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트랩’ 감독과 작가가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시즌2를 기대할 수밖에.
박신우 감독과 남상욱 작가는 최근 OCN 드라마틱 시네마 ‘트랩’(남상욱 극본, 박신우 연출) 종영을 맞아 TV리포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랩’은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국민 앵커 강우현(이서진)의 충격적인 전말을 그린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 드라마. 영화 ‘백야행’ 메가폰을 잡은 박신우 감독과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텐(TEN)’을 집필한 남상욱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특히 ‘트랩’은 박신우 감독이 2017년 초부터 영화로 준비하던 작품이다. OCN 측의 제안으로 드라마틱 시네마 첫 주자로 나서면서 남상욱 작가가 집필을 맡은 것. 이에 박신우 감독과 남상욱 작가는 영화에서 추구하는 속도감과 몰입도를 유지하면서도 드라마의 장점인 여러 캐릭터로 인한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다.
박신우 감독은 “‘트랩’을 영화 두 시간으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고 갈증도 있었다. 러닝타임이 확보되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담았다.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남상욱 작가는 “‘텐’을 3년 동안 작업했다. ‘트랩’은 장르물이었지만, 그 작업 기간이 굉장히 짧았다.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트랩’ 제안 받았을 때 고사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잘 마친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처음이었기에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터. 박신우 감독은 “‘트랩’으로 드라마를 처음 접했다. 영화만 해봤기 때문에 드라마는 어색한 것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며 “드라마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긴 영화 만든다는 느낌으로 했다. 일곱 편의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알렸다.
‘트랩’은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사전제작이었던 것. 박신우 감독은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비까지 와서 정말 힘든 촬영의 연속이었다. 우린 세트장이 없어서 허가 받고 산속에 불도 지르고, 산장도 리모델링했다. 강원도라 더 추웠던 것 같다. 그래서 배우들도 힘들어했다. 그래도 사고 없이 촬영이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신우 감독과 남상욱 작가의 노력은 통했다. ‘트랩’은 가족을 잃은 강우현의 충격적인 진실을 베테랑 형사 고동국(성동일)과 프로파일러 윤서영(임화영)이 서서히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쫄깃하게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시청률 역시 4%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마지막까지 소시오패스 강우현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박신우 감독은 “실생활에서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대처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개인적인 경험과 고찰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트랩’은 친일 잔재도 보여줬다. 스냅백(이시훈) 의원(변희봉) 병원장(박진영) 등 사회 각계 실세가 만든 비밀 모임이 ‘메이지38’이었던 것. ‘메이지38’은 시민들을 실험의 대상이자 사냥감으로 생각하며, 누군가를 길들이고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박신우 감독은 “탄저균 주사 등이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초반부터 친일에 대한 의미와 장치가 있었다. 일본말을 쓰고, 산장 카페 이름도 ‘넘버38’이고, 마크도 메이지유신의 밝을 명(明)을 썼다. 탄저균은 일본군 731부대에서 생체실험용으로 사용했던 거였다. 사실 친일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기보다 친일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은 현실이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 작가 역시 “제가 거창하게 친일 세력 척결 사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당시 일본인들이 동아시아를 지배하던 단면들을 보면 소시오패스 특징들과 굉장히 닮아 있더라.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당연하게, 비밀리에 했다. 그 잔재들이 아직 남아 있다. 친일파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은 진실일 수도 있고, 상상력일 수 있다. 반일이 아니라, 그 정서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트랩’ 결말을 향한 의견은 분분했다. 남상욱 작가는 “최종회 후에 너무 스피드하게 넘어갔다는 그런 평가는 아쉬웠다”면서 “사실 장르물 쓰는 사람들이 디테일을 굉장히 신경 쓰는데, 허술하다고 하면 마음이 그렇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황 상 여러 가지가 압축됐고, 여러 가지 이야기 연결이나 감정의 디테일을 담고 있었지만 찍지 못한 씬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상 표현이 안 되면서 넘어가니까 시청자들이 급작스러워한 것 같다”면서 “그걸로 욕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을 탓할 것이 아니다. 그 부분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다. 봐주신 분들에게는 감사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랩’ 시즌2를 향한 기대도 쏟아졌다. 이에 박신우 감독과 남상욱 작가는 “공식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신우 감독은 “작가와 시즌2 안 할 수 없게 깔아 놓자고 했다”며 “사실 시즌2는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라, 여러 환경과 힘이 합쳐져야 한다. 그런 여건이 됐을 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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