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곡성’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 박시영이 영상 출연과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4일 박시영은 자신의 계정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유튜브도 인터뷰도 당분간 그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미 약속한 일정은 마무리하고 친구들의 요청은 수락할지언정, 당분간 새로운 요청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시영은 활동 중단을 결정한 이유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자유’를 꼽았다. 그는 “난 내 자유가 제일 중요한 인생의 가치”라며 “이걸 잃어버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내가 공구를 할 것도 아니고, 광고를 받을 것도 아니지 않냐’고 능청스레 덧붙였다.
이어 박시영은 시골에서 밭일을 마치고 자신의 일상을 편하게 이야기하던 시간이 어느 순간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수다를 떠는 기분이 아니라 보고하는 기분이 들더라”며 높아진 대중의 관심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악성 댓글보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박시영은 “자살하고 싶다”, “지금 지옥에 있다”, “날 좀 구해 달라”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며 “악플은 무시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고통들은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시하자니 내 인간성이 상처받고, 들어주자니 내 취약성이 고통을 준다”며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기도, 모두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박시영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성공한 소수자로서의 사명감’과 ‘어른으로서의 사명감’을 짊어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명감이 지성을 잠식하고 스스로의 자유를 속박한다”며 책임감이 오히려 자신을 억누르는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만든 이 허상 같은 정의로움이 내 안에서 자가 증식하는 게 날 괴롭게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시영은 “답은 잘 모르겠지만 절대로 내 마음속 자유를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당분간 대외 활동을 멈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을 운영하는 박시영은 영화 ‘관상’, ‘마더’, ‘곡성’, ‘베테랑2’, ‘왕과 사는 남자’ 등 다수의 작품에서 포스터 디자인을 맡아왔다.
지난 4월에는 15년째 교제 중인 동성 연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5월 공개된 왓챠의 콘텐츠에 출연한 그는 연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일상적인 고백이 커밍아웃 기사로 보도된 상황에 당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박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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