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눈 감고 귀 닫고 지낸 지난 6개월. 개그우먼 김영희의 ‘빚투’는 꼬리가 길었다. ‘멘탈이 나갔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그런 시간을 수개월 지내오면서 김영희는 자신을 향한 모든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김영희는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TV리포트와 만나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답변을 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인터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는지가 여실히 묻어났다.
“저를 강하게 보시겠지만 유리멘탈이에요. 그동안 많은 힘을 주신 분들 덕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어요.”
빚투 사건 발생 직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빚투’ 개념을 단순하게 ‘사기’로만 인지한 김영희는 섣부르게 반박 글을 썼다. 일을 키운 것 또한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게 경솔했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스러웠습니다.”
김영희는 다음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은 결코 형식적인 문장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빌린 돈을 구경도 못한 건 사실이다. 핏줄이라는 자체로 부담을 떠안은 것도 사실. 구경도 못한 돈이지만, 어쨌건 본인의 돈으로 합의를 했고 지금도 김영희는 갚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제가 앞으로 살면서 필요한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저는 제 위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또 열심히 벌어서 나머지 합의금을 채우며 살아가야죠.”
KBS2 ‘개그콘서트’를 떠나 tvN ‘코미디 빅리그’로 무대를 옮겼지만 이렇다 할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했던 그. 김영희는 점점 공개코미디에 지쳐갔고, 뭘 해야 할 지 모르던 지난해 스탠드업 코미디를 만났다. 어느덧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소재 제한이 없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 분장을 하지 않아도 웃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영희는 빠른 속도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빠져들었다.
김영희는 오는 8월 2-3일 양일간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김영희의 비호쇼’를 개최한다. 여전히 자신은 비호감이라는 점을 대놓고 드러냈다.
“생각하시는 그 비호감도 맞고, 나는 호랑이라는 중의적인 뜻이 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나는 호감이에요’라고 우기면서 살고 싶진 않았어요. 당신들이 말하는 비호가 뭔지 알지만 평생 비호은 아닐 거라고. 인정을 하고 나니까 준비하는 마음도 편했어요.”
김영희가 대중 앞에 다시 서는 이유는 큰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개그는 ‘소신’이라는 게 김영희의 말.
“제가 하고 싶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니까요. 웃음을 드리고 싶고, 1년 동안 놓지 않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왔으니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빠른 복귀를 원하나 보다’라는 시선 보다 책임감 갖고 제 자리에서 건강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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