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신인배우 장률이 국내 최초 렉카 액션을 담은 KBS 드라마 스페셜 ‘렉카’로 시청자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그는 검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의문의 남자이자 대기업 3세의 수행비서 김도훈으로 분했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도로에 기름을 뿌려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설 렉카 기사 앞에 나타난 의문의 검은 차 한 대. 그로 인해 미끄러진 검은 차는 여러 번의 회전 끝에 앞 범퍼로 쌓여있는 벽돌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자는 충격으로 열린 트렁크만 확인한 뒤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려 하고, 그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렉카 기사와 끈질긴 싸움을 벌인다.
60여 분의 러닝 타임 가운데 장률이 초반 등장하는 내용만 요약해도 드라마를 향한, 캐릭터를 향한 호기심을 생긴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제공하는 인물인 장률은 ‘의문의 남자’라는 설명처럼 여러모로 감춰진 캐릭터였다. 때문에 시청자에게는 두려움을 선사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감독님과 캐릭터를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태구(이태선 분)를 잘 움직이게 하면서도 작품에 힘이 있는 악역으로 존재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악역’이 우리 작품에 어울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대화 속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지만, 연기를 할 때 이입이 쉽진 않았어요. 다만 ‘김도훈은 자신에게 처한 위기도 스릴이라며 즐길 것 같다’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김도훈이 극단적인 상황에 치달을 때 오히려 연기에 힘을 받았어요.”
‘렉카’는 호흡도, 방송 시간도 짧은 단막극 환경에서 도전조차 쉽지 않은 카 체이싱 장면이 담겨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 여러모로 촬영 환경이 남달랐을 터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배려가 남달랐어요. 액션 연습도 많이 했고, 자동차 액션의 경우에는 동선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등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신경 써 주셨거든요. 촬영 전에는 카 체이싱 장면이 잘 담긴 영화를 찾아보고 배우들의 연기를 곱씹어 봤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떠올려봤어요.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큰 불편함, 위험함 없이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막극이지만 오롯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한 드라마를 끝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장률. 분명 배우에게 ‘첫 주연작’은 여러 의미로 남을 테지만, 장률에게는 ‘아쉬움’이 느껴져 궁금증이 일었다.
“‘렉카’를 보는데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모니터를 통해 확인되는 아쉬운 부분들은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거예요.(욕심이 많은가 봐요) 제가 욕심이 많다고요? 하하하,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욕심이 많아야죠. 사실, 욕심이 많은 것보다 생각이 많아서 그래요. 평소에 생각도 경계심도 많아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도 그 면모를 버리지 못해서죠. 많은 부분이 다 조심스러워서 그런 것 같아요.”
한정된 시간에 나누는 짧은 대화 몇 마디로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표현은 다소 건방질 수 있지만, 한 작품을 마친 배우와 작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배우를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나 장률은 달랐다. 대화를 나눌수록 물음표를 키웠다. 그래서 하루빨리 다음 작품을 마친 이 배우와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졌다. 선도 악도 유연하게 소화하는 이 배우의 다음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까. 또 얼마나 조심스럽게 자신의 캐릭터를 알아갈는지 궁금해졌다.
“내 다음 페이지요? 글쎄요. 나는 워낙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일단 ‘경계’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조심스러움이 나의 아이덴티티인 것 같아요. 나를 잘 아는 동료들은 그런 내게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즐겨도 된다’고 조언하기도 하는데, 생각도 경계심도 많은 내가, 언젠가 모든 걸 즐기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 사진=최지연 기자 choijiy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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