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역대급 신예의 탄생이다.
이미 영화 ‘어른도감’, ‘아워 바디’ 등을 통해 영화계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입소문 났던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쌍둥이 동생 금화와 비밀을 갖고 태어난 그것, 1인2역을 연기했다.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에서 신들린 연기를 펼쳐 극장 문을 나서고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그것’은 한국영화 사상 전무한 캐릭터. 이재인은 눈썹과 머리카락까지 밀고 온몸으로 ‘그것’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사바하’에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중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든 아우라다.
■ 다음은 이재인과 일문일답
-오디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 오디션에선 어떤 걸 보여줬나.
말투, 톤을 보여드렸다. 박두진의 시 ‘해’를 외워서 들려드렸다.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고, 담담하게 읽는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바하’는 쌍둥이의 이야기이기도 하잖아. 그리스 로마신화 쌍둥이 별자리 이야기를 토대로 독백을 직접 써서 읽었다.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나보다.
시나리오 쓰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 이런 저런 대본을 써보고 있다. 동생을 관찰하면서 혼자 상상했던 내용을 길게 펼쳐본다. 언젠가 내가 쓴 시나리오를 영화로 찍어보고 싶다.
-‘사바하’에 합격했단 얘길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학교에서였다. 친구를 껴안으면서 ‘나 합격했어!’라고 했는데, 친구들은 뭘 합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축하한다고 해줬다.(웃음) 한편으론 걱정도 있었다. 새로운 도전, 큰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이 배우라는 직업을 얼마큼 이해해주나.
촬영 때문에 수업에 빠지고 나면 서먹해질 수도 있는데 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물론 처음엔 시기, 질투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잘 지낸다.
-예민할 수 있는 사춘기 시절에 ‘사바하’처럼 깊고 어두운 이야기를 표현해야 했다. 힘들진 않았나.
물론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금화도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캐릭터라, 사춘기 때만 느낄 수 있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금화와 그것, 1인 2역을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처음엔 헷갈리기도 했고 어려웠는데, 오히려 두 캐릭터 모두 이해하고 나니 편했다. 금화가 언니인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슬픔과 미안함, 아픔이 섞여 있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만 해도 슬프고 어렵다. 특히 그것은 목적을 갖고 태어났기에 목적을 다하면 의미가 없는 아이 아닌가. 그 사실만으로도 슬펐다. 그것이 나한을 부르는 주문을 외울 때 애가 타는 마음을 품고 연기했다.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밀었다. 직접 밀었다고.
기왕 깎는 것 내 손으로 밀면 특별하지 않을까 싶었다. 살면서 자기 머리를 자기가 깎는 일이 얼마나 있겠나. 기분이 이상하긴 했는데 후회하진 않았다. 힘든 점이 있다면 머리카락이든 눈썹이든 이틀에 한 번은 면도칼로 밀어줘야 했다.
-박정민과 호흡은 어땠나. 대부분 감정신을 박정민과 함께 소화했는데.
박정민 선배님 팬이다. 영화들을 모두 챙겨봤는데, 함께 연기하려나 정말 설렜다. 촬영장에서 놀랐던 게,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는 평소 모습으로 있다가도 촬영만 시작하면 나한으로 돌변했다. 덕분에 나까지 확 몰입이 됐다. 에너지가 엄청난 배우다.
-‘사바하’라는 큰 산을 넘고 나니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던가.
마음 속의 감정을 대사가 아닌 눈빛과 분위기로 새어나오 듯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대사 없이 표현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아서 파트 별로 감정을 나눠서 연구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일단 꾸준히 일을 하고 싶고, 내 작품을 직접 찍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혼자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한다. 아, 키도 좀 더 크고 싶다.(웃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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