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시원섭섭하다는 말 있잖아요. 근데 전 섭섭하기만 해요.”
OCN ‘보이스2‘에서 풍산경찰청 형사 양춘병 역으로 활약한 배우 김기남은 드라마 종영 후 TV리포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중파로 보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대박 드라마에 제가 비중이 있는 조연으로 참여하게 돼서 요즘 기분이 새로워요. 길을 다녀도 ‘양 형사’라고 알아보고, 식당이나 사우나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더라고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보이스2’ 계속 출연하고 싶은데 끝나서 정말 아쉬워요.”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그린 소리추격 스릴러 드라마. 시즌2는 시즌1 주인공인 이하나를 중심으로 이진욱 권율 등이 투입해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 속에 막을 내렸다. 그래서 내년 시즌3 제작 계획도 순항이다.
김기남이 맡은 양춘병은 토속적인 외모가 인상적인 풍산경찰청 허당 형사다. 김기남은 “제 나이가 37살인데, 팀 막내여서 형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면서 특히 “주인공이라 자기가 해야 할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인간적이고 배려로 모니터도 열심히 해준 진욱 형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보이스3’ 출연하고 파…다크서클 없애지 않을 것”
‘보이스2’에서 양춘병의 트레이드마크는 단벌신사. 김기남은 양춘병이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친한 형이자 배우 선배 오정세가 양춘병 캐릭터 설정에 영향을 줬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김기남은 “정세 형이 ‘등산복을 입으면 어때?’라고 조언을 해줬고, 감독님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좋다고 해서 의상 팀에 최고로 촌스러운 의상을 요청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올해 유독 더운 여름이었기에 단벌로 연기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고역이다. 김기남은 다행히 땀이 없는 육체의 소유자라고. “살면서 구슬땀이 난 기억이 10번도 채 안 된다. 땀을 빼러 일부러 일주일에 두 번 사우나에 갈 정도다. 발 냄새도 안 난다”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그에게도 올해는 더웠지만, 김기남은 “의상 팀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새벽 1~2시 촬영 끝나고 벗은 의상을 꼭 빨아줬다. 섬유유연제까지 써서 향기로운 등산복을 입게 해줬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유전인 다크서클 때문에 떨어질 뻔한 ‘보이스2’ 오디션. 어렵게 따낸 역할이기에 김기남은 열정을 쏟았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범인 프락치 역할이 아닌데 사람들이 저의 다크서클을 보고서 ‘뽀글이가 빨대다, 뭔가 있다’라고 의심하더라. 주목받아서 나쁘진 않았지만 수술까지 결심할 만큼 다크서클에 대한 고민이 컸다. 재밌는 사실은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보이스2’에 캐스팅됐다.”
다크서클은 양춘병과 김기남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김기남은 다크서클을 없애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보이스3’ 출연을 간절히 희망했다. “시즌3는 무조건 들어가는데, 양춘병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양 형사 어떻게 됐어요?’ 물어보는 분들께는 ‘지금 치료 중이라는데 결과는 안 났어요’라고 답하고 있다. 목에 붕대를 감고서라도 시즌3에 등장하고 싶다.”
“카멜레온 같은 배우=성동일·오정세 롤모델”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데뷔 년도를 굳이 밝히고 싶지 않다는 김기남. 인터뷰를 하는 도중 새로운 데뷔 년도를 정했는데, 2015년이다. 김기남의 새로운 데뷔 기회를 준 이가 있으니, 동갑내기 친구인 배우 고규필이 그 주인공이다. 김기남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제게 ‘연기해, 도와줄게’라면서 인맥을 동원해 끌어줬다”면서 감동받은 이야기를 전한다.
‘장사의 신-객주2015’ ‘또! 오해영’ ‘38 사기동대’ ‘도깨비’ ‘내성적인 보스’ ‘미씽나인’ ‘조작’ ‘슬기로운 감빵생활’ ‘보이스2’…. 불과 3년여 만에 김기남이 쌓은 필모그래피다. 분량이나 존재감은 보잘 것 없지만, 김기남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마음 구석에 숨겨둔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했다. 그리고 ‘보이스2’로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됐고, 자신감도 얻었다.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창피하지만, 저 말고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없으니 할게요.(웃음) ‘보이스2’ 출연 전까진 찌질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역할을 주로 했고, 제 의견 하나 없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하는 연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양춘병을 연기하면서 저 김기남도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 비주얼이면 보통 쌍방이 아닌 일방의 로맨스가 성사되지만, 쌍방의 로맨스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감을 얻은 김기남에겐 배우라는 타이틀로 쟁취할 목표도 새롭게 생겼다. 김기남은 “평범하지만 색을 입히면 ‘어 얘 봐라?’하고 놀라게 하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젊은 배우로는 오정세, 대선배 중엔 성동일 선배가 롤모델이다”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개그맨이 아닐까 오해할 만큼 유쾌하지만 연기 이야기엔 눈빛부터 달랐던 김기남. 그의 꿈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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