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배우로서 저의 장점요? 음…. 평범함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 장기자랑 무대에 오르며 아주 잠깐 걸 그룹을 꿈꾸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안돼’란 말에 곧바로 체념했던 배우 김혜준은 큰 포부없이 들어간 대학교(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그리고 2015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주목받는 영화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기까지 김혜준에게는 4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최고의 이혼’과 ‘킹덤’에 캐스팅돼 대중의 평가를 받은 김혜준은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미성년’의 개봉을 앞둔 주연 배우가 돼 있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웨스트19에서 ‘미성년’ 김혜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혜준이 주목받는 이유는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주리 역할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김혜준은 500대 2의 경쟁률을 뚫은 비결을 묻자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거니까, 그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금까지 봤던 오디션 중 제일 편하게 오래 봤던 것 같다. 진짜 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에 대해선 “붙었다는 생각에 기쁜 나머지 맥이 풀였다”라고 떠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김혜준이 연기한 주리는 아빠 대원(김윤석)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 딸로, 심지어 그 상대가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의 엄마라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엄마(염정아)가 알기 전 사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윤아가 이 사실을 폭로하며 ‘멘붕’ 상태에 빠지는 인물이다.
김혜준은 애초 윤아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감독님도 그러시더라고요. 10명 중 9명이 윤아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고요. 그냥 윤아의 감정선에 공감이 잘 돼서 해보고 싶었는데, 주리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주리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어요. 소중한 캐릭터죠.”
김혜준이 생각하는 주리는 “평범하고 여리고,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라서 약할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마지막까지 어른들에게 일침을 던지고, 강한 것 같은 윤아가 쓰러질 때도 이끌어주는 게 주리다. 단단하고 대견한 친구다.” 평범한 가정환경과 아버지와의 유대감은 김혜준과 주리가 가진 공통점이다.
“저 또한 일상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어요. 주리와 차이가 있다면 저는 주리처럼 비밀을 알았을 때 ‘엄마가 알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은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무너지고 엄마한테 의지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김혜준과 김윤석 감독 사이에도 독특한 인연이 있다. 김혜준의 부친 성함이 김윤석인 것. 김혜준은 “오디션 때 말씀드렸더니 ‘오~’ 하면서 신기해하시더라”라며 “시사회 때 아빠와 인사를 하셨는데, 서로 ‘김윤석입니다’ 하는 광경이 떠오른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부친의 영향이 김혜준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했다. 젊은 배우들에게는 하늘같은 선배일 김윤석이지만, 김혜준은 “우리집에서는 친근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김윤석 감독님이) 대선배이기 때문에 겁먹은 부분도 있었는데, 다른 분들보다는 한꺼풀 먼저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연기를 잘해야한다는 부담감보다 의지할 확실한 분이 계시니까 조금 더 믿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배우 염정아와 모녀 사이를 연기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공기까지 모아버리는 선배님의 집중력에 놀랐다”며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를 누르는 힘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의 집중력을 본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Y 캐슬’에 출연하기도 한 김혜윤(‘미성년’에도 출연)에 대해 “‘SKY 캐슬’에 딸로 나오길래 놀라서 연락한 적이 있다”며 엄마 염정아를 두고 귀여운 질투도 드러내는 김혜준이다.
‘미성년’의 언론시사회 이후 김혜준은 배우로서 호평을 받지만, 드라마 ‘킹덤’에서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많은 반응이 처음이기도 하고, 호의적인 반응이 아니어서 속은 상했다. 하지만 감수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고,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을 다잡는다.
배우로서 세상에 발을 내민 김혜준이 꼭 도전하고 싶은 배우는 영화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이다. “인간의 본질을 뚫고 들어가는 걸 경험해 보고 싶다”면서 눈빛을 반짝인다. 비록 화려한 스타일도 아니고 평범해 ‘내 사촌 여동생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김혜준이지만, 평범함을 무기로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각오의 주먹을 불끈 쥔다.
‘미성년’은 어른보다 미성년 같고, 미성년보다 어른 같은 이들이 사건을 대처하는 모습을 아이러니하게 그렸다. 4월 11일 개봉.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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