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별그대’ 천송이 매니저에서 ‘닥터스’ 까칠 강 선생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닥터스’에서 강경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강현, 제 이름을 안방에 알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송이 누나~”라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던 그는 의사 가운을 입고 한껏 번듯해 졌다. 맑은 미소 대신 잔뜩 가시를 세우고 “준대 준대 안준대(안중대)”라며 후배를 불러재꼈다.
SBS ‘닥터스’(하명희 극본, 오충환 연출)에서 김강현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국일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4년 차이자 의국장 강경준으로 분했다. ‘신경외과 멍멍이’라는 별명만으로도 캐릭터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브라운관에서 한껏 까칠함을 뽐냈던 그이지만, 실제 모습은 진중했다. 질문 하나도 성급히 대답함이 없었고, 몇 번이고 질문을 곱씹고 대답을 준비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대학로를 종횡무진 했던 과거와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존재를 알리는 지금의 행복도의 차이를. 인지도를 쌓았지만 바쁜 스케줄로 피곤함도 쌓였고, 분명 제가 하고 싶은 연기만은 할 수 없을 테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행복해요. 전에도 행복했으니까요.”
◆ 든든한 의국 식구들+웃음 만발 현장, 행복했던 ‘닥터스’
‘닥터스’ 현장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아련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그다. 김강현은 “행복했고, 즐거웠고, 그립다. 윤균상 박신혜 백성현을 비롯한 의국 멤버들과 날짜를 잡아서 곧 뭉칠 것”이라며 배우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동글동글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그의 인상은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때문에 레지던트 4년 차를 연기했지만, 실제 나이는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그다. 강경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을 물으니 김강현은 “의사다 보니 손톱을 항상 깨끗이 했다. 캐릭터가 아래 연차 다 보니 인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머리 스타일을 귀엽게 했고, 어려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 김강현에 의사 가운을 입혔더니 강경준이 됐다. ‘준대 준대 안준대(안중대)’가 하는 짓거리가 못마땅하다 보니 (짜증이 묻어나는) 억양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백성현은 자신의 인터뷰에서 김강현을 두고 ‘현장의 NG 대왕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물으니 김강현은 “그 말 한 사람이 누군지도 안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강현은 “NG 대왕이라는 것, 인정한다. 나는 의국장 캐릭터다 보니 여러 배우들과 맞출 일이 많았다. 주인공도 아닌데 주 6일 촬영이 있었을 정도였다. 애드리브나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려다 의학용어가 꼬이면서 NG를 냈다. 한 단어 때문에 15번가량을 촬영한 적도 있다. 분명 완벽히 외웠음에도 버벅거리게 되더라. ‘노티’에 대한 딜레마까지 생겼을 정도다. 15번 이상의 촬영 이후 ‘노티’ 못하기로 현장에 소문이 났고, 그 때문인지 작가님께서 어려운 의학용어를 안 주시더라. 배우 맞춤형 대본이 나온 셈”이라며 웃었다.
김민석과 송강호의 CF장면을 따라 했던 것도, ‘엄마 아부지’라던 강경준의 입버릇도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를 바랐던 제작진의 힘 덕분이었다. 자유로운 판을 깔아준 제작진 덕분에 더욱 찰진 ‘닥터스’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 여기에 서로를 배려한 배우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아시다시피 ‘닥터스’는 시작부터 생방송에 가까운 현장이었어요. 특히 박신혜 김래원은 거의 잠도 못 자고 촬영이 이어졌죠. 의국 멤버들과 촬영을 준비할 때는 재미있게, 막 연기를 했다면, 박신혜 김래원과 호흡을 맞출 때는 최대한 컷 수를 적게 가기 위해 노력했어요. 나라도 촬영 시간을 줄여주고 싶었거든요. 박신혜 이성경 윤균상 덕분에 좀 더 화기애애한 현장이 됐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함께했던 배우들이 재산처럼 남은 드라마였습니다.”
◆ ‘더 늙기전에’ 로맨스 해보고파
김강현은 올해 초, 박신혜가 소속된 솔트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신혜 김정화의 소속사로 유명하다 보니 김강현은 본의 아니게 여배우들 사이의 ‘유일한 남자 배우’처럼 보였다. 한 소속사 식구인 박신혜와 ‘닥터스’에서 호흡을 맞춘 김강현에게 동생이자 동료 배우로 박신혜에 대해 물었다.
