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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틀 드러머 걸’ 범생이 박찬욱은 어떻게 세계를 홀렸나[인터뷰 종합]

‘리틀 드러머 걸’ 범생이 박찬욱은 어떻게 세계를 홀렸나[인터뷰 종합]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박찬욱이 생애 처음으로 드라마에 뛰어들었다.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존 르 카레의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화화 연출을 제안받기도 했던 바. 

왓챠 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방송판에서 심의, 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방송 버전과 거의 모든 컷, 모든 장면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팔레스타인 분쟁 등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박찬욱 감독만의 매혹적인 미쟝센, 대범하고 흥미로운 서사만큼은 여전하다.

“1,2회만 참고 보면 재밌을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2회 후반부부터 관객을 무서운 몰입도로 끌어당긴다. 치밀하게 짜인 디테일과 구도, 냉소적 유머와 스릴러가 어우러졌다. 에피소드 후반부로 갈수록 매혹적인 로맨스 요소가 짙어진다. 

■ 다음은 박찬욱 감독과 일문일답

-3월 29일 공개됐다.

이번에 누가 말해줘서 알게됐는데 3월 29일이 ‘복수는 나의 것’ 개봉일이었다더라. 새삼 ‘복수는 나의 것’이 비수기에 개봉했다는 걸 깨닫게 됐지.

-박찬욱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상당하다.

1,2회는 복잡하고 따라가기 힘들단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팔레스타인 분쟁이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많은 소재도 아니고, 세계관과 인물들을 인사시키는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2회 후반부터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내 작품이지만 솔직히 난 마음에 든다. 머리 싸움과 감정의 얽힘이 복잡하게 이뤄져 있지만, 그것들이 마지막에 만족스럽게 정리된 기분이다. 난 그 복합성이 참 좋다.

-영화 ‘스토커’의 연출, ‘설국열차’ 제작 등 해외 협업 프로젝트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뭔가.

장단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작업하면 여러가지로 편안하지. 음식, 언어, 한국인 스태프, 한국인 배우. 이 편안한 곳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면 몸과 정신이 하여간 엄청나게 피곤하다. 하지만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계속 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작업이다.

-‘스토커’ 때도 편집 과정에서 스튜디오와 이견이 많았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의 BBC, 미국의 AMC 두 군데서 방영됐다. 의견 충돌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스토커’ 때와 가장 큰 차이는 후반작업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스토커’는 애초 의견차이가 크긴 했지만 6개월의 편집 과정에서 엄청나게 치열한 논쟁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해소했다. 그 과정을 내가 주도했고, 힘들어던 만큼 만족도도 컸다. 반면 ‘리틀 드러머 걸’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BBC, AMC, 프로덕션 각자의 의견이 있었기에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의견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상태까지 가기엔 토론의 시간이 부족했다.

-원작자 존 르 카레의 또 다른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영화화 제안을 받았었다. 존 르 카레와는 그때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건가.

당시엔 몰랐다. ‘리틀 드러머 걸’을 통해 알게 됐고, 자주 만나게 됐다. 존 르 카레는 ‘리틀 드러머 걸’ 에피소드 3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원작자 아들들이 우리 드라마 제작자인데, 슬쩍 알려주더라. ‘아버지에게 특별출연 부탁하면 못 이기는 척 출연하는데 은근 좋아하신다’라고.(웃음)

-그리스 정부가 아크로폴리스 촬영을 허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작사가 온갖 루트를 동원해 요청하고 애원해서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스 현지에서도 촬영을 놓고 논란이 심했다. 문화재 촬영을 허가해도 되냐는 것이었다. 계속 대서특필되고, BBC 뉴스에서도 다뤄졌다.

-주인공 플로렌스 퓨와 작업은 어땠나.

‘레이디 맥배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우다. 젊은 사람이 영화 전체를 장악하더라. 강렬했다. 실제로 작업해보니 엄청난 개구쟁이면서도 진지할 땐 진지하다. 배려도 굉장하다.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넌 대체 엄마 아빠가 어떤 분이기에 이렇게 컸니’라고 물어봤는데, 나중에 런던영화제 뒤풀이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궁금하셨다고 했죠?’라며 소개해주더라.(웃음)

-박찬욱 감독의 부모도 궁금하다. 대체 어떤 유년시절을 보낸 건가.

평범했다. (모)범생이었다. 미취학 시절에는 골목대장이었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범생이 됐다. 고등학생이 되자 모든 게 시들하고 우울했다. 부모님께 받은 교육 중에 특별한 건 없었는데, 아버지가 미술을 좋아하셔서 인사동 화랑에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그 기억이 특별하게 난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알렉산더는 ‘트루 블러드’에 나와서 알게 됐는데, 내가 영화 ‘박쥐’로 여기저기 홍보하러 다닐 때 흡혈귀 소재의 ‘트루 블러드’가 한창 인기 절정이라서 반감 같은 게 있었다.(웃음) ‘빅 리틀 라이즈’에 나온 걸 보 섬세한 연기에 놀라서 기억을 해뒀다가 ‘스토커’ 때 엉클 찰리 캐릭터로 화상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당시엔 나이가 너무 젊어서 아쉽지만 캐스팅하진 않았다. 알렉산더가 출연 고민하고 있을 때 니콜 키드먼이 출연하라고 했다더라. 

-‘스토커’ 니콜 키드먼과 요즘도 연락을 주고받나

가끔씩 연락하지. 영화제에서 오다가다 보기도 하고.

-첩보스릴러에 로맨스가 가미돼 끌렸다고.

내가 해온 작품들은 늘 사랑이란 요소가 중요했다. ‘리틀 드러머 걸’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첩보의 세계, 분쟁의 이야기, 사랑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게 하나가 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참 잘 짜여 있단 생각이 들더라. 찰리는 모험을 사랑하는 여자이기에 남자가 ‘이 일은 위험해’라고 하면 할수록 남자에게 더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 배우, 국내 배우와 작업할 때 차이점이 있나.

배우의 DNA는 국적을 초월해 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조니 뎁, 짐 캐리, 앤소니 홉킨스가 모두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화풍이 다 비슷하더라. 심지어 하정우까지도. 배우들은 국적을 떠나 비슷한 것 같다. 누구나 처음 만나면 다 경계하고 서먹서먹하다. 나는 개인적인 얘길하며 접근하지 않고, 일 얘기를 하며 다가가는 편이다. 아주 구체적인 일 얘기를 다짜고짜하는 편이다. 어쩌면 사무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일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서로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직업인으로 시작해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편이다.

-포스트 박찬욱으로 눈여겨 보는 감독이 있나

(친동생인) 박찬경? 언젠가 함께 상업 장편영화를 같이 할 생각이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차기작은 어떤 걸 준비 중인가.

매튜 매커너히와 함께 하는 서부극이 진행 중이긴 한데, 아직 투자 확정이 안 됐다. 여러 개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엔 한국영화도 있다. 당장은 못 만들겠지만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등장하는 음악영화도 해보고 싶다.

-최근 박찬욱을 매료시킨 것이 있다면?

런던에서 후반작업하는 기간에 너무 일만 하다 보니 질식할 것 같아 가끔 음악회를 다녔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 음악회를 다녀와서 완전 얼이 빠져버렸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하더라.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리틀 드러머 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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