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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묵직하지만 유쾌하게, 능청스럽지만 겸손하게. 소지섭의 ‘간지’는 그의 인품에서 나온다.
소지섭이 ‘소간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와인처럼 소지섭은 더욱 귀한 배우가 됐다. 함께한 배우부터 감독, 스태프까지 입을 모아 칭찬하는 사람, 누구나 다시 한번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 소지섭과 만났다.
소지섭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되어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최종회는 전국 기준 23.1%(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 속에 막을 내렸다.
13년 만에 SBS로 돌아온 소지섭은 이번에도 ‘SBS의 남자’다운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는 SBS와의 남다른 인연에 대해 “내가 데뷔한 곳도 SBS고, 데뷔 이후 SBS 작품을 정말 많이 했다”며 “이번 작품이 SBS로 결정된 뒤부터 마음이 편하기도 했고, 왠지 잘될 것 같은 기운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 목표는 10%였다. ‘10%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부장’은 소지섭의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방송 초반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20% 고지까지 넘어섰다.
작품의 흥행 이유로 소지섭은 자신보다 동료들을 앞세웠다. 그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내 덕은 아닌 것 같다. ‘김부장’에서 내 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나 혼자 만든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유를 하나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정말 모든 사람이 다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소지섭은 동료들과 끊임없이 장면을 함께 고민했다. 딸이 납치된 김부장은 감정적으로 무거운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윤경호와 최대훈이 연기한 인물들은 든든한 그의 친구이자 동료로 극에 유쾌한 리듬을 불어넣었다.
소지섭은 “셋이 모이면 장면에 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라는 이야기를 계속 나눴고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모이면 장면 이야기가 90% 이상이었다”며 “두 배우가 워낙 연기도 잘하고 공부도 많이 해오니까 아이디어가 넘쳤다. 그렇다고 기본 대사를 빼고 다른 것을 한 것은 아니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정확하게 보여준 뒤 나머지 빈틈을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눈빛으로 연기하거나 묵직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조합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싶은 순간이 굉장히 많았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소지섭은 윤경호와 최대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진짜 너무 잘한다. 천재 같다”고 감탄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세 사람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소지섭은 “방송 중에 따로 만나 밥을 먹은 적도 있다. 다들 너무 바빠서 모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시간 언제 되냐’고 계속 물었다”고 웃어 보였다.
다채로운 캐릭터만큼 ‘김부장’의 또 다른 매력이 된 것은 소지섭의 묵직한 액션이었다. 방송 내내 전성기 시절의 ‘소간지’가 그대로 돌아왔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소지섭은 “기본적으로 액션을 좋아해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아직까지 액션을 하는 데 체력적으로 큰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처럼 날카롭고 마른 몸을 만들지는 않았다. 평범한 아버지이면서도 강인한 힘을 지닌 김부장의 외형을 완성하기 위해 그 중간 지점을 택했다. 소지섭은 “예전처럼 몸을 굉장히 말리면 촬영이 끝난 뒤 너무 힘들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쉽지 않다”며 “이번 캐릭터는 아빠이고 연령대도 있다. 너무 모델 같은 몸보다는 퍼지지 않는 선에서 조금 묵직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다이어트를 덜 했다”고 털어놨다.
김부장의 액션은 복수가 아닌 구조를 목적으로 한다. 딸을 찾기 위해 폭력을 쓰지만, 상대를 죽이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소지섭은 “김부장은 딸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하지만 죽이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민지를 찾기 위해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잘 보면 총을 쏴도 다리나 팔에 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딸을 찾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인 만큼 액션 수위에 관한 고민도 있었다. 소지섭은 “OTT가 아닌 이상 심의가 있다. 현장에서도 그 수위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편집 과정에서도 조절한 것 같다”며 “수위를 너무 낮추면 쾌감이나 통쾌함이 줄어들 수 있어서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위로 한 것 같기는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소지섭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액션과 높은 시청률 뒤에는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흘린 땀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즐거웠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김부장’ 현장의 중심에는 소지섭이 있었다.
소지섭은 “현장에 나가면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작품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가 돼야 좋은 작품이 나올까 말까”라며 “촬영 현장이 조금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힘든 촬영이 많겠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촬영하러 오고 싶은 현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처럼 ‘김부장’의 흥행은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니었다. 소지섭은 가장 앞에 서 있었지만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뒤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바라봤다. 묵직한 액션보다 더 깊게 남은 것은 그가 현장을 대하는 태도였다.
