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짧은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르인 뮤지컬. 그렇기에 뮤지컬의 넘버는 어떤 노래보다도 가사에 많은 감정을 담아야 한다. 때로는 우리를 웃고 울리는 감동적인 뮤지컬의 노랫말. 특히 우리나라에서 직접 제작한 창작뮤지컬은 번역이 필요하지 않기에 우리말 표현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담고 있다.
비 내리는 여름 오후, 지친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아름다운 창작뮤지컬의 가사를 엄선하여 소개한다. 가사를 곱씹어 읽다 보면 당신의 감성을 저격할 ‘인생 넘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랭보>의 ‘초록’?’
열매 꽃 잎사귀 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당신 때문에 뛰는 내 가슴이 여기에 있소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꿈을 꾸는 이 마음을
사랑스런 그대 손길로 따스하게 감싸주오
(작가 윤희경)
프랑스의 시인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아르튀르 랭보와 ‘시인의 왕’ 폴 베를렌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랭보>. 모든 가사에 랭보와 베를렌느의 명시를 각색하여 담아 아름다운 노랫말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초록’은 극 중 랭보가 가장 좋아하는 베를렌느의 대표작이자 뮤지컬 전체를 관통하는 시로, 작은 것들에서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매와 꽃, 잎사귀가 달린 나뭇가지… 가사에 ‘초록’은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았지만 푸릇푸릇한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당신이 사랑하는 ‘초록’은 무엇일까?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원, 투, 쓰리, 포’?’
원하는 것들 다 들어줄게
(앤 투-) 투정부려도 다 받아줄게
(앤 쓰리-) 쓰리고 아픈 기억 내가 다
(포-)포근히 감싸 안을게 내가 지켜줄게
(작가 한정석)
자칫 오글거리는 제목의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포로를 이송하던 국군 이송선이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다른 이념으로 갈등하던 군인들이 무인도에서 ‘여신님’을 만나 하나가 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오랜 기간 흥행을 이어왔다.
‘원, 투, 쓰리, 포’는 기생인 여동생을 둔 인민군 주화가 동생과 함께 평양 예술단 시험을 보기 위한 댄스 연습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아름다운 안무와 함께 ‘원, 투, 쓰리, 포’에 운율을 맞춘 가사 역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최후진술>의 ‘망원경’?’
하늘을 봐 (하늘을 봐) 밤하늘에 (밤하늘에)
별들의 합창이 시작되네
별들의 노랫소리 달의 노래는 비바체
은하수 물결은 안단테 안단테 안단테
(작가 이희준)
‘1564년생 동갑내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천국에서 만났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 뮤지컬 <최후진술>.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몰린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속편’을 저술하려 하고, 진실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행길에 셰익스피어가 함께한다.
‘망원경’은 평생 하늘과 별만 보고 살아온 갈릴레이의 마음과 망원경을 통해 본 밤하늘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넘버이다. 실제 공연에서는 하이라이트에 맞춰 무대의 별 모양 조명이 환하게 켜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줄리 앤 폴>의 ‘줄리의 테마’?’
노랫소리 들려오면 고단함은 잠시 잊고
난 꿈을 꾸게 돼 어떤 특별한 순간을
시간은 멈추고 그 가운데 내가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순간
(작가 김유정)
1889년 파리, 자석을 삼켜 심장이 자석으로 변한 공장 직공 줄리와 고소공포증에 걸린 공중곡예사 폴이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줄리와 폴의 사랑은 ‘에펠르 라펠르 디펠르 아무르’ 주문을 외우며 관객을 낭만이 넘치는 도시 파리로 안내한다.
자석공장에서 매일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줄리가 노래를 부르며 고단한 삶을 잊는 장면이다. 밝고 희망찬 줄리를 통해 반복되는 우리의 삶에서도 꿈 같은 한순간의 그림을 발견해보자.
최지원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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