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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개봉 당시 씁쓸하게 퇴장했던 영화가 OTT 차트를 평정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중간계’가 차트 정상을 밟았다. 개봉 당시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던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중간계’는 한국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영화 ‘범죄도시’와 드라마 ‘카지노’ 시리즈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개봉 당시 2.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번 OTT 공개로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나게 된 ‘중간계’는 기회를 살리며 흥행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떻게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미래의 영화 기술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중간계’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영화는 생소한 공간과 캐릭터를 활용해 숨 돌릴 틈 없는 생존 서스펜스를 구축했다. ‘중간계’는 죽은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 갇힌 인물들이 자신들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 중간계를 무대로 독특한 설정을 다수 끌어와 이 작품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생소한 세계관과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고, 추격 액션신으로 재미를 높였다.

‘중간계’에서도 강윤성 감독 특유의 장르 감각을 만나볼 수 있다. 강윤성 감독은 통쾌하게 악인들을 처단하는 ‘범죄도시’로 데뷔해 시리즈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드라마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개성 강한 인물과 속도감 있는 전개, 예상치 못한 유머를 선보이며 작품의 흥행을 견인했다.
‘중간계’ 역시 이러한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초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캐릭터들의 욕망과 이해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각자의 목적을 품고 한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결국 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극은 빠르게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AI 기술로 구현된 크리처들이다. 12지신을 모티브로 탄생한 저승사자들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며 극의 긴장을 주도하는 핵심 존재로 기능한다. 이 캐릭터들은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연기를 주고받고, 극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활약하며 AI 기술력에 대한 의문을 지웠다. 강윤성 감독은 “연출적으로 CG와 AI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제작적인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엄청나다”라고 새로운 기술을 극찬했다.
국내 AI 창작 분야를 선도해 온 권한슬 AI 연출이 참여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순수 생성형 AI로 제작한 단편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권한솔 AI 연출은 “‘중간계’를 기점으로 영화에 AI 도입이 늘어날 것 같다. CG가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공정으로 합쳐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권한솔 AI 연출은 ‘중간계’에서는 강윤성 감독과 함께 액션 시퀀스를 설계하며 기존 제작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완성해 냈다. 특히, 크리처 액션은 AI 영상 제작에서 가장 높은 난도를 요구하는 분야로 꼽히는데 이를 상업영화의 문법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중간계’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AI 이미지들과 호흡한 명배우들의 조합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양세종, 이무생까지 개성 강한 배우들이 한데 모여 앙상블을 완성했다. 국정원 요원, 경찰, 배우, 방송국 CP, 범죄 조직 인물 등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이들이 한순간에 같은 운명 공동체가 되는 과정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간계’의 새로운 기술과 낯선 제작환경은 배우들에게도 많은 미션을 던져줬다. 이들은 AI 크리처와의 연기라는 도전 앞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대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음에도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박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역량을 뽐냈다. 김강우는 작업 과정을 돌아보며 “처음에는 AI 기술이 만들어낼 크리처와 실제 촬영 내용이 어떻게 맞아떨어질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연기에 있어 자유도가 높아 흥미로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간계’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많은 것을 준비해 뒀다. 신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장르적 쾌감과 상상력,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서사를 60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이 압축적인 서사는 민감한 질문을 동반한다. AI가 영화 현장의 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으로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영화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중간계’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에 가능성을 제시한 ‘중간계’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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