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배우 조인성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고구려 장군으로 스크린 정복에 나설 예정.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도전이었지만 조인성은 ‘안시성’을 이끌었다. 매번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조인성이기에 이번에도 관심이 커질 수밖에.
조인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다. 조인성은 ‘안시성’에서 고구려 안시성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았다. 양만춘은 성민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리더.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이후 1년 8개월 만에 복귀한 조인성. 왜 ‘안시성’이었을까. 그는 “처음에는 두 번 정도 출연을 고사했었다. 제가 양만춘 역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고민이 되더라”면서 “그럼에도 감독이 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해줬고, 그렇게 양만춘 캐릭터가 변했다. 저한테 받은 느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캐릭터로 대본이 나오니까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양만춘은 역사적으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인물. 이는 조인성에게 장,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는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새롭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보면 양만춘이 이순신 장군 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면서도 “참고할 것이 없으니까 무엇을 기준점으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고, 형 같은 리더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렇게 시작된 ‘안시성’ 여정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가장 덥고, 추운 계절을 모두 보낸 조인성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날씨가 덥고 추우니까 제가 가지고 있던 경험 선을 넘어 가더라. 여기에 감독의 연출 스타일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도 있고, 연기 외적으로 풀어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외모 보다 양만춘 캐릭터를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한 것. 20kg의 갑옷에 기미와 주근깨 분장은 물론, 수염까지 붙이며 조인성의 양만춘을 탄생시켰다. 그동안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통해 ‘멜로킹’으로 불렸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갑옷 무게가 20kg 정도 됐어요. 그래서 ‘안시성’ 촬영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고, 허리도 많이 아팠죠. 수염 붙이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대사하니까 입에 들어가더라고요. 그 부분도 좀 힘들었지만, 10회 차부터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기미와 주근깨 분장도 당연했어요. 그 때 사람들이 선크림을 바르고 전투를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그래서 분장팀에게 더 신경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조인성은 ‘안시성’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양보했다. 자신 보다 ‘안시성’ 작품을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조인성은 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 진행할 때 제가 해야 할 거 다른 캐릭터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그래야 ‘안시성’ 전체가 산다고 생각했다. 양만춘 한 명만 멋있다고 하면 안 되고, 모든 캐릭터가 멋있어야 (관객)560만 명을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다한 ‘안시성’이지만 걱정도 컸다. 200억 대작이고, 타이틀롤이기에 당연할 터. 조인성은 “일단 이제는 이런 작품을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생각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하는데, 정말 부담이 엄청나다”고 털어놨다.
‘안시성’은 ‘명당’ ‘협상’ ‘물괴’ 등 쟁쟁한 영화들과도 경쟁하게 됐다. 조인성은 “전형적인 사극에서 탈피하려고 했다. 배우들도 젊고, 감독 역시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다. 신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담으려고 노력 많이 했다”면서 ‘안시성’의 차별성을 언급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안시성’은 이미 기술시사와 언론시사를 마쳤다. 호평이 터진 상황. 이에 대해 조인성은 “기술시사는 스태프 시사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자기 연기부터 보는 것처럼 스태프들도 자신이 한 것부터 본다. 보통 그렇다. 그런데 이번 기술시사에서 반응이 와서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언론시사 후에는 좋은 반응도 있고, 안 좋은 반응도 있지만 재밌게 봐준 분들이 좀 더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절대 낙관할 순 없다. 관객의 반응이 이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 킹’이 제일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산 너머 산”이라고 덧붙였다.
‘안시성’의 개봉을 누구보다 기다릴 조인성. 그의 도전이 다시 한 번 스크린에 통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다만, ‘로코킹’을 내려놓고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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