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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먼저 찢고 왔다…한국 감독 위해 칸 프로듀서가 직접 나서더니 영화제 휩쓴 韓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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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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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바다를 오염시킨 인간은 그 안에서 살아남은 존재를 괴물이라 부른다. 자신들이 버린 폐기물을 치우게 하고, 높은 장벽을 세워 삶의 영역을 분리한다. 살아남기 위해 변한 몸은 생존의 증거가 아니라 차별의 표식이 된다.

영화 ‘지느러미’가 그려낸 근미래의 대한민국이다.

‘지느러미’는 제7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인 ‘오늘의 영화감독’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이후 시체스·함부르크·사라예보·대만 금마장·홍콩아시안영화제 등 총 12개 해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으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칸 필름마켓 ‘판타스틱 7’에도 선정됐다.

한국·독일·카타르 공동제작으로 완성된 작품은 프랑스에서 먼저 개봉했으며, 북미 배급까지 확정했다. 국내에서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열혈스태프상을 수상하고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되는 등 관심의 중심에 섰다.

개봉 첫날부터 한국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 1위, 한국 독립·예술 영화 좌석판매율 1위, 한국 독립·예술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증명한 영화 ‘지느러미’는 지난 22일 개봉했다.

유전적 돌연변이 ‘오메가’와 인간이 공존하는 통일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SF 영화 ‘지느러미’는 한국·독일·카타르 공동제작으로 완성됐다. ‘다섯 번째 흉추’를 연출한 박세영 감독이 연출부터 각본, 촬영까지 모두 맡았고, 여기에 배우 연예지와 김푸름, 고우가 의기투합해 작품의 색을 더했다.

남과 북을 나누던 선은 사라졌지만 세상은 평등해지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몸을 가진 오메가를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육지와 오염된 바다 사이에 또 다른 장벽을 세운다.

통일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는 것, 이처럼 ‘지느러미’는 하나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서 새로운 차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본다.

통일된 한국, 사라지지 않은 장벽…’오메가’가 표현한 것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한국. 지느러미와 오리발을 지닌 돌연변이 인간들은 ‘오메가’라고 불린다. 이들은 인간 사회와 분리된 채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며 오염된 바다를 청소하는 일에 동원된다.

어느 날 오메가족인 ‘낚시꾼’이 동료의 부탁을 받고 도시로 숨어든다. 오메가 관리 업무를 맡은 젊은 공무원 수진(김푸름)은 그의 행방을 뒤쫓고, 실내 낚시터 직원 미아(연예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낚시꾼과 미아, 이들을 추적하는 수진의 관계가 얽히며 인간과 오메가를 갈라놓은 세계의 균열이 드러난다.

외형만 놓고 보면 오메가는 인간과 완전히 다른 괴물이 아니다. 영화는 지느러미와 변형된 신체를 가진 이들을 인간 사회의 바깥으로 밀어내고, 그 차이를 노동 착취와 격리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느러미’가 변이된 신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와 인간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결국 ‘지느러미’를 통해 우리는 ‘오메가’의 존재보다 그들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인간의 태도에 더 큰 물음표를 붙이게 된다.

영화는 오메가의 등장과 인간 사회의 변화를 모두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오염된 바다와 장벽, 낚시터와 변형된 신체를 차례로 보여주며 관객이 세계의 규칙을 스스로 짐작하게 만든다.

서사적 설명보다 이미지와 감각을 앞세운 방식은 관객에 따라 낯설고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향하는 질문만큼은 분명하다.

인간은 바다를 오염시켰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오메가를 사회 밖으로 추방했다. 자신들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신체를 결함으로 규정하고, 그 몸을 가진 존재에게 폐기물 처리 노동을 떠넘긴다.

남과 북을 가르던 경계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새로운 장벽을 세웠다. 차별은 경계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다른 이름과 기준을 찾아 되풀이된다.

‘지느러미’는 오메가가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괴물이라 부르고, 삶의 바깥으로 밀어낸 인간이 과연 정상적인지를 되묻는다.

남과 북을 가르던 경계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새로운 장벽을 세웠다. 차별은 하나의 선이 지워진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회는 또 다른 이름과 기준을 찾아 자신들과 다른 존재를 구분하고, 그들을 가장 위험하고 고된 자리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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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느러미는 정말 오메가의 결함일까. 오염된 바다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변한 몸은 오히려 생존의 증거에 가깝다. 영화가 비추는 진짜 결함은 다른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만든 재앙의 책임까지 약한 존재에게 전가하는 인간 사회에 있다.

