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영화 시나리오로 그랬듯 정서경 작가는 두 번째 드라마 집필작이자 4년 만의 시리즈 컴백작인 ‘작은 아씨들’로 마니아층을 구축해냈다.
화영(추자현 분)의 죽음을 두고, 진짜 흑막이 누구인지, 돈 700억은 어디로 갔는지, 끊임없이 떡밥을 투척하며 분석과 해석을 유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이야기를 이끈 정서경 작가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tvN ‘작은 아씨들’을 써내려 간 과정,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과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한 고찰, 그리고 좋은 성적으로 드라마를 마친 소감 등을 전했다.
# 4년 만의 드라마, 무엇이 달랐나
드라마 ‘마더’ 이후 4년 만에 드라마를 집필하게 된 정서경 작가는 “정신없이 드라마를 쓰고 정신없이 봐서 잘 마무리 됐는지 모르겠다. 다만, 생각보다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4년 만에 가장 달라진 건 역시 OTT 등을 통해 K-콘텐츠를 국내는 물론 세계의 시청자들이 훨씬 만나기 수월해졌다는 점. 정서경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가 되고 해외에서 반응이 오는 것이 신기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전작 ‘마더’가 원작이 있었다면, 이번 ‘작은 아씨들’은 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모티브만 얻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다. 오리지널 드라마 12부를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12부작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12개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한꺼번에 담고 시작할 수 있나 의심이 들었지만 무조건 시작을 했고, 과정과 결말을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다시 드라마를 쓰게 된 정서경 작가, 그간 영화에서 함께 작업해온 박찬욱 감독은 매회 ‘작은 아씨들’을 챙겨 봤다고. 작가는 “감독님과 제가 서로 대본을 보여주고 하는 사이는 아닌데, 중간에 ‘헤어질 결심’ 현장에서 굳이 대본을 보내 달라 하셨다. 6~8부 어딘가를 보여드렸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재미있다고 하셨다. 토론토에서 뵈었는데, 매번 드라마 공개일에 챙겨보시더라. 몹시 재미있어하신 것 같다”고 박찬욱 감독의 반응을 전했다.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정서경 작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드라마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숫자는 있어야 했다. “시청률이 첫 회부터 너무 잘 나와서 감사하고 놀라웠다”는 작가는 “개인적으로 ‘마더’의 3~5%가 저에게 잘 맞는 시청률로 생각했어서 (‘작은 아씨들’은) 5~7% 생각했다. 그런데 김미영 감독님과 일하면서 그 정도는 감독님에게 실패한 시청률이라는 걸 깨닫고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다행이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주 떨리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작가는 “시청률에 관해서는 사람들에게 너무 기뻐하지 않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나름의 멘털 관리법을 전하기도.
정서경 작가가 집필한 시나리오, 그러니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칸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엔 ‘작은 아씨들’을 통해 정서경만의 이야기 역시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OTT를 통해 많은 국가에서 사랑 받은 ‘작은 아씨들’,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넘어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이유를 작가는 무엇이라 생각할까? 작가는 “어릴 때부터 세계 문학을 가까이 읽으면서 자랐고, 대사를 쓸 때 번역 투를 쓴다고들 하시더라. 그게 해외 팬들에게는 편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 캐릭터,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
주인공인 세 자매 인주(김고은 분), 인경(남지현 분), 인혜(박지후 분), 그리고 강렬한 악역과 조력자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큰 매력이었다. 작가는 특별히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한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한 인물에 가치관을 투영하지 않았다”면서 “각 캐릭터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길 바랐다. 인물들 모두에 공감한다. 과거, 현재, 미래 자매의 입장, 이성, 감성, 영혼을 반영했다. 이것을 통합해 한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바랐다.
7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의 존재가 가난한 세 자매의 앞에 나타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은 아씨들’, 작가는 이 ‘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했을까?
정서경 작가는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 가난한 세 자매에게 큰 돈이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로 시작했다. 진행될수록 돈의 의미가 변한다.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으로 시작해 가족, 자기 목숨, 사회적 의미, 결말에는 처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큰 돈이 주어진다”면서 “가난한 세 자매에 큰 돈을 주며 돈을 얻어가게 되는 결말이라면, 어디서 오는지 처음부터 보여주자 생각했다. 돈의 기원은 먼 베트남전에서 시작돼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것으로 묘사했는데, 처음 돈을 받았을 때는 돈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지 못했고, 이걸 지켜보며 돈의 의미가 달라졌을 거다. 마지막에 돈을 받았을 때는 뭘 살 수 있고 부를 축적하는 의미의 돈이 아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많은 돈에 주어진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드라마를 관통하는 돈의 의미를 설명했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의 성공 요소다. 작가는 세 자매를 연기한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의 연기에 만족하며, 이 배우들과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도 함께 하길 바랐다.
김고은에 대해 작가는 “연약함과 용맹함이라는 모순되는 특성이 한 배우에 공존한다”면서 “두 가지가 모순되는 게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 게 큰 매력이다. 실제로 굉장히 스마트한데 어리석고 순진한 모습을 구현해갔다”고 칭찬했다. 남지현에 대해서는 “드라마의 양식적 연기를 구현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순간 순간이 있다. 대본엔 적히지 않은 감성과 단어가 순간 순간 보여서 감탄했고, 좋았다”고, 박지후에 대해 “가장 어리지만 가장 고요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한 배우”라며 “극중 태풍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자매가 태풍이라면 박지후가 고요한 중심을 잡아갔다. 어떻게 저런 어린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할까 생각했는데 천성적 재능 같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이분들이 받아들여 주신다면 다른 작품에서 늘 함께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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