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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굿와이프’가 선사한 연기의 맛+배우의 맛 [인터뷰]

조혜련 기자 조회수  

[TV리포트=조혜련 기자] ‘배우의 맛’이란게 만약 있다면, 그는 이제야 그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중이다. 데뷔 17년, 이 가운데 연기가 11년,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 동안 뚝심 있게 연기자의 길을 걷는 윤계상에 대한 이야기다.

윤계상은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한상운 극본, 이정효 연출)를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극중 로펌 MJ대표 서중원으로 분해 김혜경 역의 전도연과 호흡 맞췄다. 이태준 역의 유지태와는 대립각도 세웠다. 연기라면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도 받았다.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말도 들었다. 영화 ‘소수의견’이후 제대로 ‘연기의 맛’ 그리고 ‘배우의 맛’을 봤다는 윤계상과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윤계상이라는 이름, 순차적으로 잘 만들어 온 것 같아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잘 만들어가고 있고요. 지금도 여전히 내가 꿈꾸는 ‘배우’라는 모습을 점점 이뤄나가는 단계입니다. 예전처럼 조바심을 내거나, 인정받기만 하려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만나도 꿋꿋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하 일문일답)

Q. ‘굿 와이프’를 끝낸 소감은?
A. 목요일(25일) 새벽 2시경에 촬영이 끝났다. 4개월을 함께한 작품이 끝난다니,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예전부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 사회 윤리 보다 감정이 앞서는 그런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굿 와이프’를 통해 그 소원을 이룬 것 같다.

Q. 선악이 구분 안되는 남자, 서중원을 어떻게 그리려 했나?
A. 극 초반 서중원은 밍밍한 캐릭터였다. 이태준(유지태)은 사건을 시작하고, 그 사건을 이끌어가는 김혜경(전도연)이 캐릭터 적으로 무척 셌기에 더욱 그랬다. 서중원의 매력을 첫판부터 드러내 승부를 볼 것인가, 아니면 서서히 묻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초반에 승부수를 띄울 곳이 없었다. 서중원이 김혜경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뜨문뜨문 드러났기에 일단은 흡수되는 것이 먼저였다. 서중원의 매력은 김혜경과의 키스 장면에서 폭발력 있게 그려진 것 같다. 양날의 검 같은 캐릭터였기에 민숭민숭할 것이란 걸 알면서 시작했다.

사실 반신반의했다. 김혜경이란 캐릭터의 비중이 워낙 셌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어떻게 보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 같은 연기가 필요했다.

Q. 혜경과 중원의 관계가 반전으로 작용했다
A. 혜경이 태준의 과거를 알게 되고, 조국현이라는 배후가 드러나면서 서서히 내 캐릭터도 드러났다. 그 지점에서 이태준과 서중원의 대립구도도 드러났고, 서중원이 김혜경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극 초반부터 전도연 유지태가 감정의 줄타기를 무척 잘했다. 시청자를 궁금케 하는 연기를 한 것. 그 궁금증이 드라마의 색깔이 됐다.

Q. 서중원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A. 감독님이 보지 말라고 해서 원작은 딱 한 편만 봤다. 서중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만약 다시 한다고 해도 잘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극 초반에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존재감이 드러나면 안되는 캐릭터였기에 ‘내 이야기가 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강한 펀지 한 번이 아닌, 자잘한 주먹을 여러 번 휘둘러서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런 조율이 가장 힘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A. 혜경과 엘리베이터 키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무실에서의 첫 키스 장면은 긴장을 많이 했었다. 도발적인 장면으로 남아야 했기에 어떻게 연기할까에 대한 의논도 많이 헀다. 엘리베이터 키스 장면은 설렘을 안고 연기했다. 촬영 다음날 감독님이 음악까지 더해진 편집본을 바로 보여줬다. 나 스스로도 무척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Q. 서중원을 두고 시청자들이 ‘윤계상의 인생 캐릭터’라고 한다
A. 뿌듯하다. 좋은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나. 연기적으로 보여드린 캐릭터는 중간에도 있었겠지만, 서중원은 매력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역할이었지 않나 싶다. 멋지지 않았나(웃음).

