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등장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범상치 않은 비주얼과 카리스마로 짧은 분량에도 확실하게 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배우 이중옥 얘기다.
이중옥은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초반, 마약반이 쫓는 마약 중간책 환동 캐릭터로 등장해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어?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제대로 봤다. 이중옥은 영화 ‘마약왕’의 윤강식, OCN 드라마 ‘손 the guest’의 폐차장 형제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던 바.
“첫장면에 나와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관객을 만나는 시작 지점이잖아요. 출발을 잘 해야 관객들이 영화를 편하게 보니까, 부담감이 많았죠. 감사했던 건 다들 편하게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눈에 덜 익은 배우라서 그런지 먼저 와서 말도 걸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죠. (진)선규 형과는 연극시절부터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 편했고요.”
류승룡과의 남다른 인연도 있었다. 이중옥은 “선배님은 기억 안 나실텐데, 2010년도에 연극 ‘양덕원 이야기’를 보러 오셨다. 출연진 중에 친구분이 있어 보러오셔서 간단히 인사 정도 나눴다”고 전했다.
이중옥은 ‘극한직업’에서 코믹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면, 전작 ‘마약왕’에서는 작은 체구를 뚫고 나오는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마약왕’에서 거둔 가장 강렬한 수확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죠. 존경하는 송강호 선배님이랑 연기를 한다니. 꿈이었거든요. 정말 편안하게 잘해주셨어요. 하고 싶은대로 연기하라고 엄청난 배려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랑 같은 극단(차이무)인 김소진 배우가 송강호 선배님의 배려에 정말 많이 감동했다고 했는데, 저역시 마찬가지예요. 선배님이 돋보이는 것보다, 후배들을 살려주려고 노력하시는 걸 함께 연기하는 입장에선 느꼈죠. 대단하신 분이에요.”
연극무대에서 종횡무진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무대밖으로 나온 것은 영화 ‘마약왕’부터다. 8년 4개월 연애 끝에 결혼한 그는 신혼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일거리가 끊겼다. 6개월 가까이 연기를 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단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 사무실을 돌았다.
“6개월 가까이 일이 없었어요. 그렇게까지 일이 없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막막했어요. 결혼까지 했으니 더 절실했죠. 불안한 심정에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어요. 그러다 ‘마약왕’ 제작사에서 연락이 와 오디션을 봤어요. ‘마약왕’ 제작자 김원국 대표님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이중옥은 이창동 감독의 조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버닝’에도 출연했다. 낙하산(?)이 아닌, 당당히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단다.
“‘버닝’에 순찰 캐릭터로 나왔어요. 원래는 대사도 있었는데.(웃음) 작은 아버지(이창동)가 직접 오디션을 보셨어요. 단역 캐릭터까지 모두 직접 오디션을 보시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작은 아버지 앞에서 오디션을 보려니 환장하겠더라고요.(웃음) 민망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작은 아버지,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공감해주시고 큰소리도 한 번 안 내셔요. 보시는 이미지 그대로예요.”
이중옥의 차기작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가제, 허진호 감독)다. 판결문을 읽는 의금부 판사 역이다 보니 장문의 대사가 많다. 최민식, 한석규라는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실수 없이 연기하려다 보니 떨리는 순간도 많았단다.
“전부 다 선배님들이잖아요. 어떤 장면에는 신구 선생님, 김홍파 최민식 한석규 임원희 윤제문 선배님까지. 거의 뭐 각자 단독 주연을 맡아서 이상하지 않을 분들이 한 장면에 다 모여서, 와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A4 1/3 페이지 정도 분량의 판결문을 틀리지 않고 읽어야 했어요. 연습 정말 많이 했죠. 감사한 건 최민식 선배님의 유쾌함, 한석규 선배의 신사다운 배려였죠. 최민식 선배님은 현장에서 농담도 자주 건네시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시는 힘이 있어요. 한석규 선배님은 조용조용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세요. 감사했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지킴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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