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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내 인생, 최민식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인터뷰]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심은경은 한동안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다. 부담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한숨이 늘었다. 도무지 연기란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던 시기,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을 만났다. 배우 인생 처음 맞이하는 캐릭터, 처음 도전하는 색깔의 영화였다.

‘특별시민’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심은경은 정치 광고 전문가 박경을 연기했다. 늘 앳되고 어딘가 어리숙한 캐릭터만 맡아온 그로서는 도전과 같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심은경 연기 인생에서 가장 일취월장한 연기력이란 평으로 이어졌다. 단단한 눈빛과 발성, 사회인으로서의 무드는 확실히 이전 심은경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정치 9단 변종구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종국엔 환멸을 느끼는 박경의 다채로운 심리 변화를 정확히 표현했다.

■ 다음은 심은경과 일문일답

-영화는 어떻게 봤나

무게감 속에 현실을 잘 반영했다. 의도치 않은 유블랙 코미디가 잘 녹아들어갔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현실과 싱크로율에 놀랐다. 가령 TV토론 장면, 싱크홀이라든지. 정치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보다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알아가야겠다고 자각하던 시기에 ‘특별시민’을 만났다. ‘특별시민’ 덕분에 정치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정치에 대해 내 생각을 또렷이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정치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보고 느껴야겠단 자각심이 들더라.

-어쩌다 보니 조기대선과 맞물려 개봉하게 됐다.

영화 촬영은 1년 전, 시나리오는 3년 전에 쓰여졌다. 요즘 같은 시국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 얘기다. 씁쓸하다. 웃픈 현실이랄까. 기가 막히고 어이도 없고, 슬픈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정의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특별시민’이다.

-박경은 정치 광고전문가다. 기존 한국영화에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한 톤과 너무 달라 어려웠지만 신났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 한편으론 사회인의 연륜을 내가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연륜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거니까. 그럼에도 완벽함보다는 미숙함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전하는 박경에 내 얼굴이 필요하다는 감독님의 말에 믿음을 갖고 출발했다.

-최민식을 만나기 전과 후 연기 인생이 달라졌다고.

‘특별시민’을 기점으로 인생 전후를 나눌 수 있다. 최민식 선배님을 보면 어휴, 나는 저 정도로는 못하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연기를 오래 한들 저 분처럼 될 수 있을까 싶다. 경외심마저 들더라. 그 정도의 정신력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더라. 영화 한편, 현장을 이끄는 힘이 압도적이다.  

-최민식의 어떤 점이 그렇게 존경스러웠나

선배님은 항상 콜타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오신다. 스태프들과 아침밥을 함께 드시면서 농담도 건네시고 영화 얘기도 하면서 촬영 전부터 분위기를 예열한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가진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거다. 그 정도의 아량과 집중력은 어휴. 나는 힘들 것 같다.

-엔딩 무렵 “당신들이 하찮게 여기는 유권자로 돌아가 심판할 것”이라는 막중한 대사를 맡았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촬영 전부터 엄청나게 중요한 장면이란 얘길 계속 들어왔다. 영화의 메시지를 그 대사로 빵 터트려야 하니까. 어떤 감정으로 연기해야 할지 어려웠다. 아니, 감정을 떠올린다고 해결될 장면이 아니었다. 그 장면만 시나리오가 닳도록 읽었는데도 답이 안 나오더라. 촬영할 땐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각성 상태까지 왔다. 정말 눈 앞이 깜깜했다. 최민식 선배님께서 ‘은경아, 너 숨 안 쉬고 연기한다’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집중상태였다. 촬영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안 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슬럼프라고 했는데, 지금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무리 답을 찾으려 해도 답이 안 나왔던 시절이 있다. 재작년께였다. ‘조작된 도시’, ‘부산행’, ‘궁합’. 여러 작품을 했는데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정리하게 해준 작품이 ‘특별시민’이다. 즐거움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필요한 게 바로 연기인데, 한동안 그걸 잊고 지냈더라.

-감정이나 기분을 부러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편이다.

마냥 좋은 성격은 아닌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너무 힘든데 사람들 앞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이 못 된다. 그건 거짓말이잖아. 뭐든 진실로 다가가고 싶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에도 많이 영향을 받겠다.

작품의 한 인물로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다. 나는 어떤 작품을 하든 친해지는 스태프 한 두명은 있다. 영화는 현장에서 다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 그 안에 함께 섞이고 부대끼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상적인 정치상이 있을까

알아가는 단계다. 정책을 하나 하나 따져보며 공부하고 있다. 요즘엔 유권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다. 유권자의 자세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특별시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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