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반신반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형 판타지, 1,2편 동시 제작, 원작 웹툰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CG에 대한 우려….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신과함께’의 돌풍 뒤에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가 있다. ‘미녀는 괴로워'(06, 김용화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 ‘대립군'(17, 정윤철 감독) 등을 만들고 기획했다.
영화계에서는 흥도 많고 화도 많은 ‘일희일비’의 아이콘이기도 한 원동연 대표는 웹툰 ‘신과함께’의 판권을 사고 영화화를 기획하고 흥행에 성공하기까지, 지난 6년간 매일 마음 졸이며 지냈단다. 감독이 두 번 바뀌었고, 크랭크인 직전 투자사도 바뀌었다.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원동연 대표의 빠른 판단력과 감(感)은 ‘신과함께’ 성공의 신우 한수로 작용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쉽지 않은 1,2편 동시 제작을 한국영화 최초로 시도했고 덕분에 높은 제작비의 부담감을 낮출 수 있었다. 1편의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촬영, 후반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이는 완성도로 이어졌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이라 흥행업과는 맞지 않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는 원동연 대표이지만, 그는 ‘신과함께’로 ‘광해’ 이후 두 번째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홍보팀에서 말 조심하라고 했는데….(웃음) 그동안 티는 안 냈지만 김용화 감독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다. 나도 우울증 약 먹을 정도로 참 힘든 시기를 보냈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흥행하고 있긴 하다. 감사한 일이다. 이게 무슨 가문의 영광인가 싶다.”
■ 다음은 원동연 대표와 일문일답
–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후 악플이 쏟아졌다.
내가 우울증 약을 다 먹을 정도였다니까. 여론이 나빠지면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이 돌팔매 맞을 수 있잖아. 너무 불안하고 떨렸다. 영화가 공개되면 모두 풀릴 오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미리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잖아. 고스란히 앉아서 악평을 들어야 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김용화 감독이 ‘형, 미안해. 흥행 자신이 없어’라는 문자까지 보냈더라. 그럴 땐 오히려 내가 위로하며 지냈다. 난 정말 일희일비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흥행 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 나는.
– 진기한이 빠진 게 비난의 핵심이었다.
이게 참 딜레마다. 역대급 1위의 웹툰이잖아. 팬들의 상실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원작에서 1편은 사실상 진기한이 끌고 가다시피 하니까. ‘너희들 마음대로 원작을 훼손했어?’라는 분노가 댓글로 이어진 거다.
– 영화가 공개되고 나니 진기한 논란은 쏙 들어갔다.
진기한은 1편에만 나오는 인물이란 말이지. 영화는 프랜차이즈로 가야 하는데 진기한이 아닌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했다.
– 원작자 주호민 작가는 각색 과정에 얼마큼 참여했나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콘텐츠가 다른 매체로 이식되면 분명 달라지는 지점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다. 물론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보여는 드렸지. 주호민 작가도 진기한이 없어진 것에 대해 처음엔 당황하더라. 영화 보면서도 주호민 작가 눈치를 엄청 봤다. 자기 자식과 같은 진기한이 없어졌으니까. 그런데 뒤풀이에서 작가님이 나한테 술 한잔 따라주면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그동안 품었던 걱정들이 사라지면서 눈물이 났다.
– 원작의 어떤 점에 끌렸나
내가 ‘신과함께’ 판권을 산 게 ‘광해, 왕이 된 남자'(12)를 찍기 전이다. 한 6년 전이었나. 딱 저승편만 보고 판권을 샀다. 일단 이야기가 굉장히 섹시했다. 사후 세계를 굉장히 쉽게 풀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쉽게 얘기한다. 주호민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 김용화 감독이 연출을 맡기 전까지 감독이 두 번 바뀌었다.
김태용 감독(‘만추’, ‘가족의 탄생’)은 ‘신과함께’를 아트(영화)로 풀었다. 죽은 딸을 찾으러 저승을 가는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진기한만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원작 인물들이 다 사라졌다니까. 김태용 감독과 얼마 전 술 한잔하는데 ‘감독님, 제가 ‘신과함께’ 했으면 진짜 큰일 날뻔했어요’라고 하더라.(웃음) 여하튼 김태용 감독 버전의 ‘신과함께’도 진정성 있고 좋았지만 굳이 ‘신과함께’라는 타이틀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그 작품은 따로 만들기로 했는데 현재로서는 잠정 보류 상태다.
사실, 가장 먼저 김용화 감독에게 제안했었는데 그땐 감독이 ‘이건 드라마로 하는 게 낫다’라며 거절했다. 그러다 김용화가 ‘미스터고’로 망했을 때 ‘야, 이거라도 해야 해’라며 설득했다.(웃음) 솔직히 김용화 감독 만한 테크니션이 국내에 어디 있나. 솔직히 ‘국가대표’도 내 기획이었는데 김용화 준 거거든. 보은하라고 했지.
– 1,2편을 동시에 찍은 건 신의 한수였다. 하지만 결정하기까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나. 할리우드에서도 프랜차이즈를 동시에 찍진 않는다.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만약 1편이 실패했다면 미리 만들어놓은 2편이 있단 사실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1,2편을 동시에 안 찍었다면 한 편의 손익분기점이 800만 명이었을 거다. 지금은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인데 이것도 참 높은 수치 아닌가. 어휴, 매일이 노심초사였다. 너무 힘들었다.
– 드라마 ‘신과함께’도 준비 중이다.
드라마 판권을 나와 김용화 감독이 갖고 있다. 드라마적 호흡은 영화와 다르다. 드라마는 철저히 웹툰에 충실한 작품이 될 것이다. 내년 초부터 글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 현재 작가진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다. 내년엔 대본을 다 쓰고, 후년에 제작할 계획이다. 100% 사전 제작이다.
– 2편의 부제는 ‘인과 연’이다.
단순한 게 가장 좋은 것이다. 솔직히 2편이 더 재밌다.(웃음) 관객들이 2편에서 저승이 나온다고 신기하게 보겠어요? 1편에서 올라간 눈높이가 있는데. 2편에서는 마동석 씨가 정말 너무 웃기게 나오고, 삼차사의 과거도 너무 슬프게 나온다. 모니터 반응도 1편보다 2편이 더 좋다. 투자팀도 마찬가지고.
– 영화 ‘신과함께’의 3,4편도 만들어질까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 하지만 3편을 함부로 만들진 않을 생각이다. 만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면 섣불리 시작하진 않을 것 같다. 단순히 CG의 향연장을 만들 순 없으니까.
▶ ‘신과함께’ 제작자 “3+4편 함부로 만들진 않을 것”[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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