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지성은 솔직하고, 또 겸손하다. 그러면서도 도전적이다. 스스로를 노력형 배우라고 말하는 그는 단 한순간도 자신이 잘하는 캐릭터를 택한 적 없다. 매 작품이 도전이자 숙제였다.
영화 ‘명당’ 역시 마찬가지.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지성은 ‘상갓집 개’로 살던 몰락한 왕족의 처절함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광기를 완벽히 표현했다. 익히 알려진 흥선대원군이란 인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시절을 구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엔 해냈다.
“거지꼴로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는 인물이잖아요. 왕족으로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거죠. 그 시절 흥선의 광기는 당연했던 것 같아요. 실제 당시 흥선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다고 해요. 불안정한 시기, 맹목적인 나라 개혁…. 조금은 지나쳐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 흥선에겐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봤어요.”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한 그는 2007년 드라마 ‘뉴하트’로 대중에게 연기력으로 제 존재감을 각인시킨 뒤 이후 드라마 ‘비밀’, ‘킬미,힐미’, ‘피고인’, ‘아는 와이프’까지 시청률과 평가면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저는 후천적 노력으로 한걸음, 한걸음 올라왔어요. 그래서 매작품 즐기지 못하고 공부하는 습성이 있어요. 특히나 영화 쪽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더욱 그렇죠. 저는 제가 잘하는 작품, 개인적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른 적이 없어요. 늘 안 해 본 캐릭터를 골라왔죠. ‘명당’ 역시 그랬죠. 현장에서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끄럽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지성은 이보영과 6년간 교제 끝에 지난 2013년 결혼, 2015년 6월 첫 딸 지유를 품에 안았다. 최근 이보영은 둘째를 임신, 내년 봄께 출산한다. 연예계 대표 사랑꾼, 딸바보인 지성은 딸 지유와 아내 이보영 얘기가 나오자마자 눈에서 행복한 기운을 뿜어냈다.
“늦게 아빠가 돼서 그런지 20년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딸이 결혼했을 때 제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 드니 몸 관리, 식단관리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작품으로 소진한 몸과 마음을 가족으로 치유하는 편이에요. ‘명당’ 마지막 촬영이 아침에 끝났는데, 그때 이보영 씨는 ‘마더’를 찍고 있었죠. 저는 지방 촬영이 끝나자마자 오후 2시에 지유를 유치원에서 픽업해서 함께 여행을 떠났어요. 이렇게 가족과 바로 시간을 가져야 원래의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더라고요.”
아빠가 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개인생활은 없었단다. 육아, 촬영, 또 육아의 반복이었다. 둘째가 태어날 때는 이보영 곁에서 함께 있고 싶다는 지성은 “늦은 나이에 아빠가 돼 책임감이 더욱 무겁다. 이보영 씨가 혼자 육아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다”라고 털어놨다.
지성은 인터뷰 말미 이보영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이가 바로 이보영이란다.
“제 명당은 이보영의 옆자리예요. 기사를 의식해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심이에요. 인생 자체가 이보영 씨 코드로 맞춰져 있고, 이보영 씨를 만나고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많이 모르고 부족했던 저를 보영 씨가 일깨워줬어요. 어떻게 보면 제 가정사가 힘든 시기에 보영 씨를 만났거든요. 전 늘 남이 먼저, 부모가 먼저였어요. 보영 씨 덕분에 저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눈물 날 정도로 고맙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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