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내가 50대인 줄 아는 사람도 많은데….”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렸다. 안성기는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인생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했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후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약 13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10대 중반까지 꾸준히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는 10여 년의 공백을 가진 뒤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과 함께 성인 연기자로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고래사냥'(배창호 감독), ‘투캅스'(강우석 감독)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로 매작품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 다음은 안성기와 일문일답
-데뷔 60주년 소감이 어떤가
내가 50대 중반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참.(웃음) 60주년 특별전을 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하하. 사실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자꾸만 획을 긋는 게 부담스럽더라.
-13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인생작을 꼽는다면
한 편 꼽으라면 고문이겠지만 몇 편 꼽아보자면, 일단 ‘바람 불어 좋은 날'(이장호 감독). 어려운 시대를 삶다 새로운 바람이 부는 그 당시 공기를 정확하게 관통한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님과 첫 만남이었던 ‘만다라’로는 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계기였고, 많은 관객과 만난 ‘고래사냥'(배창호 감독), ‘하얀전쟁'(정지영 감독), 늘 착한 역할만 하다 코믹하게 망가지며 폭을 넓힌 ‘투캅스'(강우석 감독)을 꼽을 수 있겠다.
주연에서 조연까지 하게 된, 그 과정을 잘 안착하게 된 ‘인정사장 볼 것 없다'(이명세 감독), 첫 천만 영화 ‘실미도'(강우석 감독)도 소중하다. ‘실미도’ 때는 첫 천만영화라 ‘이 기록이 쉽게 깨질까’ 싶었는데 바로 두 달 뒤 ‘태극기 휘날리며’에 깨졌다.(웃음)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따뜻한 ‘라디오스타'(이준익 감독)도 작은 영화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나와 닮은 캐릭터라 애정이 많이 간다.
-아역배우 출신인 걸 모르는 이가 많다. 아역 당시 ‘천재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렸다.
천재 배우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다. ‘하녀'(김기영 감독)에서는 어리숙한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연기를 야무지게 해야겠단 생각은 아역 생활하면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잘했나 보죠? 허허.
-드라마를 한 편도 안 찍었다.
나랑은 잘 안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가 좋은 것은, 예매, 극장에 앉는 데까지 귀찮은 과정이 필요하잖아. 관객들의 고마움이 있다. 어두운 것에 앉아 나를 감동시켜달라는 마음가짐에 대한 소중함도 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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