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과거 베이비복스 이름 앞에는 늘 ‘센언니’ 같은 강한 수식어가 붙었다. 요정, 청순 콘셉트의 걸그룹이 인기를 끌던 시절 ‘섹시’ ‘걸크러시’를 앞세운 나름의 차별화 전략이 통한 탓이기도 했다.
정작 멤버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중에 센 사람은 없다”고 꾸준히 강조해왔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이비복스 하면 ‘센언니’가 떠오른다.
베이비복스 맏언니였던 이희진은 최근 진행된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활동 시절을 떠올렸다.
“멤버 중에 성격이 세다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어서 그나마 셌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엔 차분하다가 상황과 환경이 그렇게 되면 돌변해요. 예전엔 (간)미연이를 위해서 많이 싸웠었죠.”
과거 간미연은 인기 남성 아이돌 멤버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테러 수준에 가까운 위협을 받았다. 협박 편지와 전화는 기본, 달걀세례, 오물세례, 면도날 위협 등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들이었다.
이희진은 “저희를 향해 욕을 할 때도 있었지만 저희가 무대에 올라가면 다른 가수의 팬들까지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침묵할 때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상하지만 웃길 때도 있었죠. 어쩜 이렇게 한마음으로 우릴 미워할 수가 있을까. 솔직히 우리가 이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나 싶었어요”라고 당시 심경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무엇보다 그는 “미연이는 그 당시에 저희한테도 속마음을 다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제 등 뒤에 숨어 울기만 했어요. 미연이도 피해자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공격을 하니까 화가 났죠”라며 팀을, 그리고 멤버를 위해 센 언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현재 베이비복스는 결혼한 김이지를 빼고 배우, 또 가수로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이희진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게 신기해요. 생명력이 길죠. 가늘고 길게 가는 것 같지 않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저희가 1세대 아이돌 가운데 가장 빨리 흩어져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다른 곳에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핵폭탄 급 대박은 없지만 오히려 이게 더 안정된 느낌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게 깊이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 아닐까요.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다 같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에요.”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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