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배우 유태오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에서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부상을 당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연기를 공부했다. 코트 위에서 주목받는 운동선수와 무대 위에서 박수받는 배우의 DNA에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던 것이 연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유태오는 이후 뉴욕, 영국, 독일 연극무대를 오가며 착실히 내공을 쌓아왔다.
한국에서는 영화 ‘여배우들’, ‘자칼이 온다’ 등에 출연한 유태오는 아직 국내 대중에겐 낯설다. 그가 주연한 ‘레토’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 초청작으로, 러시아의 전설인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유태오는 2000대 1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 역할을 따냈다.
“유럽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멜랑꼴리가 있어요. 빅토르 최는 터프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음악에서 제가 겪은 멜랑꼴리를 느꼈어요. 빅토르 최는 굉장히 시(詩)적이고 순수한 사람이에요. 유럽에서 한국인으로서 느낀 공허함, 외로움을 빅토르 최도 느꼈겠죠.”
유태오는 15년의 무명시절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냐 물으니 “아내”라고 답했다. 유태오의 아내는 ‘프로젝트’ 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니키 리다. 올해 결혼 11년 차. 뉴욕 유학 시절 만난 니키 리는 유태오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자, 그를 끝까지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아내가 힘이 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모두가 저를 포기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절 믿어준 게 지금의 아내예요. 정말 고맙죠.”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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