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명석이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요.”라면서 배우 동하가 쏜 사랑의 총알은 시청자의 가슴에 명중했다. 동하(본명 김형규)는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서 철부지 재벌 2세 박명석을 연기했다.
벌써 데뷔 9년차인 그는 이번에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오직 동하의 연기가 일궈낸 결과다. 그는 ‘김과장’ 초반에는 단순히 ‘회장 아들’, ‘박영규 아들’로 불렸다. 회가 거듭되면서 동하의 존재감은 커졌고, 맛깔스러운 연기가 빛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게 됐다.
실제의 동하는 명석이보다 더 멋있는 남자다. 그의 우윳빛깔 피부는 보는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반사판이 필요없는 외모다. 성격은 명석이처럼 장난도 치지만, 진지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었다. 단언컨대, 동하가 연기했기에 명석이가 빛날 수 있었다.
동하는 ‘김과장’에 이재훈 PD와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다. 이 PD는 ‘뷰티풀 마인드’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당시 동하의 연기를 좋게 본 것으로 추측된다. 동하는 ‘김과장’을 통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김과장’이 끝나면 바로 군대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고, 벌써 차기작도 정해진 상황이다. 동하는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면서 각오를 전했다.
동하는 ‘김과장’을 찍으며, 명석이에 빠져 살았다. 명석이의 행동, 말투 등은 모두 동하의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다. 동하는 “명석이의 삶의 패턴, 불규칙적인 식사, 잠 자는 시간 등을 세세하게 파고 들어서 이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만들었어요. 대사를 어떻게 친다기보다는 이 친구가 돼서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귀여운 명석’이는 동하가 만든 것이다. 명석이는 안하무인 재벌 2세에서 개과천선해 180도 달라지는 인물이다. 때문에 동하는 명석이가 밉상으로 보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동하는 명석이를 조금은 모자른,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멍석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사실은 명석이가 귀여운 쪽이랑 거리가 있는 캐릭터였어요. 시놉에는 ‘싸가지 없다가 김과장에 의해서 사람이 조금씩 변화된다’ 정도로 써있었는데, 귀여움을 첨가한 것은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대사를 조금만 귀엽게 치면 캐릭터가 미워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엄청 싸가지 없다가 확 변하면 이상하잖아요.”
‘연기 천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화제가 된 탄자니아어와, “명석이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요” 대사는 모두 동하의 애드리브다. 박영규 성대모사에 대해서는 “선배님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했는데, 귀엽게 봐주셔서 얼떨떨하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맛깔나는 연기를 펼친 동하는 ‘먹쏘’ 서율 역의 준호와 함께 신인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동하는 “전 기대 자체를 안 하고 있고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과장’ 촬영은 말그대로 ‘초생방’으로 진행됐다. 동하는 대본을 받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잠도 거의 못 잤지만 그는 피곤한 지도 모르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과장’의 의인으로 통하는 남궁민의 위엄도 느꼈다고 했다.
“(남궁민에 대해) 말할 것도 없죠. 워낙 연기를 잘하시잖아요. 선배님은 저보다 잠을 못 자셨어요. 그러면 사람이 예민해지잖아요. 제가 귀찮을 정도로 계속 질문했어요. 그런데도 선배님이 짜증 한 번 안 내고, 친절하게 다 알려주시더라고요. ‘나만 잘하면 뭐하냐, 너도 잘 해야지’라면서 이끌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배운 점이 많아요.”
동하는 남궁민과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아쉽게도 러브라인은 없었다. 2014년 SBS 드라마 ‘기분좋은 날’에서 부부로 호흡한 정혜성과 재회했는데, 붙는 신이 거의 없었다. 동하는 재회 소감을 묻자 “그냥 오랜만에 친구 본 느낌이었어요. 일은 일이고, 친구는 친구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를 많이 찍었죠?”라고 되물으며, “그냥 별 생각이 없어요. 욕심도 없고, 러브라인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동하가 욕심내는 것은 단 하나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타이틀. 이미 그 목표를 이뤘지만, 동하는 아직 목마르다. “연기자니깐 ‘연기 잘하는 배우다’라는 말 꼭 듣고 싶어요.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 계속 노력할 겁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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