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김준한이 ‘봄밤’의 권기석을 ‘찌질했다’고 표현했다.
김준한은 최근 진행된 MBC ‘봄밤’ 종영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권기석에 대해 얘기했다. 실제의 김준한은 권기석과 달리 선해 보이고, 유쾌한 면도 있었다.
김준한은 지난 6월 30일 ‘봄밤’ 촬영을 마쳤다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김준한은 아직 기석이를 보내주지 못하고 있었다. 김준한은 “잘 안나와지더라. 감독님 작품은 배우들이 조금 깊게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는 과정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허덕이고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준한이 연기한 권기석은 4년 사귄 여자친구 이정인(한지민)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달리는 인물이다. 사실 권기석과 이정인은 아버지들의 관계로 만나게 된 사이이며, 사랑 없는 연애를 해왔다. 특히 결혼을 해야할 나이가 되면서 이정인은 고민이 깊어졌다. 때마침 그에게 새로운 사랑 유지호(정해인)가 찾아오며, 권기석과 이별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다.
김준한은 “기석이는 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몰아붙이지 않았냐. 사실 놔줄 법도 한데, 끝까지 일부러 망가지려는 사람처럼. 상대방도 망가뜨리고 자신도 망가지면서 폭주기관차처럼 달린 것 같다. 그 과정을 연기를 하려면 그 감정에 공감하고 호흡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그것이 힘들었고 괴롭더라. 그 괴로웠던 것이 잘 안 털어지는 것 같다. 실제 이별한 것처럼 아프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는데 진짜 그런 기분이 든다. 나으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하면서 치유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한은 기석이를 어떻게 봤을까. 그는 “불쌍하기도 하고 찌질하기도 하고. 마음이 쓰이기도 하면서, 한심스럽기도 했다. 보시는 분들이 가진 생각을 저도 갖고 있었다”면서 “저는 그래도 굉장히 아플 수 밖에 없는 것이 1인칭으로 담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픈 것으로 많이 남아있다. 기석이가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자기도 아팠다. 아팠다는 사실까지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기석이가 조금만 더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극이 안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한도 기석이의 찌질함을 인정했다. 가장 찌질했던 것에 대해 묻자 “남탓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남탓을 하는 습성이 이 사태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탓을 하기보다는 자기를 탓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정인이의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정인이가 울분을 토할 때, 그때라도 늦었지만 정말 진심으로 정인이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탓의 절정은 남서방(이무생)과 서로 남탓을 하는 장면”이라고 꼽아 웃음을 자아냈다. 김준한은 “그 장면을 촬영할 때도 웃겼다. 형하고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연기를 잘하고 호흡이 잘 맞았다”면서 “실제로 술을 마셨다. 두 신으로 나눠지는데, 그 10분 동안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찍었다”고 설명했다. ‘봄밤’에는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 마실 때도 많았다고. 조금만 마셔도 얼굴에 티가 나는 정해인과 반대로 변화가 없다는 김준한은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아닌데 조금 먹는다”면서 인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준한이 기석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김준한은 “떠났는데 뭐 어쩌겠나. 저는 괴롭고 싶지 않다. 조금은 시도를 해보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다. 좋았던 기억까지도 망가져버릴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났던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빠이빠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기석이와 달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묻자 김준한은 “속에서는 못 터는데, 어쩌겠나. 그리고 정반대라고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은 게, 모르는 일이다. 닮아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게 연애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아픔이 되는 것들,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고쳐나가야할 것 같다. 이런 작품을 하면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씨엘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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