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배우 강태오의 연기 전환점은 한국-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이다. 주인공 준수 역을 맡은 그는 링(프엉 분)과 멜로 연기로 펼쳐 ‘베트남 프린스’로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 KBS 2TV ‘조선로코-녹두전’으로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했다.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강태오는 동동주(김소현 분) 바라기 차율무 역을 연기해 전녹두(장동윤 분)와 사랑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자신이 능양군(훗날 인조)이라며 정체를 밝혀 반전을 선사함과 동시에 삼촌 광해(정준호 분)를 향한 칼날을 겨누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태오는 “‘조선로코-녹두전’으로 올해를 보냈다. 종방연 때 마지막 회를 지켜보면서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또한 KBS 드라마는 첫 출연이었다. 2019년 월화드라마 마지막을 제가 장식했다는 점에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로코-녹두전’은 영화 ‘명당’에 이어 두 번째 사극이지만, 강태오는 이번 작품이 훨씬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회평군은 더듬거리는 말투 등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썼다. 이에 비해 율무는 내면 감정이 훨씬 더 깊었고, 동동 커플의 로코 분위기와 차별화해야 했다. 그리고 율무가 실제 왕이지 않나”고 털어놨다.
이어 “급변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점도 고민했다. 동주를 향한 율무의 애정에서 출발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왕위와 사랑 둘 중 하나를 놓고 갈등하는 인물로 구축했다. 인조를 의식하고 접근했다면, 보는 분들이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강태오는 다정남부터 집착남, 야망남까지 다양한 얼굴을 선보여 ‘강태오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흑화 장면은 방송 직후 화제가 됐고, 인조와 능양군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강태오는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실시간 반응들이 매우 놀란 분위기였다. 율무는 하차하고 능양군이 새로 캐스팅됐다는 글도 있었다. 소속사 식구들은 ‘능양군 나리 오셨습니까’라고 인사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강태오는 “정준호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이 다정하게 사극 연기의 팁을 많이 알려주셨고, 긴장을 많이 풀 수 있었다. 덕분에 대칭 구도가 잘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삼각관계를 그렸던 장동윤, 김소현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강태오는 “동윤이 형은 친구처럼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매력을 가졌다. 서로 ‘자기야’라고 부를 만큼 격 없이 지냈다”고 밝혔다.
이어 “소현이는 열정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동료였다. 평소에는 백구 같은 친근함과 해맑은 동생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순간 집중력이 매우 높아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태오는 극 중 자신의 유일한 키스신인 장동윤과의 키스 장면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그는 “저에겐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다. 평소에 바르지 않던 립밤도 발랐다. 그런데 동윤이 형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내야 한다며 홍삼캔디를 먹었다. 동윤이 형이 많이 리드해줬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키스에 앞서 펼쳐진 달리기 장면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강태오는 “동윤이 형이 달리기에 자신 있다며 한 번 붙어보자고 하더라. 저 또한 운동을 잘하는 편이라 승부욕을 불태우며 진심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라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KBS 연기대상에서 장동윤과의 베스트 커플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율무가 그때 녹두에게 매료된 것 같다. 하지만 이 분야는 동동 커플에게 양보하겠다. 저는 왕이 된 것만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태오는 자신이 대나무 숲에서 납치당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율무가 나쁜 짓을 저지르며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잘 피했다. 그 장면에서 녹두에게 두들겨 맞았는데, 저 또한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해 매우 통쾌함을 느꼈다”고 웃었다.
이어 율무의 호위무사 박단호(황인엽 분)가 죽는 장면이 슬펐다고 밝혔다. 강태오는 “율무가 유일하게 신뢰했던 인물이었고, 실제로 인엽이 형과 호흡을 맞추면서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는 무표정하고 냉정하지만, 인엽이 형은 매우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항상 본방송이 시작할 때마다 먼저 문자를 보내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인엽이 형이) ‘조선로코-녹두전’이 정식 연기로 첫 작품이라고 해서 저 또한 힘이 돼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차율무가 자신의 인생 캐릭터로 남을 것 같냐는 물음에 강태오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안겨준 캐릭터였고, 고맙고 소중했다. 그러나 인생 캐릭터라고 평가하는 건 대중의 몫이다. 제가 단정 짓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렇다면, 강태오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은 무엇일까. 그는 쌍방향 로맨스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강태오는 “짝사랑을 그만 하고 싶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빼고 대부분 좋아하는 이성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율무가 왕이 되어도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가 동주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녹두와 단호의 고난도 액션을 보며 기회가 된다면 한 번 해보고 싶다. 장혁 선배님이 연기했던 ‘추노’ 대길이 같은 강렬한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문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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