만 내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휘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한 MSG워너비 활동에 대한 갈망(?)도 살짝 드러냈다. ‘정상동기’와 함께 데뷔했던 M.O.M이 신보를 들고 활동하는 것을 보며 “부럽다. 지석진 형과 한팀이 됐어야 하는 건데. 추진력이 부럽다”라면서 “그 팀에는 지석진, 강창모, 리더가 둘이다. 박재정이 군대가면 그 자리를 노려 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노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도 말했다. 이동휘는 “해리 스타일스를 보면서 ‘나는 하면 안 되겠구나’ 마음을 접었다. 거미 누나 공연도 봤는데 ‘아이구 우리 후배님’ 하시더라.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라면서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개그캐’인줄로만 알았던 배우 이동휘는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 외 ‘부캐’에 대한 욕심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카지노’의 정팔은 어쩌면 새로운 형식의 빌런이고, 최후의 생존자이고, 이동휘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인생캐’ 중 하나다. 맡은 역할을 생각하면 “늘 아쉽다”라고 말하지만, 이동휘가 잡아가는 그만의 연기 스타일, 캐릭터는 시나브로 관객과 시청자에게 스며들어 누구나 할 수 없는, 이동휘만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또 넓혀가고 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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