“박신혜는 생방 같은 촬영 스케줄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연기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한 번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신혜가 힘을 내니 다른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더욱 에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빠이자 소속사 식구로서 이 친구(박신혜)가 힘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더라고요. 신혜와 연기해야 할 때는 더욱 열심히 대본을 외웠고,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배우였어요.”
‘별그대’에서는 전지현을 향해 ‘누나’라고 부르고, ‘두번째 스무살’에서는 위화감 없이 교복을 소화했고, ‘닥터스’에서는 박신혜를 ‘선생님’으로 모셔야 했다. 동안 외모로 자신의 나이 이상의 시간을 벌어낸 것. 나이를 뛰어넘어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자 제 나이대 연기를 하지 못한다는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동안이라는 것이 행복해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역할에 캐스팅해주는 분, 캐스팅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좋죠. ‘몇 년은 더 해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요(웃음). 동안의 장점은 30살 캐릭터를 30살이 한다면, 40살이 돼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실제로 10년의 연륜을 더 쌓아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닥터스’를 끝냈지만 그는 올해 내내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를,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시트콤 ‘마음의 소리’가 방영을 앞두고 있고, 영화 개봉도 남아있다. 무대를 여러 해 경험하고 브라운관과 스크린까지 발을 넓힌 그에게도 욕심나는 연기가 있을까.
“아직 제대로 된 로맨스 연기를 못 해봤어요. 더 늙기 전에 로맨스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예능도 불러만 주신다면 갈 거예요. ‘닥터스’ 의국 멤버들과 ‘런닝맨’에 함께 출연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극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1년에 한편은 꼭 하려고 해요. 다만 작년에 연극 두 편을 해서 올해는 연극은 쉬는 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새로운 회사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일해야죠(웃음). 바쁘지만 지금 행복해요,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행복해요. 무대에 섰던 그 순간에도 전 행복했으니까요.”
◆ ‘변화’ 속에서도 ‘관계’만은 굳건하길
이미 대학로 연극 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강현은 어떤 옷을 입혀놔도 마치 제 캐릭터인 양 완벽하게 소화한다.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까지 어떤 곳에서도 위화감 없이 제 자리인양 연기한다. 특히 무대에서 만나는 그의 연기는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미친’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송 내내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켜낸 ‘닥터스’. 덕분에 김강현의 인지도는 더욱 올라갔다. 물론 ‘별그대’를 통해 이미 시청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남겼던 바. 김강현은 “‘별그대’만큼의 인기는 아니다”면서도 “아무래도 ‘별그대’가 2~3년 전 작품이다 보니 예전에는 날 알아보는 분들이 ‘별그대에 나왔던 것 맞죠?’라고 물었다면 ‘닥터스에 나왔던 것 맞죠?’라고 알아보는 정도”라며 웃었다.
흔히들 ‘뜨면 변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해 왔지만,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가 자신을 알아보게 된 상황에서 행동의 변화는 있게 마련. 그러나 김강현은 “‘변화’는 물론 생기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은 안 변하도록,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작품을 한 분들께 살갑게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못돼요. 다만 의리는 지키려고 항상 생각해요. 저를 브라운관으로 이끌어줬던 감독님들께 살갑게 연락은 못하지만, 그분들께서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분들께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니까요. 내 성장에 거름이 돼 주셨으니 의리를 지키고 싶어요. 함께 한 배우들이 다른 작품에서 깜짝 출연을 제안한다면 기분 좋게 갈 거예요.”
“‘한결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친한 친구들 중에 스타가 되고, 가까웠던 사람들이 뜨기도 했죠. 그런 그들이 변하는 걸 지켜봤어요. 연락이 잘 안되기도 했고, 서운하고 화가 많이 나기도 했죠. 그들을 보면서 ‘언젠가 내가 저 자리에 간다면, 난 전화도 받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꼭 도움이 되자’는 다짐을 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해요. ‘변화’는 물론 생기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은 안 변하도록 지키고 싶어요. 관계성만은 안 변했으면 해요.”
드라마 속 캐리터를 떠올리면 풍선처럼 가벼울 듯하기도, 고슴도치처럼 까칠할 것 같기도 한 김강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전혀 다른 그가 앉아있다. 진중하지만 재미있고, 무겁지만 편안하다. 때문에 ‘또 무얼’ 보여줄는지 ‘다음’을 기대케 만든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 ‘또 다른 김강현’을 꺼내줄는지 궁금해진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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