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배우 표예진의 2019년은 ‘VIP’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촬영 준비과정부터 마지막 회까지 그의 1년을 꽉 채웠기 때문.
그래서일까, ‘VIP’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표예진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1년 내내 온유리로 살았어요. 굉장히 공들여서 오랜 시간 찍었고, 촬영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방송으로 이어졌거든요. 분명 긴 시간 같은데, 금방 끝난 기분이 들어서 아쉬워요. 지금도 유리를 놓아주지 못하겠어요.”
표예진이 ‘VIP’에서 연기한 온유리는 복잡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어머니와 단둘이 옥탑방에서 살고 있던 그는 성운백화점 부회장 하재웅(박성근 분)의 숨겨둔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장에서 낙하산 인사 소리를 듣게 된다. 여기에 같은 부서 팀장 박성준(이상윤 분)의 내연녀로 밝혀져 나정선(장나라 분)과 갈등을 일으킨다.
표예진은 온유리의 모든 서사를 이정림 PD와의 첫 만남에서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시놉시스에는 온유리가 VIP 전담팀 미생 같은 인물로만 묘사됐거든요. 박성준의 여자가 온유리였다는 내용과 훗날 하유리로 개명하는 건 PD님을 통해 알았어요. 예상치 못했던 터라 충격받았죠. 그러나 캐릭터가 입체적인 면이 많아 배우로서 도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쌈, 마이웨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때보다 반응이 더욱 격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연녀라는 정체가 드러난 뒤부터는 일부러 댓글 안 봤어요. 충격받을까 봐요. (웃음) 그만큼 많은 분들이 ‘VIP’를 관심 있게 본다고 좋게 받아들였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박성준의 내연녀’라는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온유리는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당하는 장면 등으로 마음 짠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이에 표예진은 온유리가 살아온 삶에 초점을 맞춰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유리가 어렵게 살아왔고 아이같이 순수한 면이 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향해 사랑한다는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의 부인이 매우 멋있어서 동경하고 싶은데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라 열등감도 있고, 몰래 만난다는 죄책감도 있어요. 유리의 마음을 100% 이해했기 때문인지 제 마음까지 심란해지더라고요.”
복잡한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만큼, 표예진은 연기를 하는 내내 심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상대역인 장나라였다.
“정선이가 독해지고 버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미안하고 괴로웠어요. 게다가 둘 다 감정이 극한으로 다다르잖아요. 촬영 때보다 완성본이 더 강도가 세게 나왔던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버티기 힘들 때가 있었어요. 다행히 나라 언니와 현장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마음이 편했죠. 극 중 관계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는 배우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그렇게 했다면 연기를 마음껏 하지 못했을 거예요. 나라 언니와 얼굴 볼 수 없었을 거고요.”
‘VIP’ 메이킹 영상에서도 표예진과 장나라의 돈독한 관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상윤이 “연기하는 저를 불편하게 한다”고 장난 섞인 질투를 할 만큼, 서로 아껴주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상윤 오빠가 외로움을 느꼈을 거예요. 서로 캐릭터를 이해해주고 토닥여주면서 매우 가까워졌거든요. (웃음) 그리고 (나라 언니가) 연기 대선배님이셔서 촬영하는 동안 제가 많이 배웠고 기댔어요. 최근에는 드라마 본방송이 끝날 때마다 언니가 응원 문자를 보내주세요. 고마웠어요.”
새로운 캐릭터와 에너지,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며 ‘VIP’를 자신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라고 평한 표예진. 그의 다음 목표는 ‘VIP’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작품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배운 것들을 빨리 작품에 활용해서 좋은 연기자로서 성장하고 싶어요. 다작도 상관없어요. 아직 막연한 꿈인데,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 도전하려고요.”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팬스타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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