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더니, 주연을 맡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근 첫 주연작 MBC 일일드라마 ‘비밀과 거짓말’를 끝낸 배우 서해원과 만났다. 약 1년을 한우정으로 살았던 서해원은 시원섭섭한 감정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실제의 그는 브라운관 속 모습보다 더 예쁘고, 털털하고 솔직한 매력이 넘쳤다.
◆ ‘비밀과 거짓말’ 새로운 친구, 엄마 생겨
서해원이 ‘비밀과 거짓말’에서 맡은 역할인 한우정은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캔디 캐릭터의 전형’이었다. 서해원은 주인공 오디션도 처음이고, 자신이 캐스팅 될 줄 몰랐다고. 그래서 오디션 당시 긴장하기 보다 뻔뻔했고, 캐스팅까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2월 12일에 오디션을 봤어요. 그 다음날이 제 생일이어서, 감독님께 어필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의 음력 생신과 제 양력 생일이 같은 거예요. 감독님이 오디션 끝나고 식사 사주시고, 수요일에 리딩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감독님이 ‘처음에 뻔뻔하게 들어오는 모습에서 우정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우정이가 당차고, 모진 풍파 속에서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소신있게 가는 성격이잖아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한우정은 온갖 거짓말을 하는 신화경(오승아)과 반대로 진실을 쫓고 밝혀낸 인물이다. 한우정은 미성홈쇼핑 부사장 신명준(전노민)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엄마 한주원(김혜선)을 지키고 복수하기 위해 미성가를 무너뜨린다. 그 과정 속에서 한우정은 윤도빈(김경남)과의 결혼 반대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히 미성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짜 딸에서 가짜 며느리가 된 신화경의 악행과, 얽히고 설킨 관계는 ‘막장’이라는 평을 불러모았다. 이에 대해 서해원은 “자극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불륜은 없었고, 막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경이가 납치를 하고 살인미수도 하는 것은 도덕성이나 윤리성에 배제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을 전했다.
서해원은 “‘성격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선한 성격의 한우정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고 짚었다. “시청자분들이 우정이에 대해 ‘암우정’, ‘고구마’ 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캐릭터가 생기니까 좋더라고요. 사이다 없이 ‘복수할 거야’라고 말로만 한다고요. 굳이 안 나설 상황에서도 나서는 것도 그렇고요. 저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제 한우정을 떠나보내고 있는 서해원. 그는 “그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면서 추억에 잠겼다. 맨발로 시장을 달리는 신, 오승아와 처음으로 싸우는 신 등이 생각난다고. 그러나 무엇보다 서해원은 엄마 김혜선과 한 모든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해원은 극중 한우정처럼 실제로도 엄마바라기였다.
“김혜선 선배님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친하게 해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엄마 같이 느끼고, 선생님 우시면 같이 눈물이 많이 나는 거예요. 같이 울어주시고 손 잡아주시고 그랬어요. 처음에 선생님을 봬고, 계속 얼굴을 봤던 것 같아요. ‘연예인의 얼굴을 갖고 태어나셨다’ 생각했죠. 한국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얼굴을 갖고 태어나신 것 같아요. 볼수록 예쁘셨어요.
이일화 선생님도 예쁘시죠. 분위기가 우아하시고, 여자로서 닮고 싶어요. 처음에 대본 리딩할 때 저는 청바지에 후드를 입고 갔는데, 선생님은 역할처럼 옷을 입고 나오신 거예요. ‘우리는 보여지는 직업 가졌는데, 예쁜 모습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그 다음부터는 신경써서 입으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엄마하고 이일화 선생님은 다른 모습의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서해원이 ‘비밀과 거짓말’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친구’다. 화경 역의 오승아와 극중 관계와 정반대로 절친한 친구가 된 것. 서해원은 “역할이 대립하면, 사이가 안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역할일 뿐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치우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코드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오승아 얘기를 할 때, 유독 밝아보이는 서해원에게서 애정이 느껴졌다.
