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지난 14일 끝났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유시진 대위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전국의 여성들이 슬퍼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기승전 송중기’ 드라마로 불렸다. 비현실적이고 오글거리는 상황도 많았지만, 송중기니까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유시진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판타지를 모두 품은 사기 캐릭터였다. 일 잘 하는 군인인데, 여심도 저격하는 멘트까지. 송중기의 담백한 꿀성대와 연기가 유시진의 매력을 120%로 배가시켰다.
특히 ‘태양의 후예’의 매력은 달달한 멜로였다. 군인인 유시진 역의 송중기와 의사인 송혜교의 로맨스는 신선했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안겼다. 특히 비주얼도 연기도 아름다운 송중기와 송혜교는 역대급 케미스트리를 뽐내 ‘송송 커플’로 불리며, “실제 사귄다”는 열애설까지 불거졌다.
‘태양의 후예’가 끝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15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유시진이 아닌 송중기를 만났다. 송중기는 유시진 불사신설, 군국주의 논란, 송혜교와의 호흡 등에 대해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배우들도 방송으로 모니터를 했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디서 ‘태양의 후예’를 시청했나?
“방송은 (이)광수네 집에서 몇 번 봤다. 최근에는 광고 촬영장에서 많이 봤던 것 같다. 사전 제작이기 때문에 반응이 너무 궁금하더라. 기자님들의 기사로만 보기에는 궁금한 구석이 있어서 제 중학교 일반인 동창들하고 본 적도 있다. 서로 할 얘기, 못할 얘기들을 하는 사이다.”
– 유시진은 남자들의 적 또는 영웅이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두 번째 질문부터 답하면, 오히려 유시진에게 어떻게 이렇게 해야 내 여자가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김은숙, 김원석 작가가 만들어준 것이지만,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왜 유시진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내 남자에게 듣고 싶은 말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실제도 유시진과 비슷했다면 엄청난 사랑을 받았을 텐데. 유시진이라는 남자가 진짜 있을까 싶다. 작가의 말처럼 유시진은 판타지 같기는 하다. 결혼한 친구들도 많이 뭐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적이라고 하긴 뭐 하다. 히어로는 부담스럽고, 그냥 멋진 놈인 것 같다.”
–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오글거리지 않았나.
“김은숙 작가의 대사에 대해서는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그 의견도 존중하지만. 작가들이 준 대사를 연기하면서 사실 오글거림을 많이 느끼진 않았다. 혹여나 그렇게 느낀 부분들이 있다면 내가 가진 색깔로 잘 융화시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단점이 있으면 제 장점으로 보완을 하면 되고, 제 단점이 있으면 파트너가 보완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이 조직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리게 들린다면 제가 대사를 그렇게 안 치면 되는 거다. 서로 버무리면 되지 않나 싶다.”
– 유시진이 계속 살아나서 불사조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불사조 맞는 것 같다. 많이 살아돌아오더라.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나는 마음에 들었다. 뭐니 뭐니해도 우리 드라마의 장르는 멜로였고, 그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님들의 설정에 만족을 했고, 리스펙트 했다. 나도 15회를 보면서 유시진이 돌아올 때 뭉클했다. 15회 볼 때는 배우들과 톡을 하면서 봤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럽다.”
– 기억에 남는 대사는?
“기억나는 대사는 좀 많다. 어제 광고 촬영을 하다 대기실에서 ‘태양의 후예’ 연속 방송을 하는 것을 봤다. 그러다 한 대사를 보고 ‘저런 매력이 있구나’ 싶은 대사가 있었다. ‘졌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래봤자 내가 더 좋아하니까.’ 그게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15회 말미에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습니다’라는 대사도, 많이 나오는 말인데도 또 다르게 다가오더라.”
-대본을 보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는 장면보다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있었다. 와인키스를 하는데, 저는 걱정을 했다. 이게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이렇게 빨리 키스를 하는 것이 감정이 붙을까, 모연이와 시진이가 그만큼 감정 붙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제 생각이 잘 못 됐다는 것을 느꼈다. 대중들은 엄청나게 빠른 전개를 좋아해주시더라. 방송을 보고 굉장히 많이 놀랐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느꼈다.”
