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정하담은 ‘꽃’ 3부작(‘스틸 플라워’, ‘들꽃’, ‘재꽃’)으로 독립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며 주목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의 배우”라고 극찬할 만큼 정하담의 연기는 오묘하고도 새롭다.
자신만의 독특한 공기를 품은 정하담은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하담은 유관순의 옥사 동기인 이옥이를 연기했다. 다방 종업원인 이옥이는 천진한 모습 뒤로 뜨거운 항일 의지를 품은 인물이다.
“옥이는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그 시절에 있을 법한 친구예요. 환경적으로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갔던 아이죠. 감독님께서는 우리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진심이 아니면 연기를 안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진심을 담해 진심을 다해주길 바라셨죠. 저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연기했고요.”
정하담의 첫 촬영은 곤경에 빠진 옥이를 유관순(고아성)이 도와주는 장면이었다. 영화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순간이었다.
“중요한 장면이라 첫날 찍었어요. 실제 서대문형무소 복도에서 찍었는데, 정말 긴장됐어요. (유)관순이 옥이를 구하기 위해 대신 ‘우리는 개구리가 아니다’라고 외쳐줬을 때, 정말 고마웠죠. 정말 고마웠어요. 첫 촬영 이후 정말 진심으로 관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고아성은 서대문형무소 촬영 날이 되면 유독 온몸이 아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하담은 “그곳에 가면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서대문형무소에 가면 뭐라 딱 표현하긴 어려운데 기운과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어요. 어렸을 때 견학 갔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어요. 아직까지 그 기분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정하담은 촬영장의 공기 자체가 남달랐다고 했다. 3평이 안 되는 비좁은 세트 안에 25명의 배우가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빙빙 도는 순간, 처참하고 암담했던 현실에 놓였던 유관순과 10대 소녀들이 떠올랐다.
“제 나이가 26세인데, 유관순 열사 나이가 항일운동 당시 17세였어요. 저보다 훨씬 어린 그 나이에 이렇게나 큰 일을 해내다니. 죄스러웠죠. 이건 저뿐만 아니라 ‘항거’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함께 느꼈던 마음이에요.”
정하담은 ‘항거’ 촬영장이 유독 애틋했던 건, 또래 여성 배우들과 한마음으로 연기했던 기억 때문이다.
“(고)아성 언니는 정말 섬세하게 마음을 쓰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장난기도 있고, 솔직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고, 친근한 사람이에요. 촬영 마지막 날 어찌나 아쉽던지. 또래의 좋은 배우들과 참 귀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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