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허장원 기자] 고(故) 안판석 감독의 유작 ‘연애박사’가 첫 주 방송을 마쳤다. 1%대 시청률로 조용히 출발했지만, 2회 만에 2%대로 올라서며 반등의 신호를 보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2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2.4%, 분당 최고 시청률 2.6%를 기록했다. 1회 시청률 1.8%보다 0.6%포인트 오른 수치다.
출발은 다소 아쉬웠다. 5일 첫 방송은 전국 기준 1.762%에 그쳤고,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전작 ‘신병4’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5.2%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됐다.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첫 성적표는 다소 초라했다. 다만 2회에서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분위기를 바꿨다.
화제성 지표는 시청률보다 앞서 있다. 추영우는 펀덱스 10월 1주 차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10위에 올랐고, ‘연애박사’는 TV 드라마 화제성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본방송 외에 OTT로 작품을 접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률 수치만으로 작품의 반응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 공대 연구실에서 시작되는 청춘 로맨스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다. 로봇 연구실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로맨스와 대학원생들의 일상을 함께 그린다.
두 주인공은 모두 한 번 꺾인 경험을 안고 있다. 민재와 유진은 각자의 진로에서 좌절을 겪은 뒤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연구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극의 중심축이다. 제작진은 배경 선택의 이유로 공부가 가장 쉽고 연애가 가장 어려운 곳이 공대 연구실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1회가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인물 소개에 집중했다면, 2회는 속도를 냈다. 임유진은 의류학과를 떠나 기계공학과 대학원 진학에 도전했고, 합격해 박민재의 로봇 연구실 동료가 됐다. 그 과정에서 엇갈림도 있었다. 박민재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묻자 임유진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기대했지만, 실은 연구실 동료들을 소개하려던 자리였다. 그리고 환영회가 끝난 뒤 임유진이 박민재에게 먼저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2회가 마무리됐다.

▲ 사건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연출
‘연애박사’는 요즘 드라마 시장의 흐름과 거리를 둔다. 김현정 EP는 제작발표회에서 자극적인 소재가 넘치는 시대에 두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큰 사건 대신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방식은 안판석 감독이 꾸준히 보여온 연출 색깔과 맞닿아 있다.
이 점은 장점이자 숙제다. 1회의 느린 호흡은 빠른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반면 2회의 키스 엔딩처럼 감정이 한순간에 터지는 지점에서는 앞서 쌓아온 인물의 서사가 힘을 발휘했다. 2회 시청률 상승이 이를 뒷받침한다.

▲ 故 안판석 감독 마지막 작품
‘연애박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이다. 안 감독은 지난 8월 12일 뇌출혈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으며, 생전에 이 작품의 촬영과 편집을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감독은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등을 통해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극본은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를 집필한 민효정 작가가 맡았다. 두 사람은 25년 만에 다시 만나 청춘 로맨틱 코미디를 함께 만들자는 데서 작품을 시작했다.
고인과 작업한 배우들도 기억을 전했다. 임진효는 안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품이라며, 감독이 배우들을 믿고 자유롭게 연기하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김현정 EP는 작품을 완성한 뒤 안 감독이 남긴 “지금이 바로 전성기야”라는 말을 전하며,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 12부작인 ‘연애박사’는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지니TV와 디즈니+에서도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시청률 공약도 내걸었다. 추영우는 시청률 10%를 넘으면 시청자 한 명을 뽑아 일정이 맞으면 다 같이 축가를 부르러 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치와 공약 사이의 거리는 멀다. 하지만 2회에서 확인한 상승세와 화제성 지표는 남은 회차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안판석표 멜로가 마지막 작품에서 어떤 결말에 닿을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그 느린 호흡에 얼마나 함께할지 지켜볼 일이다.
허장원 기자 / 사진= ENA ‘연애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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