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내 눈은 콤플렉스…’구르미’ 덕에 잘생겨 보여”[인터뷰]

[TV리포트=손효정 기자] “잘생긴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꽃선비 김윤성 역의 배우 진영(본명 정진영)이 아이돌 그룹 B1A4 멤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가 보이는 반응이다. 선과 악을 오가는 어려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진영. 그의 연기가 아이돌을 향한 편견을 날려버렸다.

진영은 tvN  ‘우와한 녀’로 연기에 도전한 후, Mnet ‘칠전팔기 구해라’, MBC ‘맨도롱 또똣’, 영화 ‘수상한 그녀’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사극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첫 작품이다. 진영은 비주얼부터 합격점이었다. 선이 고운 외모를 자랑하며, 꽃선비의 한복 자태를 뽐냈다. 하지만 진영은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다고 고백했다.

“약간 올라간 눈에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어요. 그런데 갓을 쓰면, 둥근 갓의 선과 눈이 딱 일치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매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복도 처음 입는 옷이라서 어색하고,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코트를 입고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다행히 입다 보니 적응이 됐죠.”

진영은 극중 김유정(홍라온 역)을 짝사랑하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초반에는 능청스럽게 김유정에게 다가가면서, 심쿵 미소를 날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성균관 스캔들’ 구용하(송중기)가 보였다. 진영은 구용하와 같은 의상을 입기도.

“‘일렁이지 않구나, 내 마음이’ 같이 윤성이 쓰는 말은 일반적이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내관이 이렇게 고운 것은 반칙이 아닌가’처럼 라온이를 놀리는 장면도 많았죠. 홍라온이 여자인 걸 안다는 것을 깔고 말하는 거잖아요. 라온이를 툭툭 놀리는 장면들이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극이 진행되면서는, 윤성의 아픔이 부각됐다. 윤성은 극중 가장 외로운 캐릭터였다. 할아버지 김헌(천호진)으로 인해 죽마고우였던 이영(박보검), 김병연(곽동연)과 멀어진 윤성. 이영을 위기에서 도와주며 그와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홍라온을 두고 ‘사랑의 라이벌’이 됐다. 진영은 박보검과 실제로도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영은 왕세자이고, 김윤성도 막강한 세도가 자손이잖아요. 원래는 벗이었던 두 사람이 결국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니 경쟁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어요. 이영을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김윤성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윤성은 라온의 마음을 갖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줄 뿐. 윤성은 홍경래의 딸인 라온을 죽이려고 하는 할아버지에게 결국 등 돌렸고, 사랑과 정의를 지켰다. 진영은 “윤성이 너무 불쌍했다. 편하게 놓아주고 싶었다”면서 극에서 죽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죽기 한 달 전부터 죽을 것을 암시하고 있었어요. 저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어쨌든 라온이가 저한테 온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할 일만 하고 빠져주는 것이 맞다고 봐요.”

진영의 예상은 적중했다. 윤성은 마지막 회에서 라온이를 대신해 장렬하게 죽었다. 윤성이는 라온에게 행복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진영은 말을 하면서 죽는 연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감독님이 사극이니까 죽을 때 말을 많이 할 수 있고, 오래 죽을 수 있는 거라면서 즐기라고 하셨어요. ‘칠전팔기 구해라’ 때도 죽는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말을 많이 못했거든요. 죽을 때 윤성이 울지 않았던 것은 좋았어요. 윤성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지만 그걸 내비친 적이 별로 없어서 죽을 때도 눈물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라온이한테 상처 주기 싫으니까, 윤성이가 끝까지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진영은 사극의 특성상 액션 연기도 소화해야 했다. 화려한 검술 연기로 카리스마를 발산한 진영. 하지만 사실은 극도의 긴장 상황이었다고. 진영의 반전 고백은 웃음을 자아냈다.

“우산을 이용한 첫 액션신이 있었어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비가 내릴 때 왈패들에게서 라온이를 구해주는 신이었는데, 통편집됐어요. 그러다가 12회에 갑자기 칼 액션 연기를 하게 된 거예요. 더군다나 합을 그날 바로 맞췄어요. 우산 밖에 못 쓰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 내려놓고 하니깐 잘 된 것 같아요.”

사극, 그 속에서도 가장 어려운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진영. 그는 차기작과 관련, “처음부터 끝까지 짝사랑만 했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진영은 B1A4 멤버로서, 작곡자로서의 활동도 충실히 할 예정. 그는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다면서, 만능 엔터테이너 활약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것 같아요. 그 말을 안 듣게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괜찮은 모습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일을 병행하는 것은 늘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하면서도 ‘할 수 있으면 또 할래요’라고 해요. 덜 자고 시간을 쪼개 쓰면 됩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 사진=WM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