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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김신록 “실제 투자 경험? 주식 200만원 넣어 10만원 됐죠” [인터뷰①] ​

정윤정 에디터 기자 조회수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김신록에게 ‘재벌집 막내아들’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마침 마지막 방송 날짜도 크리스마스여서 ‘선물’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넷플릭스 ‘지옥’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김신록은 범국민적 사랑을 받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분)에게 늘 당하기만 하는 고모이자, 재벌가의 셋째 ‘고명딸’, 그리고 순양백화점 사장인 진화영을 연기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줄곧 긴장이 흐르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와 함께 코믹 릴리프 역할을 톡톡히 해낸 진화영 캐릭터. 늘 당하고, 징징대고, 울고, 때로는 애교도 부리고,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김신록은 이 역할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김신록만이 할 수 있는 진화영을 만들어냈다.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김신록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작품을 마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다. 주말 3일을 TV 앞에 모여 앉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소감과 감사의 말을 꺼냈다.

​이어 김신록은 진화영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공들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타일링에서부터 연기 포인트까지, 김신록은 철저하게 준비했고, 또 살아난 캐릭터를 따라가기도 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에 있어 김신록은 “시대 고증을 했다”면서 “백화점 빼앗긴 뒤 화장이 옅어진다. 정치인 와이프로라도 구색을 맞추겠다는 생각에 옷도, 화장도 옅어졌다”고 스타일링 포인트를 짚었다. 백화점 사장이라는 설정 때문에 의상에도 공을 들여야 했다. 김신록은 “진화영이 백화점 사장인데, 일하는 부분은 안 나오지만 백화점 입점 업체를 선정하고 신상품을 셀렉하는 걸 개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촉 좋고 센스 있었을 것이고, 명품 브랜드 말고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릿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 실제로 시착하고 믹스매치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재벌이지만 다른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신록은 진화영을 연기하며 욕망과 욕구의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 오빠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남들이 보면 괜한 욕심, 욕망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아 싸우고 술수를 부리고 울고 하는 것이다. 살아남아 보려는 자기의 몸부림인 거다”라며 “욕구와 욕망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욕구는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욕방은 부족하다 생각하여 바라는 마음이더라. 큰 걸 바라는데 항상 부족하다 생각해서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이 나나보다. 그 차이에서 오는 역동성, 드라마적으로는 이 인물이 그 역동성을 가져가줘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역동성을 위해 ‘일관됨’을 포기했다는 김신록은 “움직임, 목소리에 낙차를 크게 두려 했다. ‘이런 인물이야’ 하고 표현하면 일관될 수 있고, 역동성에서 멀어질 거 같았다. 재벌이고 도도한데 애교 부려도 되나 이런 생각 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니 애교 부리고, 화내야 하는 순간에는 극단적으로 화를 내고, 상황 상황을 더 극적으로 설계해 그것들의 충돌이 역동성을 가져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감정폭이 가장 컸던 역할이었다”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캐스팅 과정도 궁금했다. 전작인 JTBC ‘괴물’에서의 연기가 캐스팅에 주효했다고 밝힌 김신록은 “JTBC 본부장님이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후보로 시상식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보셨는데 그때 보시고 ‘부잣집 연기를 할 수 있겠다’ 하셨다더라”며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는데, 9, 10부 주식으로 다 잃은 폭 넓은 감정 연기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하셔쏙, 대화 끝에 캐스팅됐다”고 전했다.

진도준의 꾀에 넘어가 주식 투자를 해 1400억 원을 날린 부분은 단연 진화영의 최고 명장면이다. 끝 모르고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안경까지 써가며 들여다보고 설레다, 욕심을 부려 결국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고 진화영은 유용한 백화점 자금을 모두 날려 절망한다. 배우 김신록은 실제 투자 경험이 있었을까? 그는 “주식, 코인, NFT 이런 것들,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률은 절망적이었다. 그는 “코인 50만원 넣어서 1만원, 주식 200만 원 넣어서 10여만 원 됐고, 코인은 없어질 것 같다.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해보긴 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아쉬워했다.

경험이 녹아있어서인지,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진화영 연기는 더욱 실감났다. 배우 김신록은 진화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김신록은 “굉장히 욕망이 많고, 욕망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분투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 재미났다.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나. 윽박, 애교, 눈물의 호소 등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행동하는 캐릭터라 배우로서 할 몫이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했다.

전작 ‘지옥’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싱글맘 박정자를, ‘재벌집’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고명딸을 연기해 극과 극의 상황을 맛본 소감도 전했다. 김신록은 “눈치를 보고 안 보고의 차이더라. (진화영이) 눈치 안 보는 캐릭터라 훨씬 재미가 있었다. 아버지 눈치를 보기는 했다. 남편 눈치도 보고”라며 웃었다.

진화영이 시종일관 눈치를 봐야 했던 진양철 회장, 배우 이성민과 함께 한 신은 김신록에게 남달랐다. 주식으로 돈을 날린 뒤 이성민과 1대 1로 붙는 상황을 연기하며 김신록은 “선배님께서 연기를 시작하시면 공간의 공기가 달라질 정도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는 “함께 연기하며 수혜를 입었다. 선배님이 만들어내는 진실감에 올라타서 연기할 수 있었다. ‘1400억만 빌려주세요’ 대사 앞 지문이 ‘민망한 듯 주서하며’였는데, 이성민 선배님이 동선상 멀어지니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해서 거의 점프를 했다”고 지문과는 다른 연기를 해낸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선배님과 연기했기 때문에 아픔도 못 느꼈다. 노 프라블럼”이라고 만족했다.

솔직한 감정 표현 덕분에 진화영은 순양가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진양철 회장이 쓰러졌을 때도 진심으로 슬퍼한 건 ‘고명딸’ 진화영뿐이었다. 감정의 폭이 크기에 코믹 릴리프로서의 역할을 자주 했던 진화영과 그의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 김신록은 “웃음을 담당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찍다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집안에서는 뜻대로 되는 게 없는데 남편이라도 말썽 안 부리는 사람을 고르려 했고,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가부장적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고, 오빠들 사이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려 하는데, 공주처럼 떠받드는 사람 만나 충족감을 얻고, 때로는 답답하고 부실하지만 내 뜻을 따라주는 사람, 나를 공주처럼 예뻐해주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쨌든 부부고, 애도 없는데 이혼도 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티키타카하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지고볶는다”고 진화영 최창제 부부가 시청자의 웃음과 공감을 산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김신록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최창제가 아닌 진도준과 함께한 신이었다고. 김신록은 “진도준에게 ‘주제 넘게 굴지 마’라고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진도준이 초반에는 아웃파이터처럼 밖으로 돌며 서서히 옥죄지 않나. 여유있게. 그때 진화영은 다이렉트로 ‘주제 넘게 굴지 마. 너네는 우리랑 달라. 순양의 상속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화영이 맘껏 하는데 그걸 송중기가 단단하게 버텨줬고, 그래서 그 장면이 밀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을 연기하며 쾌감도 있었고, 버텨주는 송중기를 보며 ‘주인공은 괜히 주인공이 아니구나’ 감탄도 했다”고 송중기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송중기에 대해 “움직여서 행동으로 많은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고, 본인의 계획, 방향성을 세밀하게 추정해 신을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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