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칸 첫공개 심정이요? 새까맣게 탔습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옥자’의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소감을 전했다. 스트리밍용 영화라는 이유로 초청부터 숱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 ‘옥자’. 지난 19일(현지시각)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공개된 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그동안 할 말 정말 많았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폭포처럼 쏟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문 닫아놓고, 외국 프로듀서는 모두 나가게 한 다음에 한국인끼리 진하게 얘기 좀 하고 싶네요.(좌중폭소) 칸에서 공개된 심정이요? 새까맣게 탔습니다.(웃음)”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안서현,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등 한국배우가 출연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딘가 결함이 있다. 옥자를 탄생시킨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언니 낸시에게 강한 자격지심을 느끼고, 성공한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는 일과 자아의 충돌을 겪고, 동물 권리보호 그룹 ALF의 멤버들 역시 저마다의 고민과 아킬레스건을 품고 산다. 이 영화에서 가장 담대하고 강한 인물은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다.
“제 세대는 다 기억하겠지만 ‘미래소년 코난’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잖아요. 물리적으로 굉장한 힘을 지닌 코난의 여자 버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미자는 기본적으로 산에서 자란 아이잖아요. 가만히 보면 옥자는 동물인데 사람 같고, 미자는 사람인데 산짐승 같아요.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면 짐승처럼 돌진하는 게 미자이죠. 미란도라는 거대한 기업조차 미자를 멈출 수 없죠. 안서현 양의 얼굴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부터 그러했고, 캐릭터가 가진 생동감이 그러했죠.”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 이어 ‘옥자’에서도 약자끼리의 연대를 그려냈다. 이에 대해 그는 “애초 그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진 않았다. 영화의 중심에 옥자라는 생명체가 있고, 이 동물을 바라보는 세 관점에 따른 세 개의 그룹이 있다. 가족으로 생각하는 미자, 제품으로 보는 미란도, 옥자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ALF가 충돌하는 이야기가 ‘옥자’다.”
“전 인간이 동물을 먹는 행위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자연의 흐름 속에서 먹는 것은 전혀 나쁜 게 아니죠. 다만, 자본주의 대량 시스템에 동물이 제품으로 포섭된 것이 문제죠. 미국 도살장에서 동물이 금속 기계로 빠르게 분해되는 것을 보고 한동안은 고기를 먹지 못했어요. 이건 생존을 위한 원초적 행위가 아닌,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이죠.”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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