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이수경은 생각보다 더욱 솔직했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난 그는 누구보다 솔직하게 수다를 떨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수경은 최근 KBS2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의 주연으로서 6개월 동안 드라마를 이끌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그는 ‘왼손잡이 아내’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이수경에게 ‘왼손잡이 아내’는 MBC ‘딱 너 같은 딸’ 이후 4년 만의 일일 드라마다. 일일드라마는 절대 안하겠다고 생각했던 이수경. ‘왼손잡이 아내’는 대본이 재밌어서 선택했지만, 역시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몸무게도 4~5kg 정도 빠진 것 같다면서도 “모든 배우들이 다 살이 빠졌다”면서 웃었다. 그러나 일일드라마는 절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은 굳어졌다.
“확실하게 느꼈는데 일일극은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할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고, 해야 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가족극 같은 일일극인 것 같아요. 가족극이면 재밌겠다 해서 할 수 있는데, 사건이 많은 일일극은 힘든 것 같아요. 그 전에도 많이 봤었지만,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제 저는 기립박수 치면서 볼 것 같아요. 일일드라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연륜을 가진 배우들이 하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먼 훗날에 한다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을 때 하고 싶어요.”
‘왼손잡이 아내’는 페이스오프, 출생의 비밀, 자극적인 설정 등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수경은 “막장이라는 요소가 나쁘다고만 생각 안 해요. 로맨스, 호러, 여러 가지 장르가 있잖아요. 막장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장르이지만,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만 나오는 재미 요소, 통쾌함 있고,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다른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발한 것이라든지, 진짜로 없을 법한 얘기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선입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고 보면 별로 다르지 않을까요?”라고 똑소리나게 생각을 전했다.
이처럼 막장이라는 소리가 더욱 나온 것은 무엇보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 이수경은 극중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짚었다. “작가님이 사건 많고, 전개 빠른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사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은 해요. 사건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잖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깐 예상될 수 있는 뻔한 전개일 수도 있고, 어설플 수도 있겠지만, 재밌게 일일극이고 편안하게 본다는 생각으로 볼 수 있는 사건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수경은 ‘왼손잡이 아내’에서 남편을 찾을 수 있는 일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일념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한 캔디형 캐릭터 오산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후반부에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냉혈한 오젬마가 되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청순한 이미지의 이수경은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차갑고 도도한 말투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이수경은 오젬마를 연기할 때 미리 전해들은 바가 없고,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야할지 고충을 겪었다고 밝혔다.
“오젬마로 바뀌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준비도 없고, 컨셉도 잘 정해지지 않고 촬영을 했어요. 그 다음에 김진우 씨랑 만나서 ‘오산하가 아니라 오젬마예요’ 하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제작부에도 물었는데,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다 모르는 거예요. 오산하가 오젬마가 된 것인지, 원래 오젬마인 것인지, 정보가 없으니까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죠. 나중이 되어서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연기를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왼손잡이 아내’가 방영되면서, 배우들은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원래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들은 배우들도 이번에는 혹평을 받았다. 이수경 역시 ‘연기가 어색하다’는 자신에 대한 평들을 알고 있었다고. 이수경은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댓글을 일부러 보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제가 가는대로 하지 않고 휘둘릴 수 있으니깐요. 주변에서 하는 얘기나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는 했어요. 의견을 최대한 수렴은 했죠. 제가 할 수 있는 방향을 잃지 않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려고는 했어요. 배우가 할 수 있는 방향이 있고, 연출, 작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제가 각자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상대방이 연기할 때 최선을 다해주고, 나머지 몫은 배우의 몫이 아니죠.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배우들끼리는 더욱 끈끈해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에코글로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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