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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데뷔 41년차를 맞이한 배우 김혜수가 화려한 외피 뒤에 숨은 인간의 민낯을 들여다본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들었다.
김혜수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31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은 행복한 가정을 콘텐츠로 소비해 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의사 부부가 불륜보다 더 큰 비밀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다.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김재철의 밀도 높은 연기와 예측 불가한 전개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극 중 김혜수는 큰 성공에 목마른 인테리어 회사 CEO이자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인플루언서 경희 역을 맡았다. 밑바닥에서 출발해 대중의 관심 속에서 성공을 일군 인물이지만, 완벽하게 가공해 온 가족과 일상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나면서 균열을 맞는다.
김혜수가 작품에 처음 끌린 지점은 제목이었다. 그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워딩이 시야를 확 잡아끄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륜이 문제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으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읽어보니까 정말 불륜이 문제가 아니더라”며 “작품 속 사건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익숙하게 다뤄온 소재들이지만 그것을 다루고 전환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유니크했다.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밝혔다.
김혜수가 바라본 경희의 핵심도 ‘화려한 인플루언서’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경희는 아주 어려운 시절과 밑바닥을 경험하고 대중과 함께 성장하면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라며 “화려한 외피를 두르고 치열하게 살아온 한 가장이 위기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에 더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어떤 민낯이 드러나는지, 그것이 얼마나 정직한 본연의 모습인지 혹은 오랜 시간 스스로 가공해 온 모습인지를 생각했다”며 “성공 이면의 민낯을 들춰가는 과정이 배우로서 굉장히 흥미롭고 매혹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불륜’ 역시 이야기의 목적이 아닌 하나의 장치라고 봤다. 김혜수는 “불륜에 빠진 인물들의 심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지, 심지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이 어떻게 까발려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경희가 내세우는 ‘그림 같은 가족’ 역시 중요한 지점이었다. 김혜수는 “사실 그림 같은 가족이라는 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가족은 늘 그림처럼 완벽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경희는 그 외피를 팔아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희가 어떤 상황에서 내리는 선택은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그동안 자신이 가족을 만들어온 방식과도 연결돼 있다”며 “치열하게 성공만 바라보고 달려온 가장에게 생기는 균열을 어느 장면에서 어떻게 드러낼지, 그것을 위해 앞에서는 무엇을 감춰야 하는지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도 이어졌다. 김혜수는 “사실 인플루언서의 구조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래서 유튜브를 많이 찾아봤다”며 “경희가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나에게 ‘100만’이라는 숫자는 보통 관객 수로 듣던 숫자였다. 알아보니 실버 버튼을 받는 10만 구독자까지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 지금은 시장이 포화돼 구독자를 유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 웃어 보였다.
이를 토대로 경희의 과거도 상상했다. 김혜수는 “그렇다면 경희는 아마 유튜브 초기에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대중이 마치 다마고치를 키우듯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한 사람이 상류층에 입성하는 과정을 대리만족하며 함께 키워낸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야 100만이라는 숫자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우와 인플루언서의 차이에 대해서는 “대중을 상대하고 관심과 사랑이 지지 기반이 된다는 점은 비슷하다”면서도 “배우는 연기라는 본업을 통해 이후 관객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면,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 자체가 처음부터 목적이 된다는 점에서 목적성이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지금 이혼’은 대본부터 재미있었던 작품이라고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밝힌 시리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대본이 오히려 부담이 된 지점도 있었다. 김혜수는 “‘대본이 재미있으니 우리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걸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대로 살린다는 것은 마음껏 연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수위와 농도, 밀도를 조절하고 어떤 부분은 드러내고 어떤 부분은 감춰야 한다”며 “강도와 타이밍에 대해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계산이 명확해야 하고 그 계산들이 서로 합을 이뤄야 한다. 우리 작품은 놀랍도록 그 합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의식해 억지로 웃음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는 “대본 자체에 그런 요소들이 굉장히 잘 그려져 있었다.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구조였다”며 “오히려 ‘내가 뭔가 놓치지는 않을까, 더 하거나 덜 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대본이 정말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감독에 대해서는 “장르적인 요소를 굉장히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김혜수는 “장르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열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따라가기 벅찰 수도 있다”며 “이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대중적으로 풀어가는 재능이 있고, 그 점이 결과적으로 작품에 잘 작용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함께한 배우들을 향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김혜수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모든 캐릭터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며 “처음 등장했을 때 예상하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다르다. 그 이면을 얼마나 적절하게 보여주느냐가 배우마다의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지훈에 대해서는 “촬영이 거듭될수록 ‘김지훈이 연기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재홍이라는 사람이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배우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극찬했다.