Q. ‘칸의 여왕’ 전도연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전도연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다. 전도연과 연기를 하다 보니 ‘전도연 존’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전도연 존’ 안에 들어가면 누구든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만들어 준다. 무척 좋은 배우다. 같이 하고 싶다는 배우들이 많은데 그 이유를 겪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마다 작품을 시작해서 빠져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각자 다른데, 전도연은 바로 몰입을 하더라. 그 몰입도가 어마 무시하게 세다. 준비를 철저히 안 하거나, 진심으로 안 한다면 다른 배우들이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끝나는 게 아쉬울 만큼, 뒷이야기가 더 있다면 좋겠다고 바랄만큼 (전도연)선배와 연기하는 게 행복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어떤 관계로라도 다시 만난다면 좋겠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더 궁금하다.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역할을 할 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하다.

Q. 대립각을 세웠던 유지태에 대한 생각은?
A. 유지태는 훌륭한 배우다. ‘굿 와이프’를 하면서 유지태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고, 많이 느꼈다. 유지태의 가장 좋은 점은 진정성이다. 나도 진정성을 추구하는 배우지만 ‘내가 잘 보여야겠다’보다도 ‘장면에 대한 감정’을 정말 잘 알고 있는 배우다. 진심으로 혜경을 사랑했기 때문에 ‘쓰랑꾼’이라는 애칭을 받지 않았나. 아무도 (유지태처럼) 그렇게 연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지태가 연기했기에 ‘저런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심이 생겼지 않았을까 싶다.

Q. 연인 이하늬는 ‘굿 와이프’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A. 둘 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배우들끼리는 서로의 작품을 보고 칭찬밖에 안 한다. 좋은 면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도 ‘재미있었다’고 밖에 안 하더라.

Q. ‘굿 와이프’ 서중원에 대한 가장 기억 남는 호평은?
A.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섹시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들어도, 들어도 기분 좋은 칭찬인 것 같다. 여성 시청자들이 혜경과 중원이 호텔에 갔을 때 중원이 430만 원짜리 방에 선뜻 ‘주세요’라고 했던 것을 곱씹으시더라. 몇 번이고 어긋났던 운명이 혜경의 결심으로 이제야 마주 보게 됐기에, 중원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방송이 끝난 후 아버지께서 ‘그래도 430만 원짜리 방을 안 보여준 건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웃음).

Q. 윤계상에게 ‘서중원’은 어떤 캐릭터로 기억될까?
A. 서중원은 내게 시도적인 역할이었다. 항상 강한 역할, 강한 연기를 추구하던 윤계상이 영화 ‘소수의견’을 통해 많이 바뀌었다. 배우가 다가가야 하는 지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후 ‘굿 와이프’를 통해 좋은 배우들을 만나게 됐고, 오롯이 나를 믿고 연기한 첫 작품이 됐다. ‘힘을 풀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 작품이다. 그래서 후회가 없다. 완전한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이전까지는 긴가 민가가 많았다. 이번 작품은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자기 마음대로’ 연기를 하더라. 그런데 만들어 나오는 앙상블이 재미있었다.

Q. 윤계상에게 ‘굿 와이프’란?
A. 사실 오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대중적인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왔다. 나는 작품을 고를 때 그 누구보다 신중하다. 필모그래피가 배우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회자될 때마다 자랑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을 먹고사는 직업인만큼 내 선택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굿 와이프’는 그것을 꺾을 수 있는 터닝 포인트, 오랜 슬럼프를 깰 수 있는 좋은 약이 됐다.

Q.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게 됐다. 지금까지 ‘배우 윤계상’이 만들어온 길은?
A. 순차적으로 잘 만들어 왔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꿈꾸는 ‘배우’라는 모습을 점점 이뤄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나를 ‘악기’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내 몸이 악기라서 어떤 작품 속 어떤 캐릭터가 주어져도 마음껏 연주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기에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왔다면, 이제는 조금만 더 알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시험을 해왔고, 이제는 내가 가진 것들을 어떻게 썩어낼 것인가도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내가 만들어 낼 또 다른 모습에 설레기도 한다. 예전처럼 조바심을 내거나, 인정받기만 하려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을 만나도 꿋꿋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차기작 계획은?
A. 어두운 작품만 계속 해왔기에 웃긴 역할,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 ‘생각 없는’ 스타일의 연기, 긍정적인 힘을 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어려움을 극복해서 희망을 주는 연기가 아닌, 그저 기쁜,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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