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민지 기자] 가수 바비킴이 4년 6개월의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바비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바비킴은 “오랜만에 활동을 하니까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나고, 다시 신인가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일으켜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았던 바비킴. 그는 당시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항공사의 잘못된 일처리가 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바비킴은 “억울한 점은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제가 공인의 입장에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4년 넘게 자숙기간을 가졌던 거다. 평소 남한테 피해 주지 말자는 개념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스스로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공백기 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는 “3년간은 음악을 멀리 했었다. 보는 것도 그렇고 듣는 것도 그렇고 스스로 음악 작업도 아예 안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등산을 정말 많이 했고, 집에서 요리나 이런 저런 취미를 새롭게 배우게 됐다. 지난해 2월부터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 작업을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스칼렛(Scarlette)’이다”고 답했다.
지난 17일 새 앨범 ‘스칼렛’을 발매한 바비킴. 그의 히트곡 중 하나인 ‘사랑 그 놈’ 같은 발라드를 기대했던 이들이 많을 터. 하지만 이번 앨범은 빈티지하면서도 소울풀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바비킴은 “‘사랑 그 놈’이 워낙 임팩트가 강했다. 하지만 그런 전형적인 발라드는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렇다고 해서 발라드를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의 만족도는 음악인으로서는 80%, 정신적으로는 110%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2번 트랙 ‘끝까지’는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6년 발매된 ‘최면’ 이후 13년 만의 재회다.
바비킴은 “사실 타블로와의 작업이 안 될 줄 알았다”며 “지난 3월에 타블로에게 연락을 했었다. 당시 에픽하이도 새 앨범을 내고 해외투어를 돌 때였다. 타블로가 너무 바쁘니까 안 될 것 같았는데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더니 곡을 보내달라고 하더라. 투어를 하다가 잠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녹음을 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타블로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바비킴이 고마움을 느꼈던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오랜 공백기 동안 그를 기다려준 팬들이다.
바비킴은 공식 SNS 계정에 팬들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올린 바 있다. 바비킴은 “SNS를 잘 못 하는 편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니까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가장 인간미가 묻어나는 손편지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콘서트를 빨리 하고 싶다. 팬분들과 직접 만나서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큰 규모보다는 소극장 공연처럼 아기자기하게 하고 싶다. 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라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로 선곡해 진행할 예정이다. 춤도 춰 보고 이것저것 팬서비스 차원에서 많이 해봤는데 다들 반응이 안 좋더라.(웃음) 그냥 노래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팬들이 하나 둘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고. 바비킴은 “그런 걸 보면 제가 나이를 먹는다는 게 실감이 난다. 팬들과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후배들의 뛰어난 실력에 자극을 많이 받기도 했단다.
바비킴은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후배들이 참 많다. 재즈 창법과 알앤비 창법을 섞어서 부르는 딘과 귀에 확 들어오는 목소리를 가진 자이언티가 눈에 띈다. 여자 가수 중에는 정인이 그렇다”며 감탄했다.
혹시 빌보드 차트에 대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는 “지난 2006년쯤 제가 작곡한 노래 4곡 정도를 영어로 번역해보자는 제의가 있긴 했다. 거절했던 이유는 이제서야 국내에서 사랑받기 시작했는데 그 넓은 곳에 가서 사랑받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때 거절했던 것을 후회하지도 않고, 지금도 그런 욕심은 없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바비킴은 새 앨범 발매와 더불어 최근 MBC ‘복면가왕’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복면가왕’에서 “너무 오랜만이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바비킴은 “‘복면가왕’은 저한테 가장 안 어울리는 방송이었다. 2년 전부터 섭외 요청이 계속 들어오긴 했다. 거기 나가면 분명 내 목소리인 걸 많은 사람들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다시 나왔다는 걸 알릴 수도 있는 기회니까 큰 마음 먹고 나갔다”며 출연 계기를 털어놓았다.
또한 “리허설 때는 못 느꼈지만 녹화가 시작되니까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패닉이 오더라. 음악이 나오면서 그 때서야 집중할 수 있었다. 가면이 굉장히 큰 위안이 됐다. 가왕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가왕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복면가왕’ 녹화 당시를 회상했다.
인터뷰 내내 솔직 담백한 태도를 보였던 바비킴. “어떤 질문이든 솔직하게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던 그다.
그간 있었던 논란과 아픔을 견뎌내고 진실된 마음으로 음악 활동을 다시 시작한 바비킴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김민지 기자 fiestaya@naver.com/ 사진=스타크루이엔티 박찬목 작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