“초반에 드라마 공백이 있었어요. 3주 정도 쉬었는데 승아와 강릉, 제주도를 놀러갔다왔어요. 코드가 정말 잘 맞는다고 느꼈죠. 그리고 1년 내내 촬영하면서 점심,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서로 심심하면 전화하는 친구가 됐어요. 미국 여행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현재 서해원과 오승아는 미국 여행을 함께 하고 있다.)”
◆ 미스코리아 데뷔→이상형 류준열과 만남
서해원은 2009년 인천 선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다. 당시 그는 스물다섯살로, 비서로 일하고 있던 직장인이었다. 원래 꿈이 배우였던 서해원.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미스코리아가 되면서 꿈을 이루게 됐다.
“스키장에 놀러갔다가 휘닉스파크 모델을 뽑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나가봤어요. 2등을 한 거예요.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미스코리아 대회에도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친구들이 미스코리아 나간다고 놀리더라고요. 상을 타니까 다들 놀랐죠. 평소에 제가 청바지에 옷도 크게 입고 다녔거든요. 그때 사실 백화점에서 원피스도 처음 사봤어요. 기념품 같은, 제가 저에게 주는 선물이 됐죠.”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인 서해원은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도 출연했다. 원래 단역이었지만, 캐릭터가 주목받으면서 서해원은 최종회까지 출연했다. 서해원과 미스코리아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것.
“원래 ‘미스코리아’에 1회만 나오는 것이었어요. 첫 회에 지하철에서 수영복 입고 걷는 캐릭터였는데, 3일동안 찍었는데 7분이 나왔어요. 제가 인식이 되셨나봐요. 4회 때 다시 불러주셨어요. 원래 지하철 바바리녀였는데, 미스코리아 지망생 1번이 됐어요. 이후 한,두회 지났는데 최수현이라는 이름도 생긴 거예요. 그리고 끝까지 살아 남았죠. 기획안에도 없던 역할이 생기고, 운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서해원의 첫 작품은 SBS ‘시크릿 가든’이었다. 최근에도 드라마를 다시 보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또한 서해원은 영화 ‘더킹’에도 출연할 뻔 했다. 촬영은 다 했지만 아쉽게도 통편집 됐다. 특히 서해원은 이상형인 류준열과 만나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저와 금새록 씨, 황승언 씨가 조인성 씨, 류준열 씨, 배성우 씨와 말을 타고 술을 먹고 노는 장면이 있었어요. 승마도 배우러 다녔거든요. 류준열 씨가 제가 좋아하는 외모를 가지셔서 이상형이에요. 영화가 나오면 고이고이 간직해야지 했는데 통편집 된 거예요. 정말 재밌게 찍었는데, 아쉬웠어요. 류준열 씨한테도 실제로 팬이라고 했죠. 그때 팬미팅도 가려고 했는데, 바로 매진돼서 못갔어요. 너무 팬이라고 하니까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나중에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을 본 서해원. 3차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는 그는 “내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큰 미련을 갖지 않는다. 안 되면 내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한다. 제 모토가 내 것에 최선을 다하자, 기대하지 말자이다”고 전했다. 오랜 세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단단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데뷔 10년, ‘비밀과 거짓말’로 드디어 첫 주연을 맡았다. 서해원은 “연기 점수는 50점 정도인 것 같다. 사실, 50점도 후하게 준 것 같고, 20~30점인 것 같다. 마이너스까지도 생각한다. 갈 길이 많고 성장해야할 길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서해원은 ‘비밀과 거짓말’을 찍으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면서, 다음에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그리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가 늘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BGM이 없어도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디션을 보면서 독백 연습을 해가잖아요. 오디션 볼 때는 BGM이 없단 말이에요. 오디션을 워낙 많이 보다보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이 없이도 공감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심이 전해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웰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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