작품이 크게 성공한 만큼 그의 연기대상 수상도 점쳐지는 바, 그럼에도 소지섭은 개인적인 수상보다는 작품과 동료들이 함께 인정받기를 바랐다. 소지섭은 “나는 상에 큰 욕심이 없다. 함께한 사람들이 다 같이 사랑받고 잘되는 것이 좋다”며 “‘김부장’은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인 만큼 내가 혼자 상을 받기보다 작품이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친구들과 함께 받는 베스트 커플상 정도는 욕심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소지섭의 시간은 흐르는 대신 쌓였다.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 중년 배우가 된 그는 과거의 자신을 붙잡는 대신 지금의 얼굴과 나이에 어울리는 인물을 선택해 왔다.
1995년 모델로 데뷔한 소지섭은 어느덧 30년 넘게 대중 앞에 서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계속 대중에게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내 연기 스타일이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리고 ‘나의 연기는 이런 것이니까 인정해주고 봐달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며 “내 방식의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연기를 향한 갈증이었다. 소지섭은 “힘들지만 재미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작품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하고 싶어서 계속 선택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에는 과거 작품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명대사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가 다시 유행하면서 소지섭의 과거 연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소지섭은 “연기적으로 답답하거나 막힐 때 예전 작품을 보기도 한다”며 “그때 연기를 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을 봐야 하는 세상이지 않나. 여러 가지를 신경 쓰다 보니까 가끔 연기가 솔직하게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예전 작품을 꺼내 본다. 당시에는 정말 앞만 보고 연기했다”고 웃어 보였다.
과거의 명대사가 다시 유행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유쾌한 반응이 이어졌다. 소지섭은 “지금 그 대사를 하면 큰일 날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며 “굉장히 신기하다. 옛날 드라마를 보며 그 시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신기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소지섭은 장르나 선악보다 작품 자체가 먼저라고 답했다. 그는 “대본이 좋으면 굳이 역할을 따지는 편은 아니다. 캐릭터의 변화도 좋지만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먼저이고 작품이 먼저”라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향한 욕심도 남아 있다고. 다만 현실적으로 중년 배우에게 주어지는 로맨스 작품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지섭은 “‘김부장’이 너무 잘돼서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른 장르를 한 번 갔다 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대본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 작품으로 쉽게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멜로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나이대의 멜로는 대부분 관계가 조금 복잡하다”며 “불륜이거나 남의 여자를 사랑하는 내용이 많은데, 내 성향과 잘 맞지는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지섭은 나이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얼굴과 시간에 어울리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했다. ” 어려 보인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내 나이대로 봐주시는 것이 좋다.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이야기한 소지섭은 “나는 지금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래서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은 것 같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중년 배우라고 인정하면서도 소지섭은 그 단어가 아직은 조금 낯선 듯 웃었다. 소지섭은 “중년이 맞다. 예전 나이로 치면 올해 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현실적인 고민도 자리하고 있었다. 소지섭은 “나와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안타깝기도 하다. 스스로 ‘나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고백했다.
선배 원로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면 더 나이가 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소지섭은 “‘내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그 나이가 되면 어떤 연기를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는 한다며 “아직은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연기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고 이야기했다.
화려한 배우 생활 이면에는 영화에 대한 진심도 있다. 소지섭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독립·예술 영화를 꾸준히 수입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대중에게 좋은 영화를 소개해 줘 고맙다는 인사가 이어지자 그는 곧바로 공을 회사 관계자들에게 돌렸다.
‘소간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지도 어느덧 20년, 처음에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외출을 앞두고 옷을 여러 번 갈아입을 정도였다며 웃어 보인 소지섭은 “별명은 누군가 불러줘야 쓸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지금도 그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20년 뒤에도 ‘소간지’이고 싶다고 말해달라’는 짓궂은 요청에도 그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웃어 보이며 “20년 뒤에도 ‘소간지’. 좋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소지섭의 ‘간지’는 외모나 인기보다 태도와 인품에 가깝다. 자신보다 함께한 사람을 먼저 말하고, 과거의 영광보다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배우.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소간지’다.
강지호 기자 / 사진= 피프티원케이, SBS ‘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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