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이 다니는 커피 전문점 대표로 얼굴도장을 찍은 배우 김종태. 사내 성추행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의로운 인물로 비치며 ‘워너비 사장’으로 떠오른 그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도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사소취대의 표본이었다. ‘대부분의 리더’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실리부터 따지는 리더의 모습은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도 닮았다.
김종태는 최근 진행된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미투’와 연극계에서 불거진 미투 논란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김종태는 연예계 미투 논란이 불거지기 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시나리오를 받았다. 과거부터 악습으로 번져온 사내 성추행 논란이 녹아있었는데, 때마침 미투 운동이 번졌다. 김종태는 “너무 시기가 딱 맞아떨어져 마치 의도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저한테는 대본 전편을 주시지 않았다. 저조차도 조경식이 진아(손예진 분)를 도우려는 게 본심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제가 ‘조경식은 나쁜 놈이냐’고 물으니까 감독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촬영 당시 심경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조경식은 나쁜 놈이었다. 가해자들에게 반박자료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회사 대 개인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변호사를 시켜 피해자에게 협박까지 했다.
“내 정체성이 드러날 땐 배우로서 묘한 쾌감이 있었다. 어쨌든 대표는 회사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진아에게 불합리한 부분을 조사해오라고 했을 땐 진심이었을 거다. 다만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거라곤 예상 못하지 않았을까.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심각해지니까 대표 선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씁쓸하지만 드라마라는 이유로 판타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최근 연극계에서도 연이어 미투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김종태 역시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일원으로서, 이를 바라보는 게 편치는 않았을 터.
그는 “이렇게 돼서 연극 관객들이 정리되는 건 아닌가, 어른들은 걱정 많이 하신다. 하지만 저희 세대들 생각은 ‘과연 우리만 그렇겠는가’, ‘이 사회에서 연극계만 이러겠는가’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가장 용기 있고 순수한 곳이 먼저 터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갯벌이 한 번씩 엎어져야 바다가 썩지 않는다고 하더라. 폭로나 비방에 그치지 않고 뭔가 물갈이가 제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제대로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태에 따르면 미투 논란이 한바탕 불거진 이후 연극계에서는 여러 움직임이 포착됐다. 포럼도 만들고 성폭력 성희롱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예방 대책도 세우고 있다.
김종태는 “비난받아 마땅할 일인데 다시 또 잠잠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미투가 터진다’는 표현보다 용기 내는 사람들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누구나 제3자 입장에서는 정의롭지 않나. 앞으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진전되길 바란다. 폭로가 주가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부분들도 진전되길 바란다”는 소신을 밝혔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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