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맞이한 지금, 배우 설경구의 연기 고민은 여전히 치열하다. 획일화된 연기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 후배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돌아온 설경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설경구도 이 자리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영화가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아쉬운 게 많았다”고 답했다. 대중이 보기엔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연기였어도 정작 배우들은 매 작훔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을 토로한다.
“생각한 대로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또 안 되기도 하는데, 쉽게 생각하고 연기하는 건 100% 티가 난다. 그런데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해서 고민한 만큼 연기가 보이는 것도 아니더라. 앞으로 연기는 계속 숙제로 남아있을 것 같다.”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몸집을 줄였다. 이미 17년 전에 연쇄살인을 그만둔 은퇴한 연쇄 살인마 김병수를 표현하기 위해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닌 매우 건조해 보이는 메마른 김병수를 표현하고 싶었다. 무려 10kg을 감량했다.
설경구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의 연기력도 있지만 외적 변화도 한몫한다. 체중 증량과 감량은 이제 어려운 일도 아니란다.
설경구는 “세월은 가고, 또 새로운 역할은 오지 않느냐. 배우가 하는 고민의 강도는 세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민을 안 하면 안 한 티가 100% 나오기 마련이다. 그건 전형적인 사기인 것 같다. 문제는 고민을 했을 땐 고민한 대로 나와야 되는데 보이는 게 또 그렇지 않다. (연기자로서) 허망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팬들은 간혹 중견 톱스타들에게 ‘획일화된 연기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말 때문에라도 설경구는 변화를 추구한다. “똑같은 역할만 할 때 부끄러웠던 시절도 꽤 있었다. ‘또 소리 지르네’라고 하더라. 물론 (변화를 한다 해도) 그 안에 제 모습이 100% 들어가 있을 거다. 그래도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싶다. 내 안에 또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그게 제가 느끼는 연기의 재미일 수도 있다.”
올해 50살, 인생 반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이가 됐다. 설경구의 요즘 고민은 ‘나이를 잘 먹는 것’. 안 늙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건강하게 나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눈빛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어도 눈은 꼭 안 늙었으면 좋겠다.” 이 말을 내뱉는 설경구의 눈빛이 유독 간절하고 결연했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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