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뮤직→엔터테인먼트 : 안석준 대표의 큰 그림
놀라운 행보다. 음악업계의 거물 안석준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여 년간 몸담았던 뮤직 비즈니스를 내려놓고, 방송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탄탄한 이력을 살펴보자면,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1994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뉴욕대학교 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 석사를 마친 안 대표는, 같은 해 삼성영상사업단 음악사업부에 입사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 팀장을 역임했고, 2007년에는 워너뮤직 코리아(WARNER MUSIC KOREA) 부사장을 지냈다. 2009년 CJ E&M 음악사업부문 본부장을 거쳐, 2012년부터는 부문장으로 임명돼 조직을 이끌었다.
이력만큼 그가 일군 성과도 엄청나다. 안 대표는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할 당시, 2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음원 유통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여름 CJ E&M을 퇴사한 후 같은 해 12월 FNC 애드컬쳐의 신임 대표로 새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공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연출한 신우철 감독을 영입해 총괄 PD로 선임했고,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 백영숙 작가, OCN 드라마 ‘실종느와르 M’ 이유진 작가와 차례로 계약하며 라인업을 완성했다. 편성도 확정 단계다. 올해만 지상파에서 세 편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MBC ‘놀러와’, JTBC ‘비정상회담’ 등을 만든 김명정 작가와 계약했다. 지상파, 및 케이블˙종편 편성을 대기 중이다.
수많은 커리어와 스킬을 쌓고 순항하던 배가 마침내 바다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해 들어봤다.
-음악에서 제작으로, 진로 변경 이유가 있다면요?
음악 비즈니스를 꽤 오래 했어요. 제가 가수나 작곡가 출신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전문경영인이에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우,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 한 장르에서의 성공이 다른 장르의 문화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시너지 효과를 뜻함)가 가능하잖아요. 전반적인 관심이 생겼고, 또 다른 경력도 쌓고 싶었어요.
-FNC 애드컬쳐 行을 결정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이 회사는 주택복권에서 나눔 복권까지, 인쇄 전문사로 시작했어요. FNC엔터테인먼트가 상장사를 인수한 후, 방송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려는 계획이었죠. 경영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저 역시 CJ E&M을 나온 뒤로는 활동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사실 음악 관련 대기업에서 오퍼(Offer)도 꽤 받긴 했어요. FNC 애드컬쳐와 서로의 니즈(Needs)가 통한 셈이죠. 한성호 FNC 대표와 뜻이 잘 맞기도 했어요. 과거에 씨엔블루에게 투자한 적도 있고, 인연이라면 인연이죠.
-커다란 포부가 느껴지네요.
물론입니다. CJ E&M 재직 시절에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영역을 넓혀가는 비즈니스를 했어요. 지금은 사정이 다르죠.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면서도,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니까요. CJ E&M에서는 큰 조직 안에 채널 플랫폼을 갖고 있었죠. 현재는 방송사는 물론이고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옮겨가는 경향을 지켜보는 중이에요. 앞으로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거예요. 국가 간 영역도 사라진지 오래죠. 우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주 제너레이션 플랫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업계 영향력은 더욱 커질 거라 내다보고 있어요.
-경직된 중국 시장이 걸림돌로 보이는데요.
사실 그렇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음악 쪽이 피해가 가장 커요. 중국은 드라마부터 직격탄을 맞죠. 따라서 내실을 다질 때라고 생각해요.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는 물량을 제작하는 거죠. 역량과 전략을 함께 키우는 시기가 되겠네요. 우리 회사는 주말˙일일극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작가, PD진은 이미 확보했어요. 어떤 콘텐츠를 어느 타이밍에 낼지 사업적으로 접근할 문제만 남았네요.
웰메이드 작품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중국에서 팔리지가 않거든요. 사실 중국에서 우리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계속 있을지도 의문이죠. 한중일 관계자가 모두 모인 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우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 웹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왔어요. 독보적이라고 생각했죠. 결론은요? ‘아니다’에요. 일본, 태국, 싱가포르 모두 웹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어요. 우리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던 거죠. 결국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드라마 광고 단가가 많이 낮아졌어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옅어진 거죠. 아시다시피 중국 시장도 막혀있고요. 채널도 한정돼있죠. 몸값 높은 배우들 입장에서는 러닝 개런티(Running Guarantee / 출연료 외에 흥행 결과에 따라 개런티를 지급받는 방식을 뜻함) 결정이 쉽지도 않고요.
되풀이 같지만, 인사이트를 가지고 넥스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관건으로 보여요. 우선 시청 층의 니즈를 캐치하는 거예요. 소비자 접점을 맞춰야 하죠. 물론 이 부분이 해외시장에서도 먹혀야 해요.
우리 회사는 많은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FNC엔터테인먼트에는 MC, 가수, 배우, 예능인들이 대거 포진돼있어요.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죠. 콘텐츠가 많이 확보돼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플랫폼, 그리고 그 외의 부가가치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듣다 보니 CJ E&M을 롤모델로 삼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롤모델이 맞아요. 종합 콘텐츠 회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랍니다. 하지만 전략은 다른 방향일 거예요.
-FNC 애드컬쳐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누구나 아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요, 직원들 복지 혜택도 늘리고 싶어요. 건실하게 이끌 겁니다. 아직 새내기에 불과하지만, 정말 영향력이 생긴다면 제작사의 권리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싶네요. 불합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면 바꿔야죠.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어디 가서도 머리 숙일 수 있죠. 기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원하던 방향대로 온 거예요. 많이 기대됩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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