– 송중기 씨 보면, 멜로 연기에 특화된 것 같은데 비결이 궁금하다.
“제 멜로 연기 비결이라고까지는 하기는 그런데 저는 꼭 멜로 장르가 아니어도 무조건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책’이다. 책에 나온 대로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을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편이고, 이 대사, 이 장면, 그 전 장면, 이걸 작가님이 왜 썼을까에 대해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한 적이 많다. 또 굳이 멜로 연기 비결을 말하자면 평소에 제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멜로 연기할 때 느끼하게 하지 말자 그런 소신이 있다.
–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장면인가?
“서대영 캐릭터가 애드리브를 잡을 수 있지 않았다. 서대영보다는 시진이가 애드리브를 좀 더 했던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는 많이 하지는 않았다. 애드리브라면 서대영 상사와 했을 때 많이 했을 것이다. 되게 서로 슬픈 상황인데 남자들끼리 그런 얘기는 안 하지 않나. 농담으로 풀거나 그런 것을 많이 했고, 진구 씨가 잘 받아줬다.”
– 진구 씨가 송중기 씨와 술 주량이 막상막하라고 했는데?
“군인 역할로 나온 배우들이 많아서 술자리가 많았다. 막상막하라기보다는 저는 다음날 촬영이 있어서 안 취하려고 했는데, 형이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형을 절대 이길 수 없다.(웃음)”
– ‘군국주의’ 평들이 아직 남아 있다. 주연 배우가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작가님께서 대답해야 할 것 같다고 넘기려고 했는데 ‘주연 배우’ 입장이라고 하니깐 성실하게 답해야겠다. 군인이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9시 뉴스’ 앵커님한테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고, 기사도 많이 봤다. 그 의견들을 존중하는 바이다. 그렇게 보신 분이 그렇게 느꼈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저는 해석을 그렇게 안 했다. 아무래도 저도 작품을 받아보고 대사를 읽었고 연기를 했고 방송을 보는 입장이지만, 나는 어떻게 생각했을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라든가, 유시진 대위의 사명감, 책임감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누군가를 구하고 작전을 수행하고 이런 것이 국가의 개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약속’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더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커지면 강모연에 대한 약속일 수도 있고, 국가에 대한 약속일 수도 있고 크게 보면 평화일 수도 있다.”
– 송혜교 씨와 호흡이 굉장히 좋아서 스캔들도 났다. 이상형도 나이가 들면서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상형은 자극적인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 제 이상형은 변함없이 현명한 여자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태양의 후예’ 촬영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분이 혜교 누나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는 넘볼 수도 없는 선배님인데 이 분이 이 위치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괜히 이분이 송혜교가 아니구나’를 많이 느꼈다.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었다. 연기 슛 돌아갔을 때 연기하는 스타일도 그랬고, 15~16회는 강모연 선생님이 우는 신이 많았다. 제가 부상을 많이 당해서 요양하고 있을 때 몰아서 찍은 것이다. 그때 송혜교 씨가 제가 안 나오니깐 감정신을 연달아하면 힘든데도 본인이 자처해서 몰아서 한 것이다. 그때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도 앞으로 후배에게 그렇게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또 성격이 당당하신 편이다. 그런 점도 후배 입장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
– 또 도움을 받은 선배들이 있다면?
“연기하면서 쟁쟁한 배우분들하고 같이 했다. 정말 도움받은 분들이 많다. 강신일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됐을 때 정말 기뻤다. 촬영하다가 엎어진 작품이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뻤고, 얼마 전에 회식 때 선생님하고 번호 교환을 했다. 선생님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눈물이 날 정도였다. 선생님의 말씀이 공부가 많이 됐다.
진구 형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형은 영화를 굉장히 많이 하시고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여유로움이 있다. ‘너 해봐’ 그런 자세가 있으신데 나도 후배들한테 그렇게 해야겠구나를 느꼈다. 데이비드 맥기니스(아구스 역)한테도 고마운데, 한국에서 힘든 현장이었을 텐데 너무나도 나이스한 애티튜드와 열정이 대단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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