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캐스팅 비결이요? 글쎄, 이게 느낌적인 느낌이라….”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식을 치른 엄태화 감독. 단편영화 ‘숲’으로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이라는 영광을 누린 뒤 2013년 장편영화 ‘잉투기’로 독립영화계 한 챕터를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충무로를 발칵 뒤집어놨다.
잉여세대의 정서, 부유하는 청춘의 공기를 독특한 정서로 담아낸 ‘잉투기’는 전국 관객 1만70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피를 수혈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다. 특히 ‘잉투기’는 무명배우 류혜영을 대중에게 알린 값진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잉투기’로 관계자의 눈도장을 한 몸에 받은 류혜영은 2년 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다.
“‘잉투기’ 관객수가 1만7000명인데, ‘가려진 시간’ 시사회 관객수만 해도 벌써 1만 명이에요.(웃음) 기분이 묘하긴 하죠. ‘잉투기’는 각별한 영화예요. ‘잉투기’ 친구들은 끝까지 가고 싶어요. 김희상이란 친구는 이번 ‘가려진 시간’에서 신은수 양의 연기선생님이었어요. (류)혜영이도 잘 돼서 좋죠. 좋은 데 시집 보낸 느낌이랄까?(좌중폭소)”
엄태화 감독의 선구안은 ‘가려진 시간’에서도 빛났다.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른이 돼 나타난 13살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소녀가 주가 돼 이끄는 영화인 만큼 캐스팅이 성패를 좌우하는 작업이었다.
엄태화 감독은 300명의 오디션 끝에 연기경험이 전무했던 JYP 걸그룹 연습생 신은수를 발탁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신은수는 성민을 믿어준 단 한 명의 소녀 수린 역을 맡아 외로움이란 정서를 차분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움켜쥔다.
“배우 보는 눈이라…글쎄요, 이게 느낌적인 느낌이라 말로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분명한 건 전형적이지 않은 배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은수 양도 아역배우 특유의 습관이 없어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했죠.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동생) 엄태구도 유니크하잖아요. 일단 목소리부터.(웃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영화 ‘잉투기’, ‘가려진 시간’ 스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