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KBS 클래식FM ‘가정음악’이 새로운 목소리로 청취자를 찾아간다.
23일 오후 KBS 본관에서 ‘윤유선의 가정음악’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새 DJ 윤유선과 정유라 PD가 함께했다.
1980년부터 시작된 43년 역사의 ‘가정음악’은 KBS 클래식 FM의 라디오 클래식 전문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는 아침 라디오다. 배우 김미숙이 4년 10개월 만에 DJ 자리에서 하차한 뒤 새 주중 진행자로 윤유선이 낙점됐다.
청취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친근하고 진솔한 표현력을 가진 진행자가 꼭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윤유선은 이 자리에 적격이다. 윤유선은 “워낙 즐겨듣던 프로그램이라 ‘이게 실화인가?’, 그런데 어렵게 생각되기도 해서 쉽게 대답은 못했고, 뵙고 말씀 나누고 했다”라면서 “장일범 선생님 때부터 즐겨듣던 프로그램이라 기뻤다”라고 DJ가 된 소감을 전했다.
5년 가까이 진행한 김미숙의 후임 DJ가 된 데 윤유선은 “너무 편안하게 잘 들었지만 막상 진행한다고 생각하고 방송을 들으니 넘사벽이더라. 진짜 부담스러웠다. (김미숙 선배님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씀하시는구나 싶었고, 5년 동안 함께하셨다는 건 정말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선배님께 상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윤유선은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음악은 변함없이 좋은 것이니 그 시간을 듣는 사람의 마음으로 소개하려 한다”라고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갈 것을 전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곡을 소개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PD님이 ‘알고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청취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애청자와 같이 음악을 즐기고 배우자’고 하신 말씀을 하셨다”고 DJ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DJ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쉼’. 윤유선은 “작년 재작년 많이 바빠서 제 자신이 소모된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저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 상반기에 쉬고 있었는데 좋은 음악과 함께하게 돼 귀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정유라 PD는 윤유선과 함께 ‘가정음악’의 새로운 색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참 바쁜 아침 시간이 끝난 뒤인 9시에 걸맞은 편안한 클래식, 다양한 사연이 많이 오는 프로그램이다. 윤유선의 따뜻한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꾸밈 없이 진솔하고 따뜻할 것이다. 또 저희 채널을 많이 애청하신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윤유선을 새 DJ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전임 DJ인 김미숙과는 오래 전 인연이 있었다는 윤유선은 “‘고교생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나왔었다. 어린 시절 뵈었던 좋은 언니 같은 선배님이다. 일단 방송을 좀 해보고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다”라면서 “대학원 가는 기분? 유치원에 가는 기분? 잘 모르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라 그런 설렘 반, 기대 반”이라고 덧붙였다.
DJ 도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벼락치기를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는 않았다”라면서도, 담당 PD로부터 선곡 리스트와 대본을 받고 검색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유선은 “제가 너무 모르더라. 그래서 더 신선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을까?’ 하다가도 음악을 들으면 너무 편안해져서 ‘역시 가정음악은 음악이지’라고 생각이 들더라. 저에게 음악적 지식을 기대하시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게 된 윤유선, 연기 활동과 DJ를 병행할 계획이다. 그는 “드라마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5월에 드라마에 들어가지만 다행히도 주말에는 다른 진행자가 진행을 해주신다”라면서 “4월까지는 다른 스케줄이 많이 없어서 열심히 적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유선은 클래식과 인연을 맺게 된 학창시절도 떠올렸다. 그는 “부끄러운 기억인데, 고등학교 때 음악하는 친척이 있어서 오페라를 열심히 보러 다니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가졌었다. 중학교 때 합창반도 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내가 그때 성악을 전공해서 오페라 가수가 되면 어떨까 야무진 꿈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실력이 안 돼 접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그 시간이 있은 뒤 ‘가정음악’을 진행하게 돼 ‘이게 다 어깨너머로나마 본 시간 덕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가정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을 애정하는 특별한 이유도 있다. 윤유선은 “굉장히 위로 받는 멘트들이 많이 있었다. 대중문화를 하며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고민할 때가 있는데, 대중문화예술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프로그램이 ‘가정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과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저에게도 리프레시가 되고, 들어주시는 분들에게도 활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예능에 도전하고 올해 DJ까지 맡게 된 데 대한 이유도 전했다. 윤유선은 “감사하게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제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하게 됐다”라면서 “지난해 ‘뜨거운 싱어즈’ 할 때 정말 행복했다.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지금도 가끔 노래 연습하던 시간, 선생님들과 같이 하던 시간이 즐거웠다.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가정음악’도 지금 내가 딱 원하는, 좋은 책 읽고 좋은 음악 듣고 싶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아침 생방송도 그에게는 큰 도전이다. 윤유선은 “너무 부담된다. 내가 출근을 하다니”라며 “일찍 일어나는 편은 아닌데 자의 반 타의 반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상 생방송을 하려고 하니 ‘김미숙 선배님 정말 대단하시다’ 생각이 들었다. 해보지 않은 루틴에 맞춘 삶이 어떨까, 여러분의 삶에 공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유라 PD는 “오늘 시험 삼아 녹음을 해봤는데 ‘저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다. 본연의 임무인 선곡을 잘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윤유선은 “게시판에서 봤는데 청취자 분들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시다. ‘윤유선 씨 새로 시작하니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자’고 하시더라. 위로가 됐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와 함께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윤유선이 진행하는 ‘윤유선의 가정음악’은 오는 3월 27일부터 KBS 클래식FM(서울 93.1MHz)에서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청취자와 만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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