이어 “김지훈 씨는 외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이고, 오랜 시간 가진 재능이 충분히 발현될 기회를 상대적으로 덜 얻었던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잘 자란 사위 같은 캐릭터나 악역에 특화된 배우를 넘어 얼마나 더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 같아 너무 좋고 반가웠다”고 미소 지었다.
김혜수는 “어떤 기회가 왔을 때 갑자기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내공을 쌓고 준비했는지, 작품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현장에서는 그대로 보인다”며 “그런 면에서 김지훈이라는 배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여정과의 재회 역시 특별했다. 김혜수는 “여정 씨는 그동안 차곡차곡 배우로서 내실을 다지고 많은 시도를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며 “그렇게 각자 자기 색을 가진 배우가 돼 다시 만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좋은 배우를 만나 ‘꼭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다시 만나기가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며 “배우로서 시간을 잘 보내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과 서로 더 성장한 상태에서 다시 만난다는 게 굉장히 소중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재철의 연기에 기대를 당부했다. 김혜수는 “아직 작품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배우로서 엄청난 포텐이 내재된 사람”이라며 “외모나 음성 때문에 그동안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에 특화된 이미지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블랙 코미디에서 부조리한 코미디의 정점을 보여준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귀띔했다.
동료들을 향한 칭찬은 선배로서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혜수는 “의무감도 아니고 선배이기 때문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직접 경험한 사실”이라며 “내가 경험한 배우들의 미덕이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좋은 면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 대중에게 충분히 발견되지 않은 좋은 배우들도 많다며 “우리가 어느 날 ‘좋은 배우다’라고 발견한 사람들은 힘든 시간을 운만 기다리며 보낸 사람들이 절대 아니다. 그건 명확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른 배우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일 역시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었다. 김혜수는 “늘 ‘왜 나는 이 지점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는가’라는 화두가 있다”며 “누군가의 좋은 점을 언급하는 것도 내 뇌를 한 번 더 각성시키는 일이다. 그 좋은 점을 조금 더 흡수하고 싶고, 결국 내가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김혜수 어록’에는 선을 그었다. 누군가의 ‘그릇’을 알아본다는 취지의 과거 발언이 언급되자 김혜수는 “그릇을 왜 보나. 내가 누군가의 그릇을 어떻게 알겠나”라며 능청스레 답했다.
이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누군가의 그릇을 알아볼 재간이 없다”며 “그냥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한 사람이다. 질문을 듣고 계속 생각하면서 답을 하기 때문에 말에도 모순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누군가의 그릇을 본다는 것 자체도 선입견일 수 있다”며 “살면서 가진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가 가능하면 내가 가진 모든 선입견을 무력화시키자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선입견이 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자신에게 느끼는 부족함 역시 숨기지 않았다. 김혜수는 “배우로서 늘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한 자괴감 같은 것이 체화돼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어떤 작품에서는 ‘이런 현장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내가 배우를 하는 충분한 가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미소 지었다.
또 “현장은 현장에서 끝난다. 그다음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충분히 좋았다면 그걸로 나에게는 끝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혜수에게 ‘지금 불륜’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보다 그 사건을 통과하며 속수무책으로 드러나는 인간을 바라보는 작품이었다. 그는 “‘지금 불륜’은 불륜의 심리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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