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봉준호 감독은 변요한을 두고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고 평했다. 그의 극찬대로 변요한은 경계에 선 묘한 얼굴을 무기 삼아 독립영화계 신성에서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30대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 ‘하루'(조선호 감독)는 매일 눈을 뜨면 딸(조은형)이 사고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김명민)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변요한)의 이야기를 그린다. 변요한은 이번 작품에서 지옥 같은 하루에 갇힌 남자 민철 역을 맡아 극한의 감정 연기를 펼쳤다. 무한 반복되는 하루라는 설정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반복해 찍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완벽해 해냈다. 고시원에서 자다 깨는 장면은 무려 한 번에 50번을 연달아 촬영했다. 고된 현장이었다.
“환경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스스로 많이 뜨거워진 작품이에요. 날씨도 뜨거웠고, 제 마음도 뜨거웠어요. 사랑하는 이를 구하는 이야기잖아요. 누군가를 위해 얼마큼 뜨거워질 수 있을까, 달려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기했죠. 타임루프라는 소재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시나리오에 반했어요.”
변요한은 궁금증과 의심이 많은 배우다. 제 연기에 단 한번도 만족한 적 없단다. 요즘도 동료 배우들과 연기 스터디를 한다는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담금질하며 연기 내공을 다지고 있다. 연기 철학이 있다면 ‘멋부리지 말자’. 괜한 애드리브나 잔기술 없이 진심이 담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어렸을 때 엄마한테 질문을 1분에 50번 넘게 한 적도 있대요. 요즘도 질문하는 버릇이 있어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그만 좀 물어보라고.(웃음) 호기심이 많아요 전. 작품 끝나고 나면 만족도보다 물음표, 질문이 먼저 떠올라요.’
그에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 순간이 있냐고 묻자 ‘피규어’라고 답했다. 최근 변요한을 사로잡은 취미 두 가지가 있는데, 복싱과 피규어가 그것.
“피규어를 조립하다가 느낌표가 떴죠. 어! 이거구나. 부품을 따로 사서 모으는 커스터마이징에 꽂혔는데, 40개 정도 모았어요. 콘셉트는 레드카펫 위의 남자 배우들. 주윤발, 제이스 스타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있어요.(웃음) 주로 인터넷 최저가로 사는데, 전 당당하게 변요한으로 주문합니다. 얼마 전엔 ‘하루’ 홍보 때문에 바빠지기 전에 피규어를 빨리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쇼핑몰 사장님께 언제 배송되냐고 전화했었죠. 그 변요한이 그 변요한이었냐고.(웃음) 쇼핑몰 사장님 ‘하루’ VIP에 초대했습니다.”
변요한은 또래 친구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연기, 글 쓰는 친구들이기에 언제 같이 작품 하나 만들잔 궁리를 하고 있지만 쉽진 않단다. 변요한 곁에 늘 좋은 친구가 북적이는 비결을 묻자 “모자르고 방황할 때 내 친구를 해준 좋은 이들”이라고 오히려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못 될 것 같으면 아예 다가가지 않아요. 굳이 미워하고 싶지도 않고요. 지금 만난 친구들은 제가 지금보다 더 모자르고 방황할 때 곁에 있어준 이들이에요. 그 사실만으로도 좋은 사람아닌가요. 저는 ‘하루’를 찍으며 더 좋은 사람이 됐어요. 미안한 일이 있어면 먼저 사과하고,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미워하지 말아야죠. 그게 지치지 않는 힘이에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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