3천만 원 영화에서 국제 공동제작으로…칸 프로듀서가 나섰다

‘지느러미’는 처음부터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로 기획된 작품은 아니었다.

박세영 감독은 첫 장편 ‘다섯 번째 흉추’와 비슷한 2천만~3천만 원 규모의 제작비로 일주일 안에 촬영하고, 한 달 안에 편집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소픽쳐스에 제작 도움을 요청한 뒤 해외 공동제작사가 합류하면서 예산과 작품의 규모가 커졌다. 2022년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약 3년 동안 후반작업을 이어갔다.

국제 공동제작은 작품의 규모를 넓혔지만, 그 과정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은 보광동에서 촬영한 한 장면에 오래된 한국 교회의 붉은 십자가가 담겼으나, 서양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약 60만 원을 추가로 들여 해당 십자가들을 CG로 지웠다.

한국의 실제 풍경이 해외 관객에게 낯설 수 있다는 이유로 제거된 경험은 박 감독에게 또 다른 창작의 계기가 됐다. 그는 한국 고유의 풍경을 지워야 한다는 상황에 분노를 느꼈고, 이후 십자가가 중심에 놓이는 새로운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국제 공동제작은 박 감독이 상상한 디스토피아의 크기를 키웠지만, 한국의 익숙한 이미지가 해외의 기준에 따라 조정되는 역설도 남겼다. 영화 속 인간이 오메가의 신체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재단하듯, 영화 밖에서도 낯선 풍경을 밀어내려는 시선이 작동한 셈이다.

‘지느러미’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작품 자체만이 아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과 ‘더 스퀘어’, ‘포스 마쥬어’ 등을 제작한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계의 대표 프로듀서 필립 보베르가 공동 제작자로 합류하면서 프로젝트의 규모가 한층 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세영 감독의 첫 장편 ‘다섯 번째 흉추’가 사라예보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시작됐다. 당시 박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과 시각적 감각에 주목한 필립 보베르는 이후 ‘지느러미’ 제작에 참여했고, 작품은 한국·독일·카타르가 함께하는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박세영 감독은 독일 베를린의 공동제작 오피스에 머물며 필립 보베르와 편집감독 벤자민 미아구엣 등 해외 제작진과 함께 작품을 다듬었다. 이 과정에서 ‘오메가’와 근미래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보다 설득력 있게 구축하기 위한 편집과 추가 촬영이 이어졌고, 약 3년에 걸친 후반 작업 끝에 지금의 ‘지느러미’가 완성됐다.

‘지느러미’에는 박세영 감독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느낀 절망과 두려움이 담겼다.

코로나19 시기와 함께 ‘지느러미’는 시작됐다. 박 감독은 남북한을 가르던 경계가 사라진 대신 내륙인과 오메가를 나누는 장벽이 대한민국의 외곽을 둘러싼 세계를 만들었고, 당시 자신이 느꼈던 절망감과 나태함, 두려움의 감각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감염의 가능성만으로 사람을 경계하고 서로 거리를 두었던 팬데믹의 기억은 오메가를 대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과 같은 결을 가진다. 영화 속에서 인간과 다른 신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오메가 전체를 감시하고 격리하는 세계에서 두려움은 차별을 굳히는 제도가 된다.

박 감독은 영화의 연출 의도를 통해 바다에서 사라진 이들의 꿈과 세이렌의 목소리가 통일 대한민국의 썩어가는 공간을 떠도는 이미지를 제시했다. ‘지느러미’는 근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공포가 변이되고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본다.

결국 ‘지느러미’는 돌연변이 인간을 내세운 SF 영화라기보다 인간이 만든 경계와 차별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오염된 바다와 분단 이후의 한반도, 팬데믹의 기억을 한데 엮어 “누가 괴물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한국 독립영화의 실험성과 장르적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지느러미’는 하나의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에게 질문을 남긴다. 바다를 오염시킨 인간과 그 안에서 살아남은 오메가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비정상적인 존재인지, 영화는 마지막까지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박세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지느러미’는 지난 22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지느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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