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김하늘은 KBS2 수목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통해 ‘멜로퀸’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공항 가는 길’은 불륜 소재를 다뤘지만, 영화 같은 대사와 영상미,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청률은 수목 드라마 중 3위에 그쳤음에도 김하늘은 후회 없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았다.
‘공항 가는 길’ 종영 며칠 후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하늘은 “기존에 출연한 드라마보다 짧은데도 섭섭함보다 시원함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드라마가 알찼고, 보여드릴 것을 다 보여드린 느낌이었다. 나는 다 했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김하늘이 간직한 3유(有)를 뽑아봤다.
◆ 1有, 인생작 ‘공항 가는 길’
‘공항 가는 길’은 김하늘이 4년여 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초등학생 딸이 있는 엄마 역할이지만, 고민은 되지 않았다. 김하늘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역할이어서 욕심이 났다. 아이는 물론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항 가는 길’은 김하늘에게 큰 만족감을 선물한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발전할 계기가 됐다. 김하늘은 “다른 드라마 대본보다 설명이 오묘하고 애매한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작가님,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느낌이 훨씬 풍부해졌고, 화면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엄마와 딸로 호흡한 아역배우 김환희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곡성’에서 봤는데,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랐다. 항상 눈웃음을 치고, 어떤 아역배우보다도 순수한 것 같다”라며 “내게 예쁘게 다가와 줘서 공항에서 마지막 환희를 보내는 장면을 찍을 때 진심으로 슬프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항 가는 길’은 불륜을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하늘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았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최대한 설득력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을 털어놨다. 도우와 수아의 해피엔딩에 대해서도 “그 어떤 결말보다 만족스러웠다”는 김하늘이다.
◆ 2有, 결혼 후 한결 편안해진 연기
‘공항 가는 길’이 김하늘에게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결혼 때문이다. 김하늘의 결혼 후 첫 작품이 ‘공항 가는 길’이다. 김하늘은 초등학생 딸을 가진 베테랑 승무원 최수아를 연기했다. 꽉 막힌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엄마로서, 승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김하늘은 결혼 후 첫 작품인 ‘공항 가는 길’에 대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 환경이 많이 변해서 마음가짐에 영향이 있을 것 같긴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을 즐기는 자신의 사생활이 위기에 놓인 수아의 결혼생활 연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김하늘은 “그래도 결혼 후 안정이 되고 편안하니까 연기할 때 다르게 표현돼 보일 것 같다”며 연기를 대하는 게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다. 결혼 전에는 주로 신인배우, 톱스타들과 호흡을 맞추며 좋은 결과를 얻은 그녀이지만, 결혼 후에는 연기에 더 푹 빠질 자세를 갖춘다. 이는 결혼 후 얻은 안정감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정말 선배들과 일하고 싶어요. 저고 기대고 싶고, 더 배우고 싶거든요. 장동건, 정우성 등 선배들과도 함께 하긴 했는데, 그보다 더 선배들과도 연기하고 싶은 생각을 요즘 해요. 선배들과 멜로요? 그건 호호호.”
◆ 3有, 재입증한 멜로퀸의 자신감
‘공항 가는 길’이 수목 드라마 꼴찌임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드라마가 결코 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멜로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결과를 얻었다. ‘공항 가는 길’은 ‘질투의 화신’을 SBS에 놓친 KBS가 급하게 편성한 작품이다. 그러나 급하게 만들었다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도록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소설 같은 드라마란 평가를 끌어냈다.
유부녀이자 아이 엄마로 등장한 김하늘은 그녀 자체가 가진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공항 가는 길’을 아름다운 멜로로 만들었다. ‘공항 가는 길’ 감독과 작가는 김하늘이 가진 이미지를 역할에 주문했고,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김하늘의 멜로에 주부들은 물론 젊은 세대도 공감하고 응원했다.
상대 배우인 이상윤과의 케미스트리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질문을 하자 김하늘은 “이상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호흡한 상대 배우와 케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늘 들었다. 어떤 배우가 가장 나와 케미가 좋았는지 궁금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앞으로의 연기 활동이 걱정 되진 않는다. “뭐 다음 작품에서 또 젊게 나오면 되니까요. 하지만 초반에 시청자들이 엄마 역할에 잘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좀 속상했어요.(웃음)” ‘공항 가는 길’로 데뷔 20년을 아름답게 장식한 김하늘,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또 하나 완성됐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SM 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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